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에게는 명예훼손이 있을 수 없다.

미국 국무부, 한국 대통령과 정부 여당의 표현의 자유 침해 비판
정부 여당, 대통령 명예훼손 인정된다는 왜곡된 인식 수정 요망

이승훈 승인 2023.03.22 12:05 의견 0
윤석열 대통령 /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의 '바이든 욕설' 논란을 일으킨 문화방송(MBC)의 보도를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및 동맹훼손"이라고 주장한 대통령실과 여당의 행위에 대해 미국 국무부가 오히려 (대통령의) 언론과 표현 자유 제한 행위라고 밝혔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 20일 (미국 현지시간) ‘2022 국가별 인권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한국의 언론과 표현의 자유 침해 사례를 지적해서 밝혔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윤석열 대통령과 집권 여당이 문화방송과 일부 언론들에 대해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및 동맹훼손"이라고 언급하고 해당 언론 소속 기자를 취재에 불이익을 준 행위 등을 정리한 뒤, 이를 표현의 자유에 대한 "폭력과 괴롭힘"으로 규정했다.

다만 소제목에서 표현된 "폭력과 괴롭힘"이라는 표현은 한국 정부의 항변이 전해진 뒤 곧 삭제됐다. 그러나 그런 행위들이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인권 침해라는 본문 내용은 그대로 남아 있다.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것과 관해 미국 국무부 보고서는 "동영상 테이프를 방영해 핵심 우방과의 관계를 훼손함으로써 안보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는 행위를 '문화방송'이 했다"고 윤석열 대통령의 말을 인용했다.

또 국민의힘 의원이 '문화방송'을 윤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사실도 거론했다. 또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의 동남아시아 순방 때 '문화방송' 기자의 전용기 탑승을 금지한 것도 거론했다.

이 모든 것이 언론 자유 침해의 사례라는 것이다.

미국 국무부의 '2022 국가별 인권보고서: 한국' 편 중 표현의 자유 관련 부분


앞서 소위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이라는 멸칭의 대표적 인물인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MBC등의 언론 보도에 대해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하며 MBC의 보도 행위에 불이익을 준 대통령실의 조치를 편들었다.

그러나 대통령을 비롯한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등은 기본적으로 명예훼손죄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이 한국 사법부의 확고한 입장이다.

설령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이 성립한다고 하더라도 대통령이 명예훼손을 당했다는 이유로 보복하기 위해 헌법을 위반하고 인권침해를 함부로 해도 된다는 것은 어처구니 없는 주장이다.

대통령은 인권의 수호자이며 헌법의 수호자다. 수호자 중에서 '최후의 수호자'다. 그런 대통령이 인권을 함부로 침해하고 헌법을 함부로 위반할 수는 없다.

한편 미국 국무부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관련된 명예훼손 혐의 고발 역시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사례로 들었다.

또 '명예훼손 관련 법률' 단락에서는 "정부와 공인들이 명예훼손을 광범위하게 범죄화하는 법률을 공공의 토론을 제약하고 개인 또는 언론의 표현에 대해 위협을 가하거나 검열하는 수단으로 썼다"며 한국의 언론과 표현의 자유 침해 및 인권 침해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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