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배터리 미국 진출, 한국 통상정책 기조 점검할 때

중국 CATL, 포드사에 기술 수출로 미국 진출 이뤄내
바이든 행정부, 불편한 기색 역력 ...중국 배제 쉽지 않아
한국 통상정책에 미국 전적 신뢰는 곤란...유연성 가져야

이승훈 승인 2023.02.16 11:00 의견 0
미국 포드사의 전기차 /사진=포드


인공지능과 반도체 분야 신기술 신산업을 두고 경제 전쟁 중인 미국이 중국의 우회 전술에 '한 방' 맞았다. 중국은 지배력을 가지고 있는 배터리 부문에서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미국 진출을 이뤄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포드는 CATL(닝더스다이, 寧德時代)과 합작회사를 미시간주 마셜에 신설한다고 13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포드는 애초 멕시코와 캐나다에 배터리 공장 부지를 검토했지만, 지난해 바이든 행정부가 시행한 IRA(Inflation Reduction Act, 인플레이션 감축법) 여파로 미국 내 공장 건설로 방향을 튼 것으로 알려졌다.

포드는 2023년 말까지 6만대의 전기차 판매를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으며 2026 년까지 누적판매 2백만 대의 계획을 세웠다. 이 같은 계획에 중국 배터리 기업의 참여는 필수였으며 중국의 참여가 없다면 이 같은 계획은 이뤄지지 못할 상황이었다.

포드는 IRA가 중국 기업의 미국 진출을 막고 있지만 공장 지분을 포드가 100% 소유하면서, 중국 CATL의 직접 투자도 받지 않으면서 다만 CATL의 기술만 받기로 했다. 이에 따라 중국은 IRA의 장벽을 우회하여 미국 진출에 성공했다. 선진 기술까지 도입을 거부하면 미국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IRA가 그 부분까지는 규제를 하지 않은 것인데 중국은 그 점을 이용해 미국 진출에 성공한 것이다.

마린 자자 포드 전기차사업부문 최고소비자책임자(CCO)는 "미시간 공장에서 생산된 전기차는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기술만 도입하는 방식이 IRA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중국 배터리 기업의 미국 진출에 대해 바이든 행정부는 난감한 입장을 보였다. 블룸버그통신은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주 주지사와 포드사가 이날 발표 행사에 바이든 대통령을 초청했으나 백악관이 이를 거절했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가 중국의 굴기(rise)를 막고자 하지만, 현재 미국 기업들은 포드 외에도 경쟁사인 GM 등이 전기차 부문에서 서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고 이 싸움에 중국 배터리 기업의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에 앞으로 '포드-CATL'과 같은 사례가 더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중국 배터리 기업의 미국 진출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불과 25년 전만 해도 중국은 미국 자동차 회사들에 중국에 투자할 것을 간절히 요청했지만 이제는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대기업조차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자동차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 중국에 필요한 기술을 요청해야 하는 시대로 상황이 역전됐다"고 평가했다.

현재 미국은 인공지능과 인공지능의 기초가 되는 반도체 부문에서 미래 경제 패권을 놓고 중국과 대립하고 있다. 필자는 이미 오래전부터 한국의 미국 '펩4(FAB4)' 참여는 배터리 분야 등 중국이 재배력을 가지고 있는 부분으로부터 중국의 다양한 보복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일단 배터리 분야에서 미국과의 협력을 기대하고 전략을 수립 중인 한국기업은 전략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국제정세의 변화에 대해 수용력을 가지고 태세 전환을 위한 여유를 확보해야 한다. 미국의 동맹관계, 협력을 전적으로 신뢰해서는 곤란하다. 이는 반도체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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