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만 음경이있다”는 문제에 ‘참’이라고 답한 학생에게 오답 처리한 사건이 미국에서도, 그리고 한국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사연은 이러하다.
미국 시애틀 실스 국제 고등학교에서 최근, 한국의 1학년에 해당하는 10학년을 대상으로 ‘젠더와 성의 이해’ 관련 시험을 시행했다.
시험 중 한 문항은 ‘모든 남성에게는 음경이 있다’란 명제에 대해 참·거짓으로 가르는 문항이었고, 이에 한 남학생은 답안에서 “남성만이 음경을 갖고 있다”는 말을 관련 설명으로 서술했다고 한다.
또 ‘오직 여성만이 임신할 수 있다‘란 명제 관련 찬반 문제에 대해서는 참이라 답했다고 한다.
그러자 시험을 시행한 교사는 “여성도 음경을 가질 수 있다”, “남성도 임신할 수 있다고 믿는다”라며 해당 학생을 불합격 처리시켰다는 소식이 알려져서 미국에서 큰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이 어제, 오늘(12월 16일) 국내 여러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하면서 한국에서도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중이다.
한국에서 대부분의 의견은 "오답 처리한 것이, 불합격 처리한 것이 말이 안된다"는 반응이다. 어떤 의사 선생님도 자신의 SNS에서 '납득할 수 없다'는 뉘앙스로 이 사건을 언급하기도 했다.
어떻게 봐야 할까?
이 시험은 젠더 과목, 사회과학 계열의 시험이다. 즉 사회적 성을 공부하는 과목에서 나온 문제라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교사는 "여성도 음경을 가질 수 있고 남성도 임신할 수 있다고 믿는다"라면서 학생의 항변을 기각했다.
평판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접근해 보자. 평판, 즉 Reputation이라는 것은 생각하다, 논쟁하다라는 뜻을 가진 어근 'pute'와 반복, 누적이라는 뜻을 가진 접두사 're'가 결합한 합성어다.
즉 사회에서 논란, 이슈가 되는 것들이 계속 쌓이면서 그에 대한 평가가 이뤄진 것을 평판이라고 한다.
남성과 여성 등 성에 대한 평가가 성평등 의식이 신장되면서 생물학적 성이 아니라 사회적 성을 기준으로 성을 평가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런 논란과 평가가 계속 쌓이면서 현재 현대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남성과 여성을 생물학적으로 평가하지 않고 사회적으로 평가한다는 '평판'이 확립되었다.
예를 들면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성전환자를 법적으로 주민등록상에서 생물학적 성이 아닌 사회적 성으로 인정하고 있다. 한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이니까.
생물학과 사회학, 법학은 다르다. 사실(sein)과 당위(sollen)가 다르다. 그래서 평판과과 사회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보면 그리고 젠더 과목, 즉 사회적 성을 공부하는 과목에서 나온 문제라는 것을 주목하면 학생의 답은 오답이 맞다.
다만 교사가 설명을 제대로 못했다. '젠더' 과목에서는 사회적인 성이 중시된다. 그리고 이 사회적인 성은 트랜스젠더에서는 법적으로도 인정되기도 한다.
즉 FTM(원래 생물학적 여성이지만 남성으로 성전환 한 사람)은 남성으로, MTF(원래 생물학적 남성이지만 여성으로 성전환한 사람)는 여성으로 인정된다. 이게 현대 자유민주국가의 확립된 규범 질서이고 평판이다.
그래서 여성도 음경을 가질 수 있고 남성도 임신할 수 있다. 여기서 교사가 "믿는다"라고 설명하면 부적절한 설명이다. 왜냐하면 믿는 게 아니라 사실이 그러하니까. 왜냐면 사회적으로 성은 젠더로써 보기 때문이다.
아래 사진은 트랜스젠더 커플 FTM 남성과 MTF 여성 커플이 임신한 모습이다. 이렇게 남성도 임신할 수 있다.
이 두 사람은 인도 남부 케랄라주에 사는 지야 파발(21)과 연인 자하드(23)다. 두 사람은 본인들의 성전환 과정을 밟고 있던 와중 아기를 갖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남자로 태어났지만 외모가 여자로 바뀌었고 또 여자로 태어났지만 외모가 남자로 바뀌었지만 원래의 생물학적 성으로서 생식기 기능이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에서 두 사람은 임신을 했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사회적 성을 중시하는 게 자유민주주의 사회의 일반적인 평판이고 규범이기 때문에 이렇게 "남성도 임신을 할 수 있다" "여성도 음경을 가질 수 있다"라고 해야 옳은 서술이다.
어떻게 보면 문제를 꼬아서 낸 것 같기도 하다.
문제가 나온 취지를 보면 과거의 잘못된 상식을 뒤엎기 위해서 저런 문제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변별력도 확보하고.
"남성이 원한다면 음경을 없앨 수 있나?” “여성도 원한다면 음경을 가질 수 있나?”이렇게 문제가 나왔다면 학생이 다르게 답했을 수도 있겠다. "의학 발달로 가능하다"는 게 정답일 텐데,
그러나 의학 지식을 가르치는 시간이 아니고 사회학과 법학 지식을 가르치고 젠더를 가르치고 현대 자유민주주의 사회의 규범을 가르치는 수업이니까 문제를 그런 식으로 의학상식에 초점을 두고 내지는 않는다.
오답 판정을 받은 학생의 어머니는 "자신의 신념에 반한다는 이유로 오답을 처리하는 것이 어떻게 합법적이냐?"라고 항변했지만 이 문제는 자신의 신념이 무엇이냐를 묻는 질문이 아니고 현대 자유민주주의 사회의 보편적인 사회규범이 어떠하냐고 묻는 질문이기 때문에 어머니의 항변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 같다. 사회가 그렇다는 것을 말하는 게 자신의 신념과 배치되지는 않는다.
굳이 꼭 신념을 지키자면 학생은 "남성도 임신할 수 있다는 것이 사회적 성을 중시하는 현대 자유민주주의 사회의 규범 질서이지만 나는 생물학적 성으로 사회의 성을 봐야 한다고 본다"면서 자신의 신념을 부가하면 되겠다.
다만 교사가 “남성도 임신할 수 있다고 믿는다”라고 표현한 것을 보니 교사도 젠더와 현대 자유민주주의 사회의 규범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조금 아이러니하고 코미디 같은 상황이다.
물론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도 젠더를 승인하지 않은 지역이 있을 수 있으며 승인의 정도에도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미국 영국 등에서 젠더승인법이 통과된 지역에서는 성전환 수술 없이도 법적으로 성별정정이 가능하고, 성전환 수술 없이 자신의 성에 대한 인식만으로도 본인이 선택한 성을 법적으로 인정받고 그 선택으로 인해 차별 받지 않을 권리를 보장받는다. 한국에서는 그정도로 높은 수준으로, 즉 단지 자신의 성에 대한 인식만으로 선택한 성을 법적으로 인정해주지 않는다.
어쨌든 젠더 과목 수업에서는 젠더를 승인한다는 것을 전제 사실로 두고 수업을 하기 때문에 "남성도 임신할 수 있다"는 것이 전제 되어있기 때문에 "여성만이 임신이 가능하다"고 답하면 오답이 된다.
그렇다 하더라도 젠더 과목 수업에서는 젠더를 승인한다는 것을 전제 사실로 두고 수업한다.
평판경제신문 발행인 겸 기자. 레마코리아 대표이사. 문화정책학·과학기술정책학 박사 과정 재학 중,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경제사상을 연구하면서 정치적 자유주의와 경제적 자유주의를 통합하는 포스트자유주의 이론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평판경제신문
이승훈
jake.seungho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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