티몬·위메프 사태, 큐텐 "티몬·위메프 거래액 최대한 끌어 올려라"
중앙일보, 큐텐 대금횡령 혐의 입증할 수 있는 녹취록 발견됐다고 보도
유종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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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2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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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원대 피해가 예상되는 티몬·위메프 사태에서 모기업인 큐텐이 티몬·위메프 대금을 횡령하려 했다는 고의를 인정할 수 있는 녹취록이 발견됐다.
2일 중앙일보는 모기업인 큐텐이 "미국 이커머스 업체 ‘위시플러스(이하 위시)’ 인수를 지원하기 위해 티몬·위메프 거래액을 최대한 끌어 올려라"라고 두 회사 경영진에게 지시했던 것으로 보이는 녹음본이 1일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해당 녹음본이 증거로 쓰인다면 큐텐 측의 사기 혐의는 일단 차치하고 횡령 혐의는 입증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위시 인수를 위해 판매자들에게 지급되야 할 자금이 할인 프로모션에 쓰였고 싱가포르에 위치한 큐텐 본사로 귀속됐기 때문이다. 횡령된 금액은 위시 와의 지분교환을 통한 위시 인수에 쓰일 수 있다.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큐텐은 미국 이커머스 업체 위시플러스 인수를 2월에 발표했다. 그 두세 달 전인 지난해 말부터 티몬과 위메프 경영진에게 거래액 규모를 키우라고 주문했다.
큐텐의 사옥과 경영진 자택에 압수수색을 진행한 검찰은 해당 녹취록을 확보하면 횡령 건 수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해당 녹취록은 한편 티몬·위메프 입점 판매자들에게 대금을 정산할 능력과 의지가 없는데도 유동성 확보를 위해 무리해서 할인 프로모션을 남발하며 판매자와 계약을 유지했다는 사기 의혹과도 통한다.
그러나 사기를 인정할 확정적인 증거로는 아직 부족해 보인다. 큐텐을 나스닥 상장시켜서 자본잠식이 심했던 쿠팡처럼 기업을 키워가려고 했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큐텐 구영배 대표는 지난달 30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티몬과 위메프 자금 400억원을 위시 인수대금으로 썼으며 이 중에는 판매대금도 포함돼 있다"고 인정한 바 있다.
시장분석기관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티몬의 월간 추정 결제액은 1~3월에는 월평균 6000억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4월에는 각종 할인 프로모션에 나서면서 6583억원으로 올랐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 자료에 따르면 큐텐의 위시 인수는 4월 19일에 최종 마무리됐다. 인수 금액은 1억7300만 달러(2300억원)이지만, 큐텐은 1900억원을 위시와 큐텐의 지분교환 형태로, 나머지 400억원을 현금으로 지급했다. 할인 상품권을 판매하기 시작한 6월 티몬의 거래액 추정치는 8000억원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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