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두순 처우, 형벌 강화 보다 보안처분 강화 및 보안감호 도입 필요

이승훈 승인 2024.11.13 15:34 의견 0
아동성폭행범 조두순 /사진=나무위키

2020년 조두순의 징역 12년 만기 출소 이전부터 "한국의 형사정책이 불합리하다", "형벌이 너무 가볍다"는 의견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형량을 강화하는 법안 개정 운동도 나왔다.

과연 한국의 형벌은 가벼운 것일까? 말할 수 없다. 기준에 따라 가벼울 수도 있고 무거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형사정책 전문가를 비롯한 법조인들은 한국의 형벌이 가볍지 않고 오히려 무겁다고들 말한다. 그래서 형량을 강화하는 법안 개정 운동을 법체계와 형사정책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한 잘못된 주장들, 잘못된 입법 시도로 본다.

다만 언론들은 전문가의 의견을 충실히 보도하지 않고 사회와 제도의 구조,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대중들의 주장을 맹목적으로 추수하면서 다른 나라들은 제외하고 미국과만 형량을 비교하는 기사를 내고 있다.

언론 보도가 편향적이니 형벌 강화는 사회적 합의를 보지 못하고 대중들의 사법불신만을 키운다.

학문적으로 보면 한국의 형량과 영미법계 국가들의 형량을 비교하면서 한국의 형량이 낮다고 하면 안된다. 영미 쪽은 형사정책 구파 계열 국가이고 유럽대륙 쪽은 형사정책 신파 계열 국가이기 때문이다. 이 둘을 엄격히 구별해야 한다.

한국은 대륙법계 (그중 독일법계) 국가이므로 영미 쪽과 비교하면 안 되고 대륙법계, 즉 독일 등 유럽 쪽과 비교해야 한다.

영미법계의 형사정책 구파는 범죄인을 엄중히 처벌하면서 사회를 보호하려는 입장이고 대륙법계의 형사정책 신파는 범죄인을 관대하게 처벌하면서 대신에 교화와 보안처분 등으로 사회를 보호하려는 입장이다.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의 형벌과 비교하면 한국의 형벌은 오히려 무거운 편이다.

한국의 형벌을 독일의 형벌과 비교하면 살인 등 강력범죄에 대한 형벌이 한국은 독일보다 약간 무거운 편이고, 유럽 전체적으로 비교해 보면 한국은 형벌이 매우 무거운 편이다. 다만 누범, 경합범이나 경제사범에서는 조금 가벼운 편이다.

한국의 형벌은 충분히 무겁다. 그렇다고 해서 이는 한국의 형사정책 현실이 바람직하다는 말은 아니다. 조두순 사건에 대한 형사 처리가 바람직하다는 말도 더더욱 아니다.

2020년 출소한 조두순에 대한 사회적 공포심은 항상 이슈가 되어 왔다. 최근에는 묻지마 범죄를 언론이 선정적으로 보도하면서 한국에서 묻지마 범죄를 비롯한 강력범죄가 폭증하고 있다는 잘못된 인상을 대중에 심어주어 왔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의 형사정책이 옳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필자 역시 조두순을 보면서 한국의 형사정책이 불합리하고 부조리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대륙계 국가의 형사정책은 형벌과 보안처분과 교도정책의 협업 시스템이 잘 돼 있다.

한국의 문제는 이러한 교도정책, 보안처분 등 형사정책 전반에서 형사정책 신파의 협업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서 형벌만 신파 형사정책 국가의 형벌만을 그대로 가져온 데서 발생한다.

조두순 사건을 겪은 우리 사회가 개정해야 할 것은 가벼운 형량을 무거운 형량으로 개정하는 것이 아니라 취약하고 부실한 보안처분을 탄탄하고 촘촘한 보안처분으로 개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치안에 대한 투자를 더 많이 해야 한다.

한국의 형량을 미국 등 영미법계 구파 형사정책 국가처럼 무거운 형량으로 바꿀 것이면 법체계를 몽땅 영미법체계로 바꾸든지 해야 한다. 법체계를 모두 바꾸는 것은 기대하기 힘들다.

최근 경찰 당국은 조두순의 주거지에 경찰관 2명을 상시 배치하고 기동대 순찰도 강화했다고 한다. 진작에 했어야 할 일들이다. 그리고 조두순뿐만 아니라 모든 강력범죄자에 대해.

어쨌든 한국의 범죄는 계속 줄고 있으므로 형벌이 약해서 범죄가 계속 늘고 있다는 대중들의 주장은 잘못됐다. 형벌이 약한 것도 아니고 범죄가 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보안처분이 부실할 뿐이다.

한국은 보안처분 중에서 보호감호제도가 폐지됐다. 한국의 보호감호제도에 해당하는 것이 독일의 보안감호(Sicherungsverwahrung) 제도인데 독일도 보안감호 제도 도입할 때 문제가 많았지만 보안감호 요건과 집행을 정밀하고 분명하게 보완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필자는 한국도 독일의 예를 본받아야 한다고 본다. 조두순 같은 경우 행위 책임과 별개로 행위자 위험성이 다분하므로 보안감호로 조두순을 감시하고 사회로부터 일정 거리를 유지하게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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