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 구속영장 기각 사건, 음모론과 진영논리 우려된다

위증교사의 소명이 아니라 위증교사 혐의가 소명됐다고 했을 뿐
증거인멸 우려 판단할 때 직접증거 제시 없다면 불구속이 원칙

이승훈 승인 2023.09.30 11:00 의견 0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영장 기각을 보도하는 언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발부된 구속 영장이 기각된 일로 정치적 해석이 분분하다. 사실관계, 법 논리를 무시하고 특정 정치 진영의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사건을 정치적으로 해석한다면 이는 단순한 정치적 해석을 넘어 음모론적 시각이다.

지난 27일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불구속 수사 원칙을 배제할 정도로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이 대표의 영장을 기각했다. 그러자 여야에서 저마다 부적절한 반응을 내면서 정치판이 또 한 번 '난장판'이 됐다.

이재명 대표의 열성적인 지지자들인 개딸(개혁의 딸)들은 이재명 지사가 무죄라며 목소리를 냈고 이에 대해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법원이 개딸에 굴복했다”며 사법부를 불신하는 논평을 내기까지 했다. 검찰은 “법원 판단은 기각에 맞춘 수사적 표현”이라면서 “추후 입장을 밝히겠다”고 애써 법원 판단을 무시하는 반응을 보였다.

이번 사건을 두고 많은 오해가 벌어진 대목은 조선일보가 구속 영장 기각을 보도하면서 검찰의 발언을 인용해 “위증교사가 소명됐다면서 증거인멸 없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보도한 부분이다.

‘위증교사가 소명됐다’는 것은 ‘위증교사죄가 성립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위증교사죄가 성립한다고 했으면서 어째서 불구속한다는 것이냐”고 의문을 품고 특히 여권 지지자들이 유창훈 판사를 비난했다.

그러나 수사와 재판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위증교사의 소명을 영장판사가 확정적으로 말할 수가 없기 때문에 처음부터 조선일보의 보도가 잘못되었거나 아니면 검찰이 잘못 말한 것이다.

확인해 보니 유창훈 판사는 “위증교사의 혐의가 소명됐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증교사의 혐의가 소명된 것’과 ‘위증교사가 소명된 것’은 전혀 다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영장 기각을 보도하는 조선일보, 검찰의 발언을 잘못 전달한 오보로 보인다. / 사진=네이버뉴스화면 캡쳐


범죄의 혐의가 소명되지 않고 ‘무혐의’이면 ‘범죄인정안됨’ 또는 ‘증거불충분’으로 처리된다. 그러나 혐의가 소명(인정) 되면 이제 수사를 진행하게 되는데 이때 구속 수사를 할 것인지 아니면 불구속 수사를 할 것인지를 정한다, 유창훈 판사는 불구속 수사를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한국 형사 사법 절차상 무죄추정과 불구속 수사가 원칙이므로 구속 수사는 예외적인 경우에 이뤄진다. 형사소송법에는 1) 피의자가 일정한 주거가 없는 때, 2) 죄증을 인멸한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 3) 도망하거나 도망한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의 어느 하나의 요건에 해당해야 구속 수사를 할 수 있다고 정해져 있다.

이재명 대표의 경우는 1)과 3)은 해당 사항이 없고 2) 죄증을 인멸한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가 문제시됐다. 유창훈 판사는 “직접 증거 자체가 부족하다”고 했다. 이것이 불구속 수사를 결정한 본질적인 이유다.

형사소송 절차에서 죄증 인멸 우려를 판단할 때 직접 증거 (또는 범죄의 증명이 되는 다수의 정황증거, 간접증거)가 없다면 구속 수사는 되지 않는다. 피의자가 무엇을 인멸할지, 또 검사 측은 무엇을 확보하고 보전할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직접 증거가 없는데도 구속을 한다면 이는 ‘네 죄를 네가 알렸다. 바른 말을 할 때까지 저놈을 옥에 가두어라’식의 ‘원님 재판’이 된다.

한 가지 사례를 가져오자면 몇 년 전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 시험지 유출 사건에서 쌍둥이 자매의 아버지인 현 아무개 교무부장의 구속수사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현 교무부장은 직접증거가 없다면서 구속은 될 수 없다고 맞섰다. 검찰 측도 이를 알고 있었기에 다른 전략을 썼다. 유력한 정황증거를 다수 확보하는 방법이었다. 한국 형사소송법상 정황증거가 다수 존재하여 범죄의 증명이 되면 직접증거 없이 정황증거만으로도 유죄판결이 가능하다.

결국 정황증거를 다수 확보하여 직접증거를 대신하자는 검찰 쪽의 전략이 성공하여 현 교무부장은 구속되었다. 구속 수사를 받는 동안 추가적으로 직접증거도 나와서 유죄판결이 나왔다.

바로 몇 년 전, 이처럼 증거 인멸 우려로 인한 구속, 불구속 여부 판단에서 직접증거가 없으면 구속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다 알고 있었음에도 모르는 척 시치미를 떼고 무시하는 조선일보와 국민의힘 정치인들을 보고 있자니 한심하기도 하고 우려스럽기도 하다.

숙명여고 쌍둥이 시험부정 사건, 직접증거 없이 구속이 안된다는 내용이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되었다.


한편 이번 기각 결정을 두고서 법조인들 사이에서는 대체로 기각, 즉 불구속이 옳다는 의견이 통설이나 일부 법조인들은 잘못되었다는 의견을 내기도 한다.

구속이 옳다는 의견의 논거는 “이재명 대표가 무고죄 전과가 있고, 허위사실 공표를 한 전력이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허위사실 공표는 이재명 대표가 지난 2018년 경기도지사 후보자 토론회에 참석해 “방송사 PD가 검사를 사칭했고 나는 사칭하지 않았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대법원은 “허위사실을 주장한 것이라기보다는 ‘공무원자격사칭죄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것은 억울하다’는 의견을 표현한 것이고, 허위사실 공표의 고의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해서 무죄가 나왔다.

설령 위증교사죄의 전과가 있다고 가정을 해도 그것이 이번 사안에서 구속의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과거 사건에서의 행위는 판사의 심증 형성에 영향을 주는 정황은 될 수 있을지라도 이번 사건의 직접증거가 되지 않고 아예 정황증거도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어떤 법조인은 불구속 수사가 원칙이고, 딱히 유창훈 판사가 잘못 판결한 것은 아니지만 기득권자들은 구속 수사를 받는 경우가 거의 없고 일반 시민들은 툭하면 구속 수사를 받는 것이 현실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필자가 알기로는 일반 시민들이 부당하게 구속 수사를 받는 것은 과거의 일이고 현재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사법연감 통계를 보면 구속 수사 비율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으며 최근 2022년은 구속 수사 비율이 10% 미만이다.

2022년 사법연감 통계에 따르면, 경찰이 접수한 고소 및 고발 사건의 수는 총 40만 건이며 이 중에서 12%가 경찰청 수사로 이첩된다. 또 검사를 대상으로 접수된 고소·고발 사건 중 검찰의 처분이 이뤄진 사건은 전체 9903건이다. 이 중 기소가 이뤄진 사건은 14건으로 기소율은 0.14%다.

사건 접수 대비 구속 인원 비율인 구속 사건 비율은 10%다. 또 유죄 판단 비율을 보면 1심에서는 97%가 유죄다. 상소에 대한 2심 유죄 비율은 98%. 3심에서는 99%가 유죄다.

이 같은 사법연감 통계는 우리나라가 이제 불구속 수사의 원칙이 자리 잡혀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게 법조인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한편 일반 시민들 중에는 구속 영장 기각이 이재명 대표가 무죄 판결을 받은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구속 영장 기각은 구속 수사하지 않고 불구속 수사를 한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구속 수사를 해도 무죄가 나오는 경우가 있고 불구속 수사를 해도 유죄가 나오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가수 빅뱅의 승리는 불구속 수사를 받았지만 유죄 판결을 받기도 했다.

필자는 이 번 사건을 보면서 정치적 진영논리와 음모론이 일반 시민들뿐만 아니라 정치인, 언론인, 법조인들 사이에서도 나오고 있는 것을 보고 우려하고 있다. 다양한 의견 대립은 민주주의의 당연한 현상이고, 심지어는 민주주의의 장점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진영논리와 음모론이 판을 친다면 사정은 전혀 다르다. 나라가 반으로 쪼개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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