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장관 취재로 기자의 일상이 무너졌다고?

푸드라이온 사건 이후 잠입취재행위 무조건 긍정하지 않아
잠입 취재, 러킹, 스토킹은 범죄행위...취재행위가 될 수 없어

이승훈 승인 2023.03.15 11:00 의견 0
오마이뉴스 기사 화면 캡쳐


《더탐사》 김시몬 기자가 한동훈 장관의 집을 잠입 취재하다가 스토킹 혐의로 한동훈 장관으로부터 고소를 당한 것이 부당하다는 지적이 《오마이뉴스》등 일부 야권 성향 언론으로부터 나오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한동훈 장관 취재 후 무너진 신입기자의 일상〉이라는 13일자 기사에서 김시몬 기자에 대한 고소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과연 부당한 대우일까? 이 문제는 취재 윤리에 관해 '허용되는 취재 행위의 범위가 어디까지인가?' 라는 문제다. 구체적으로 다시 말하자면 '잠입 취재 내지 러킹(lurking)이 허용되는 범위가 어디까지인가?'라는 문제다.

스타크래프트 저그족의 잠입 공격 유닛인 '러커'처럼 취재대상 몰래 취재 대상의 사생활 영역에 들어가서 취재하는 것을 '러킹'이라고 한다.

이 러킹에 대해서 언론계와 학계는 1990년대까지는 불법행위가 된다는 인식이 없었다. 언론의 공익성 때문에 위법성이 조각되어 민사적으로 손해배상책임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다수의 생각이었다.

그러다가 러킹에 대한 인식이 바뀐 계기가 미국의 푸드라이온 사건(Food Lion vs ABC, 1992)이다.

푸드라이온 사건은 러킹, 즉 언론사의 잠입 취재를 제동 걸고 러킹이 법적·언론윤리적으로 정당한지에 관해 고민을 이끌어 낸 세계적인 사건이다.

ABC 기자가 식품회사인 푸드라이온 회사의 비위생적 식품 제조 실태를 고발하는 과정에서 회사를 속여 회사 내에 잠입해 회사의 비위생적인 식품 제조 실태를 고발했다. 보도내용은 사실이었지만 러킹이 문제됐다.

1997년 배심원단은 ABC에게 550만 달러의 배상금을 판결했지만 1999년 연방항소법원에서는 ABC의 기만행위 부분에 315,000 달러, 무단침입 취재 행위(러킹) 부분에 상징적으로 1달러의 배상금을 결정했다

푸드라이온 사건 이후로 언론은 잠입취재, 몰카 취재를 최소화하고 공익을 깊이 고려하기 시작했다. 일단 2000년대 이후로는 잠입취재, 러킹이 무조건 허용되지는 않는다는 것에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번 한동훈 자택 잠입 취재의 경우 형법상 주거침입이 인정되는가 혹은 2021년 제정된 스토킹범죄 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스토킹이 인정되는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진다.

《더탐사》 김시몬 기자는 한동훈 장관의 자택 현관문 앞에서 여러 차례 초인종을 누르고, 도어락 해제를 시도하고, 문 앞에 놓인 택배 상자를 살펴보기도 했다. "기습적으로 압수수색을 당한 기자들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를 한 장관도 공감해 보라"는 말도 했다. 이러면 스토킹범죄 처벌법상 스토킹이 성립한다. 즉 취재가 되기 이전에 스토킹이 성립한다.

또, 기습적으로 압수수색하는 것은 법원의 영장이 있어서 위법성이 조각된다. 《오마이뉴스》기자와 《더탐사》기자가 구속영장을 가진 기습 압색을 주거침입, 러킹, 스토킹과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잠입 취재, 러킹, 스토킹을 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취재를 할 수 있다. 조국 전 장관의 경우도 자신을 취재하는 기자들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지만 조국 전 장관을 취재하는 기자들은 이른바 '뻗치기'를 하면서 조국 장관의 동선 주변에서 대기를 했을 뿐이다. 주거침입 행위나 스토킹 행위를 한 것으로는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합법이다.

결론적으로 〈한동훈 장관 취재 후 무너진 신입기자의 일상〉이라는 표현은 어폐가 많은 표현이다. 취재행위가 아니라 범죄행위를 한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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