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암살시도 '트럼프 피로감' 커질 듯

용의자는 우크라이나 지지자...트럼프 우크라이나 전쟁 입장에 불만가진 듯

이승훈 승인 2024.09.16 13:28 의견 0
2019년 9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유엔 총회가 열리고 있는 미국 뉴욕에서 회담하고 있다. / 사진=C SPAN 미연방정부공보전문 채널 화면 캡처


공화당 대선주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또 다시 암살 시도에 노출됐다. 용의자는 58세 남성으로, 우크라이나를 위해 싸울 외국인을 구하는 등 우크라이나 열혈 지지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15일(현지시간) CNN 보도에 따르면 사법 당국은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 암살 시도 용의자로 58세 라이언 웨슬리 라우스를 체포했다. 용의자는 하와이에서 살았고 노스캐롤라이나에서 건설 노동자로 일했으며 주로 경미한 범죄 혐의로 8번 체포된 전력이 있다.

그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큰 관심을 보였고 우크라이나를 위해 싸울 사람들을 구하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AP통신에 따르면 AK소총으로 무장한 용의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골프를 치던 중 경호국 요원에게 발각됐다. 골프장 밖에 있던 용의자는 AK소총을 떨어뜨리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타고 달아났지만 골프장이 위치한 팜비치카운티 인근 마틴카운티의 고속도로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지난번 암살 시도가 트럼프의 영웅적인 모습을 부각시키는 효과를 냈지만 (물론 너무 부각되는 바람에 바이든을 낙마시키고 해리스나 제3의 인물이 대선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트럼프는 오히려 대통령에서 멀어지는 효과가 날 가능성이 높다고 총기 피습 즉시 예상한 바 있다)

이번의 암살 시도는 트럼프를 부각시키는 효과는 기대할 수 없고 오히려 트럼프의 정치적 극단주의의 단점을 노출시키면서 트럼프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연이은 암살 시도가 많은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피곤하게 하기 때문이다.

동맹을 경시하고 고립주의(미국 우선주의) 정치외교 정책을 추구하는 트럼프는 그동안 우크라이나 전쟁에 매우 회의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트럼프뿐만 아니라 공화당 전반적인 입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회의적이며 하루빨리 (우크라이나 영토가 어떻게 되든 간에) 전쟁을 종식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근에도 트럼프는 자기가 대통령이 되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바로 끝내겠다는 입장을 천명하기도 했다.

지난 7월 19일 트럼프는 자신의 SNS에 “난 여러분의 다음 미국 대통령으로서 세상에 평화를 가져오고 너무 많은 생명과 셀 수 없이 많은 무고한 가족을 파괴한 전쟁을 끝낼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양쪽(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은 함께 와서 폭력을 끝내고 번영을 향한 길을 닦는 합의(deal)를 협상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이러한 종전 의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돈바스와 크림반도 등 우크라이나 주요 영토를 차지한 채로 서둘러 종식하는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사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금까지 여러 차례 "대선에서 승리하면 24시간 안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평화 합의를 끌어낼 수 있다"고 호언장담해왔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전쟁을 끝낼지에 대해선 한 번도 밝힌 적이 없다.

그래서 트럼프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생각은 그의 평소 정치외교 노선(고립주의, 미국우선주의)과 트럼프 참모들, 그리고 공화당 내 전반적인 분위기로 유추할 뿐이다.

이에 워싱턴포스트는 올해 초 트럼프 전 대통령 참모들 발언을 인용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일부 영토를 포기하도록 압력을 가해 크림반도와 동부 돈바스 지역을 러시아에 양도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며 “이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강조해온 조 바이든 대통령 정책을 극적으로 뒤집는 발상”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공화당 내 전반적인 분위기와 트럼프의 입장이 이처럼 러시아가 승전한 채로 종전을 서두르는 것이라는 점은 이미 기정사실화되어 있다.

이는 우크라이나를 지지하고 동맹을 강조하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반발을 부른다. 트럼프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태도가 이러하니 우크라이나와 동맹을 강조하는 일부 극단주의자들은 트럼프를 용납할 수 없다.

필자가 이번 미국 대선을 "정치적 극단주의의 변주곡"으로 본다는 점은 앞선 여러 차례의 칼럼으로 소개한 바 있다. "극단주의의 변주곡"인 것이다.

그런데 극단주의면 극단주의지 왜 변주곡인가? 그것은 극단주의가 또 다른 극단주의를 낳는다는 점을 본 것이다.

극단주의에 대항하는 움직임은 크게는 두 가지다. 하나는 동화적 통합주의, 또 하나는 '또 다른 극단주의'다.

필자는 이렇게 트럼프가 두 차례 암살 시도를 당한 것은 다름 아닌 트럼프 자신의 극단주의 행보가 초래한 '자업자득'인 셈이다.

비록 라라 트럼프라는 걸출한 인물이 극단주의를 세련되게 포장하여 지금까지 왔지만 지금 이 순간은 아무리 라라 트럼프라고 하더라도 극단주의의 변주곡에 빠져 혼란스러운 미국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해리스는 앞으로 동화적 통합을 강조하면서 트럼프의 약점을 우회적으로 공략해나간다면 승산이 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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