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디컬 페미니스트의 '소추소심' 어떻게 볼까?

문화간섭행위, 표현의 자유는 무제한이 아니다
여성의 사회적지위를 높이고 경제를 더 키워야

이승훈 승인 2023.11.29 11:14 의견 0
'포스코 디스코'라는 포스코 홍보 애니메이션에 여성제작자들이 남성을 혐오하는 표현물을 몰래 삽입하여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포스코 디스코 화면 캡처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의 '소추소심'(작은 고추에 옹졸한 마음이라는 뜻으로 한국 남성들과 트랜스젠더들을 조롱하고 비하하는 말) 문화 간섭 행위가 여전하다.

정상적인 표현물 안에 자신의 집단 정체성을 드러내며 상대 집단을 조롱하거나 혐오하는 상징물, 암호문 등을 몰래 삽입하는 것을 문화간섭(컬처 재밍)이라고 한다. 넓게 보면 가짜뉴스도 문화 간섭의 일종이다.

한국 사회에서 대표적인 문화 간섭 사례가 바로 일베의 손가락 표현과 노알라 표현, 깨시민의 자유경제원 이승만 찬양시 세로드립 표현, 그리고 래디컬 페미들의 소추소심 표현 등이다.

소추소심은 한국에서 현재 가장 활발한 문화 간섭이다. 엊그제 모바일 게임 ‘메이플스토리’ 엔젤릭버스터 리마스터 버전의 홍보 애니메이션 속에 소추소심을 상징하는 손가락 모양을 삽입해놓은 사건으로 논란이 크게 일었다.

또 어제는 포스코 홍보 애니메이션인 '디스코 포스코'에도 소추소심을 상징하는 손가락 모양을 삽입해놓은 사건이 또 발각되면서 논란이 계속 확산되는 모양새다.

한 남성은 이렇게 문화 간섭 전략을 쓰는 래디컬 페미들을 살해하겠다고 협박하는 '살인 예고'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화간섭을 하는 사람들을 '뉴 아트(New Art) 행동주의자'라고 한다. 디지털 표현물에서 이러한 콘텐츠 변형, 전파가 용이하여 주로 디지털 영역에서 실시된다고 해서 '디지털 행동주의자라'고도 한다.

전자교란극장, 예스맨, 네거티브 랜드 돈 조이스, 칼레 라슨, 게릴라 걸스 등이 뉴 아트 행동주의자들로서 유명하다.

뉴 아트 행동주의자들이 대중들에게는 생소할 수도 있는데 그중에서 게릴라 걸스는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어 대중들에게도 인지도가 높다. 아마 한 번씩 봤을 것이다. 고릴라 탈을 뒤집어쓴 나체의 여성이 "Do Women have to be naked to get into the Met. Museum?"라고 하는 모습.

게릴라 걸스가 하도 유명해서 런던에 있는 현대미술 박물관 '테이트 모던'에서는 게릴라 걸스의 뉴아트 "Do Women have to be naked to get into the Met. Museum?" 판화를 입장객들에게 판매하기도 한다.

지금 논란이 되는 넥슨 애니메이션과 포스코 애니메이션 속에 소추소심 상징 표현물을 넣은 한국의 래디컬 페미들도 계보상 이렇게 뉴 아트 행동주의자들로 분류된다. 게릴라 걸스와 같은 페미니즘 계열의 뉴 아트 행동주의자들이다.

뉴 아트 행동주의자인 게릴라 걸스의 작품 <Do Women have to be naked to get into the Met. Museum?>


과거에는 매스 미디어를 주로 대자본, 우파들이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문화 간섭 행위는 진보좌파들의 주요한 혁명 전략 전술이었다.

그래서 문화정책 전문가들은 (문화라는 것은 다양성과 소수성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기 때문에 주로 좌파들이 문화정책에 종사했다) 문화 간섭을 좌파들의 전유물처럼 여기고 정당한 혁명 전략 전술로 여기던 측면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누구나 인터넷을 쓰고 소셜미디어가 확산된 요즘은 문화간섭은 좌파들의 전유물이 더 이상 아니다. 일베 같은 극우집단에서도 노알라와 일베손가락 표현물 같은 문화 간섭을 즐겨 사용한다.

문화 간섭이 무조건 정당하지도 않다. 메갈리안 등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의 소추소심 문화 간섭은 남성과 트랜스젠더 등 제3성을 혐오하는 것으로 평가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좌파들은 일베의 노무현 실루엣 삽입, 노알라 실루엣 삽입 행위를 반사회적 불법행위로 여겼는데 이는 잘못된 평가다. 왜냐면 고인이 된 전직 대통령을 조롱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로서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혐오표현물이 될 수 없다.

다만 일베가 어떤 단체의 표현 행위 속에 몰래 자신의 노알라 실루엣 표현물을 삽입시켰다면 불법행위, 범죄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노알라 실루엣 표현물을 인터넷상에 유포하는 행위는 처벌할 수 없고 오히려 정당한 표현 행위, 정당한 문화 간섭에 속한다.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의 소추소심 표현물들은 일베의 노알라 표현물처럼 '표현의 자유'로는 인정될 수 없다. 혐오행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신들을 고용한 기업 넥슨과 포스코 등의 영업 행위와 신뢰를 심각하게 방해, 훼손하는 범죄행위다.

최근에 진중권은 이러한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의 문화간섭 행위에서 나온 혐오 표현물들을 혐오 표현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진중권은 남성의 여성에 대한 혐오는 혐오 발언이기 때문에 허용되지 않는다고 하면서 여성의 남성에 대한 혐오는 미러링일 뿐이라고 하거나 혹은 여성의 열악한 상황을 감안했을 때 허용되는 표현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 철폐에 관한 협약' 제5조는 당사국이“일방의 성이 열등 또는 우수하다는 관념 또는 남성과 여성의 고정적 역할에 근거한 편견, 관습 및 기타 모든 관행을 없앨 목적으로 남성과 여성의 사회적 및 문화적행동양식을 수정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여성의 남성에 대한 혐오 표현도 남성의 여성에 대한 혐오 표현과 똑같이 취급하는 게 글로벌 규범이다. 한국은 해당 협약을 비준했다.

또, 혐오죄에서는 직접적 혐오뿐만 아니라 혐오하는 그 집단의 상징. 그 집단의 독특한 표현양식도 금지한다.

물론 한국은 자유 민주주의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혐오죄가 없는 특수한, 왜곡된 법제도를 가진 나라라서 혐오죄가 성립하지는 않는다. 다만 혐오 행위는 전체 법질서에 위반된다는 '위법행위'평가가 내려질 수는 있다.

또 설령 미러링이라는 것도 목적에서 남성의 여성차별 행위를 비판할 목적으로 행해졌다고 해서 무조건 표현의 자유로 정당화되지 않는다. 비판 목적, 비판 대상과의 관련성에서 일정한 한계가 있는 등 표현의 자유에는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은 타인의 남자 유아 사진을 훔쳐 와서 그 아이가 남성이라는 이유로 아이를 성적으로 유린하는 발언을 하고 린치를 하는 행위를 미러링이라는 명분으로 정당화할 수는 없다.

시사평론가 진중권과 정치인 이준석


그런데 이런 문화간섭 행위, 불법이 되고 범죄가 되는 문화 간섭을 없애려고 해도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왜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지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구조를 봐야 한다. 그래야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문제의 본질, 원인은 1차적으로 한국의 남녀불평등 문제다. 한국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남성에 비해 너무 열악하기 때문이다. -남성에 비해 열악하다는 것이지 다른 나라에 비해 열악하다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으로 열악하다는 것이지 가정적으로 열악하다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성평등 정책을 꾸준히 집행해서 한국 여성들의 사회적지위를 지금보다 획기적으로 더 높여줘야 한다. 특히 정치와 대기업에서 여성 국회의원, 여성 임원의 비중을 40% 선까지는 올려줘야 한다. 그럴 때 한국의 생산력은 획기적으로 높아질 수 있고 진보될 수 있다.

다만 성평등을 위한 수단, 즉 여성의 사회적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한 수단에서 여성할당제 같은 정책은 옳지 못하다. 자질과 역량이 부족한데도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막중한 책임을 지는 자리에 발탁한다면 공익이 심각하게 훼손된다.

진중권은 이준석과 여성차별 논쟁을 하면서 이준석이 여성할당제를 반대한다고 하자 여성할당제를 반대하는 것만으로 이준석을 성차별주의자, 갈라치기 정치인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나 여성할당제를 반대한다고 해서 성차별주의자가 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페미니스트 정치인인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수상도 여성할당제를 반대했다. 진중권의 논리라면 메르켈이 여성할당제를 반대했기 때문에 성차별주의자가 된다.

여성할당제 같은 결과 평등 정책은 진보좌파들이 선호하는 정책 수단이다. 보수우파들은 기회 평등 정책을 선호한다.

메르켈은 보수우파 신자유주의 정치인으로서 결과의 평등을 꺼리고 기회의 평등을 추구한 것이다. -나중에 메르켈은 당내 압력에 못 이겨 여성할당제 정책을 받아들이긴 했다.-

이준석이 성차별주의자라고 비판받을 지점은 여성할당제 같은 결과 평등 정책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부분이 아니라 여성할당제를 대체하는 기회의 평등 정책에 무심하다는 부분이다.

또 다른 문제의 본질, 원인은 한국 사회의 저성장 문제다. 이 저성장 문제는 신자유주의자들이 꾸준히 지적한 부분이다. 저성장이 계속되면 남녀 갈등이 심화될 것이라고.

신자유주의자들이 경고할 때는 한국 사회에서 지금처럼 남녀 갈등이 심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자들이 경고하고 전망한 대로 현재는 남녀 갈등이 극심하다.

한국 같은 신생 선진국이라면 최소한 3~4%대의 성장률은 유지해야 한다. 요즘 민주당이 내년 선거전을 치르면서 캐치프레이즈로 "성장률 3% 회복"을 내걸었다. 그간 "충분히 성장했으므로 이제는 더 성장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분배와 평등만을 주장해오던 민주당이었는데 오래 살고 볼 일이다.

다만 말만 3% 회복이지 민주당이 내세우는 정책 수단들은 3% 회복을 불가능하게 하는 것들이다.

한국 경제가 3~4%대 성장을 회복하면 남녀 갈등의 상당부분이 해소될 것이고 그렇게 성장은 분배와 평등에 기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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