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기간 3년으로 확대...'그림의 떡' 계층 갈등 확대만

여야 정치권들 모처럼 합의한 정책 법안, 기반 마련 안돼 대기업 공기업 직원들만 혜택

이승훈 승인 2024.09.12 23:05 의견 0



육아휴직이 최대 3년으로 늘어난다. / 사진=KBS뉴스화면 캡처

육아휴직이 현행 2년에서 앞으로 최대 3년까지 연장된다는 소식에 대기업 직원과 공무원만 혜택을 보고 중소기업과 대부분의 비정규직은 혜택을 보지 못한다고 원성이 높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12일 법안심사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열어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고용보험법·근로기준법'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에 따르면 육아휴직 기간을 3년까지 증대한다는 내용과 함께 더불어 배우자 출산 휴가를 지금보다 열흘 더 늘리고, 육아기 근로 시간 단축 대상 자녀의 연령을 현행 8세에서 12세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육아휴직이 3년까지 연장된다는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근로자 중 일부인 대기업 직원과 공무원만 혜택을 보고 근로자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기업 직원, 비정규직, 자영업자들은 '그림의 떡'일 뿐만 아니라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육아휴직 확대에 대한 네티즌 의견들은 한결같이 부정적이다. 정치인들은 뿌듯한 표정으로 "육아휴직을 확대한다"고 발표하지만 정작 이를 받아들이는 시민들의 표정은 어둡고 어딘가 화가 난 듯하다.

육아휴직 확대를 보도하는 뉴스의 댓글 반응을 보면 "중소기업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그 빈자리를 옆 사람이 떠맡는다는 게 함정", "그 옆 사람마저 과로로 그만둬 버리고...", "결과적으로 여성들 취업자리만 더 줄어들게 만든다" 등등 부정적인 의견 일색이다.

중소기업 직원에게도 법이 적용되겠지만 실상은 신규 채용이 어려워 육아휴직한 직원의 빈자리를 남은 직원들이 품앗이로 해결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다 보면 또 업무가 가중될 수밖에 없고 직원도 회사도 부담을 안게 되는데 이렇게 부담을 지는 사람들에 대한 국가의 보상책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비정규직에게는 육아휴직을 하기는 아예 '그림의 떡'이며 은근하게 다가오는 부담으로 일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몰라 불안해진다. 그렇다고 해서 출산 후 취직이 되지도 않는다. 이른바 '경력 단절'

이 같은 문제를 덮어두고 육아휴직 기간만 늘려놓으니 결국 빈부격차와 계층 간 갈등만 커지며 출산율 제고나 여성의 사회 진출은 좀처럼 이뤄지기는 어렵다.

과거 육아휴직 제도가 아예 없어서 출산 후 이틀만 쉬면 모성을 배려해 주는 분위기가 있었던 시절에 비하면 많은 발전을 했지만 여기서 더 이상 약자들의 희생을 대가로 강자(대기업, 공무원)의 편익, 복지를 늘리는 것은 무리다.

육아휴직 3년에 80%의 급여 제공 등 육아휴직 제도를 잘 운영하고 있는 선진국들은 도대체 어떻게 해서 그런 제도가 가능했던 것일까?

실업급여를 비롯해 사회보장제도야 한국도 여느 선진국 못지않게 정비되고 있다. 문제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이다. 한국은 "해고는 살인"이라며 해고를 매우 어렵게 해서 고용안정성이 극도로 강화되어 있다.

노동시장의 경직성은 한국의 국가경쟁력을 갉아먹는 가장 결정적인 요인이지만 수십 년째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해고는 살인"이라는 선동의 목소리만 크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 같은 고용안정성은 공기업과 대기업에만 보장되면서 그 나머지 비정규직과 중소기업 직원들은 차별을 받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사민주의 국가 신자유주의 국가 불문하고 노동 시장이 매우 유연하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사실상 사장의 말 한마디면 해고가 된다. 그리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 같은 것이 없다.

이러니 육아휴직을 하더라도 유연하게 그 자리를 다른 누가 임시로 대체할 수 있으며 육아휴직으로 동료나 회사가 피해를 보는 일이 없다.

이렇게 노동시장의 문제를 외면하고 육아휴직만 강화시켜놓으니 결국 제도가 제대로 운영되지 못한다. 운영되더라도 소수의 기득권자만 혜택을 받고 계층 간 격차만 벌어진다.

여야 정치인들은 "민생 문제 해결이 최우선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한 결과"라면서 뿌듯한 표정과 목소리로 육아휴직 확대 정책을 발표하고 있지만 보기에 깝깝하다. 뭔가 모자란 사람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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