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있는 날에 이사해도 괜찮다...손 없는 날 이사비용만 비쌀 뿐

백광부 승인 2024.09.11 22:00 의견 0
사진=pexel 무료사진

아직 더위가 기승을 부리지만 곧 날씨가 선선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이사철이다. 그런데 최근 집값이 들썩거리자 정부가 대출규제를 내놓았다. 그러자 전세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이사 한 번 하기가 이렇게 어렵다.

이사를 할 때 따질 게 정말 많다. 이사를 할 때 많은 한국 사람들이 따지는 것 중의 하나가 '손 없는 날'이다.

오늘은 이 '손 없는 날'에 대해서 명리학을 30년 넘게 공부한 필자의 생각을 한 번 정리해 본다.

​흔히들 이사할 때 '손 없는 날'에 택일을 해서 이사를 해야 한다고들 하는데 명리학적으로는 근거가 없는 말이다. 명리학을 미신이나 점치는 것으로 알고 계시는 분이 많은데 명리학은 미신이나 점과는 전혀 상관없다. 명리학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다. 이것은 명리학을 배워보시면 안다.

손 없는 날은 전통적인 무속 신앙에서 비롯됐다. 손은 귀신의 이름이다. 명리학에서 '귀신(貴神)'이니 '용신(用神)'이니 하는 단어를 사용하지만 이때의 신(神)은 비유로 쓰는 것이지 진짜 신(神, God)이 아니다.

글을 이어감에 앞서 한 가지 말씀드릴 것이 있다. 필자는 명리학을 하는 사람이지 점치는 사람이 아니고 무당이 아니다. 필자는 무속(巫俗)에 대해서 모른다. 그래서 필자가 알지 못하는 신명(新明)에 대해서 비판을 할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손이라는 것을 명리학과 연계시켜서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을 해소하고자 이 글을 쓴다.

무속 신앙에 따르면 손은 사람을 해코지하는 귀신의 이름이다. 손이라는 귀신은 음력 1,2일에 동쪽, 3,4일에 남쪽, 5,6일에 서쪽, 7,8일에 북쪽에서 활동하다 음력 9,10,19,20,29,30일에는 하늘로 올라가고 없다고 한다.

손이 활동하는 날의 지역을 피해서 대소사를 행하는 날을 잡는 것이 택일의 기본이다. 즉 이사를 하는 날, 결혼을 하는 날, 기념식 같은 행사를 하는 날에는 손이라는 나쁜 귀신이 해코지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날을 피해서 행사 날짜를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불가피하게 손이 있는 날에 행사를 할 때도 손이 활동하는 방향만은 피해야 한다고 한다. 즉 예를 들어 음력 1일이나 2일은 손이 있는 날인데 불가피하게 음력 1일이나 2일에 행사를 해야만 하는 경우 동쪽에서 행사를 하지 말고 나머지 방향으로 가서 행사를 하라는 말이다.

그래서 음력 9일, 10일, 19일, 29일, 30일은 손이 없는 날이기 때문에 마음 놓고 아무 행사를 어디에서나 해도 괜찮다는데...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손 없는 날, 방향을 잡기 위해서 굳이 역술원에 돈을 줘가며 택일을 한다.

손 없는 날에 대한 민간의 믿음이 꽤 광범위하게 전파되었다는 사실은 이사하는 날 이삿짐센터의 일당 차이에서 대략 짐작할 수 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손이 없는 날 이삿짐 운송 가격이 다른 날보다 대체로 10~20% 정도 더 비싸다. 이것은 이삿짐센터 업자가 가격을 올리고 싶어서 올리는 것이 아니다. 손이 없는 날에 이사를 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수요가 늘어나 어쩔 수 없이 가격이 오른 것이다.

그러나 명리학을 30년 이상 수련하고 공부해온 필자는 불가지론자인 데다 명리학 역시 무신론 내지 불가지론에 따른 이론 체계를 가지고 있기에 필자는 '손'이라는 귀신을 믿지 않는다. 손에 관한 이야기들은 명리학적으로는 전혀 근거가 없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다.

굳이 택일을 한다면 부부나 행사 주최자의 사주를 봐서 용신이나 회신에 해당하는 일진이 있는 날을 택일할 수는 있다. 물론 이러한 용희신을 찾는 택일도 과학적으로는 근거가 없고 단지 내재적으로 인문적이고 논리적, 수학적인 의미만 있을 뿐이다.

필자에게 굳이 손 없는 날과 방향을 봐달라고 하는 고객이 가끔 있다. 봐달라고 하면 봐준다. 명리학에서 이사하기 좋은 날은 '손 없는 날'이 아니라 '운이 좋은 날'이다.

필자는 손 없는 날도 알려주고 그 운 좋은 날도 알려주고 알아서 선택하시라고 하면서 택일을 해준다. 운도 미신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지만 명리학을 오랫동안 수련해온 필자로서는 운이라는 것은 미신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고 본다.

필자 같으면 부동산 경기 예측해서 부동산 가격이 최고일 때 집을 팔고 있다가 최저일 때 집을 사서 이사를 한다. 물론 부동산 경기 예측은 명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 원리를 보고 판단한다.

그리고 일기 예보를 알아보고 맑은 날, 손 있는 날에 좀 더 싸게 이삿짐을 맡긴다. 그러나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렇게 하지 못했다. 어머니께서 손이라는 귀신의 존재를 철저하게 믿는 분이시기 때문이다.

어머니께서는 돈을 주고 손 없는 날 택일을 받아오셔서는 꼭 그날 이사를 해야 한다고 하셨다. 필자가 어머니의 말씀을 거역하면 그 일로 한 몇 년은 어머니의 우는소리를 들어야 한다. 괜히 노모의 마음을 아프게 할 필요는 없다. 좋은 게 좋은 거니까 어머니의 말씀을 따른다.

※ 참조 : 본 글은 예전에 필자의 블로그에 썼던 글을 다시 각색해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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