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생, 읽기능력 우수한 편...사실-의견 구별 능력은 취약

OECD, 2018 PISA 읽기능력 그래프를 두고 많은 사람들 오해
중국학생 읽기능력 우수...영미계 국가, 사실-의견 구별능력 우수

이승훈 승인 2023.02.06 11:00 의견 0


최근 SNS와 인터넷커뮤니티에서 한국인들의 문해력 수준을 보여주는 그래프 하나가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심심한 사과'를 '따분한 사과'로 알아듣는 젊은 세대의 문해력 문제가 얼마 전 이슈가 되어서 인지 그래프를 보는 네티즌들은 "한국인들의 읽기 능력이 너무 처참하다"며 걱정 가득한 댓글을 올렸다.

문제의 그래프는 OECD가 2018년에 조사한 PISA (Programme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의 읽기 능력 테스트를 나타낸 그래프다.

PISA의 문해력 테스트는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테스트이고 기존의 문해력 테스트와 다른 차별적인 PISA 문해력 테스트의 특징은 산문뿐만 아니라 다양한 유형의 비산문(非散文)도 같이 테스트한다는 점, 비판능력 및 창의력도 테스트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그래프를 보는 사람들은 한국이 아래쪽에 있어서 한국인들의 읽기능력이 매우 낮다고 오해했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해했다. 이 기사를 읽는 독자들도 아마 그렇게 받아들였을 것같다. 그런 분들은 PISA 읽기능력 평균점수 하락에 기여하실 분들이다. 사실은 한국은 읽기능력이 괜찮은 편이다.

이 그래프는 일반적인 2X2 그래프의 X축 Y축의 척도가 독립적인 것과는 다르게 X축에 전반적인 읽기능력과 함께 Y축에 읽기능력 중의 하나인 사실-의견 구별 능력을 척도로 설정했다.

사실-의견 구별 능력이 전반적 읽기 능력 중의 하나이므로 보통의 경우 각국은 1사분면과 3사분면에 위치한다. 그래프 그림에 나타난 회색 사선을 따라 분포하게 된다. 그래서 회색 실선에서 수직 거리가 많이 떨어져 있는 한국과 터어키는 매우 특이한 나라임을 알 수 있다.

전반적인 읽기능력에서 세계 최고는 한자를 쓰는 중국인들이다. 왜 그런지 정확한 매커니즘은 잘 모르겠지만 뜻글자라는 한자의 특수성에서 기인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할 수 있다. .

사실-의견 구별 능력에서 세계 최고는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 영미계 경험주의 문화·철학이 발달한 국가들이다.

프랑스, 스페인 등 선진국이더라도 대륙계(중국대륙이 아니라 유럽대륙) 합리주의 문화·철학이 발달한 나라들은 사실-의견 구별 능력이 낮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은 전반적인 읽기능력이 X축에서 512점 정도 위치해서 평균점수 487점보다는 훨씬 높고 OECD국가 중 7위, 최상위권에 속한다.

일본인의 읽기능력과 비교하면서 일본도 한자를 쓰기 때문에 읽기 능력이 (한자를 쓰고 있지 않은 한국보다) 우수하다는 의견을 나타내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일본은 한국보다 더 왼쪽에 위치한다. 즉 일본인들보다 한국인들의 읽기능력이 더 우수하다.

그래프 상에서 한국은 OECD 7위, 512점 정도로 나타났다. 읽기 능력은 괜찮은 편이다. 한국인들이 과거에는 읽기능력이 나빴지만 요즘 사람들은 좋아졌다고 알고 있는 사람도 많은데 꼭 그렇지는 않다. 2004년 순위는 534점으로 OECD2위 였다. 2004년에 비해 2018년은 읽기능력이 많이 추락했다. 그래도 한국은 OECD 평균이상, 전체적으로 상위권에 속한다.

다만 한국은 사실-의견 구별 능력이 매우 부족하다. 정답률이 23%정도로 세계 최하위권이다. 읽기 능력이 우수한데도 불구하고 사실-의견 구별 능력이 매우 낮다는 것은 특이한 현상이다. 그래프에 나타난 회색 사선에서 수직 거리가 한국만큼 멀리 떨어져 있는 나라가 없다. 한국이 가장 멀다.

2004년의 조사에서 사실-의견 구별 능력이 소개된 자료는 구할 수 없었다. 그러나 사실-의견 구별 능력이 쉽게 바뀌는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드므로 과거도 지금과 비슷한 분포를 보였을 것이라고 가정을 해본다.

그 가정에 근거해서 의견을 덧붙이자면, 사실-의견 구별 능력은 경험주의 실증주의 자유주의 문화, 철학이 발달한 영미계 국가들이 뛰어나다. 그리고 한국은 그런 경험주의 실증실용주의 자유주의 문화와는 정반대인 대륙계 합리주의, 명분, 권위주의 문화가 발달했다고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다.

영미 경험주의는 귀납적으로 경험을 하나하나 확인해서 지식을 쌓아간다. 대륙 합리주의에서 합리는 미신 부조리에 대응하는 합리가 아니라 경험에 대응하는 합리다. 대륙합리주의는 다른말로 데카르트적 합리주의라고 한다.

즉 데카르트라는 철학자가 '방법서설'에서 말한 그 '직관'에 따라 정한 대전제를 가지고 연역적으로 삼단논법을 통해 지식을 쌓아간다. 이때 그 대전제는 경험하지 않아도 직관에 따라 자명한 진리라고 보는 점이 영미 경험주의와 가장 극명하게 구별되는 대륙합리주의 인식의 특징이다.

이런 식으로 대륙 합리론적으로, 데카르트적 합리주의적으로 사고하면 사실과 의견의 구별이 모호해질 수밖에 없다. 이건 문화적이고 습속적인 것이다.

글을 읽을 때, 문해를 할 때, 사실과 의견을 구별하는 것은 문해력을 기르는 데, 특히 창의력과 비판능력을 높이는 데에 매우 중요하다. 영미계 사람들처럼 사실에 근거해서 논리를 전개해나가는 것과 대륙계 사람들처럼 의견일 뿐인 것을 직관에 따라 사실로 간주하고 논리를 전개하는 것은 큰 차이를 만들어 낸다.

그 밖에... 주어를 생략하는 습관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예를 들면 OJ심프슨 사건에 대해 OJ심프슨은 유죄냐 무죄냐라는 질문에 대해 한국인들은 상당수는 주어를 생략하면서 "(OJ심프슨은) 유죄다" 혹은 "(OJ심프슨은) 무죄다"라고 대답한다. 이렇게 대답하면 이게 사실을 서술한 것인지 의견을 서술한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러면 듣는 사람은 알아서 적당히 듣는다. 이렇게 주어를 생략하고 말하는 습관은 사실인지 의견인지 구별하는 데에 별 관심이 없는 것과 연결된다.

그리고 한국인들 일부는 "(나는) OJ심프슨은 유죄라고 생각한다" 라고 혹은 "(나는) OJ심프슨은 무죄라고 생각한다"라고 대답하고. 미국인들은 주어를 밝히면서 "나는 모르겠다(배심원이 잘 판단했을 것이다)"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사실-의견 구별 능력을 기르려면 가급적 주어를 써서 문장을 구성하는 버릇을 들이며, 주어가 1인칭인지 아닌지, 개인인지, 아니면 집단인지, 권위가 인정되는 기관인지 등을 살펴 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또 사용하는 단어가 주관적인 의미가 담긴 단어인지 객관적인 의미가 담긴 단어인지를 구별해보는 습관도 능력을 기르는 데에 도움이 된다. 형용사와 부사의 사용도 관련이 있다. 형용사와 부사가 쓰이면 아무래도 의견을 서술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한국학생들의 읽기 능력이 우수한 편이지만 2000년대 초에 비하면 읽기 능력이 많이 저조해졌다. 이것이 일시적인 현상인지는 추세가 생긴 것인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지만 경계, 대비가 필요해 보이기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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