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로버츠 美대법원장 "AI, 법원 업무방식 변화시킬 것"

존 로버츠 미국 대법원장 ‘2023년 연례 연말 보고서’에서 AI 거론
법의 비인간화, 판례 환각, 기밀정보 누출로 인한 AI윤리 문제 제기

이승훈 승인 2024.01.02 11:00 의견 0
존 로버츠 미국대법원장 / 사진=퍼블릭도메인


AI(인공지능)이 법원의 업무방식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것이지만 당분간 인간 판사는 한동안 존재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로이터를 비롯한 미국 매들은 지난 12월 31일 존 로버츠 미국 대법원장이 ‘2023년 연례 연말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AI로 인한 법원의 변화상을 소개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AI가 대중의 사법 접근성을 높이고 시간과 비용을 단축시켜 주는 장점이 있지만, 콘텐츠 진위 논란과 개인정보 미보호 등의 우려가 크다"면서 "주의와 겸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AI는 분명히 변호사와 변호사가 아닌 사람에게 똑같이 핵심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극적으로 높여주는 대단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사생활권을 침해하고 법을 비인간적으로 만들 위험성도 그만큼 분명히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AI로 인한 법률적 위험성에 대해 거짓 정보를 사실인 척 지어내는 '환각'으로 가짜 판례가 생성되기도 한다는 점과 AI 대화 과정에 기밀정보를 입력하면서 당사자가 위험에 빠지는 부작용을 우려했다.

실제로 지난 해에 변호사들이 변론서 작성에 AI를 이용했다가 허위 판례가 포함돼 문제가 되는 일들이 지난해 여러 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AI의 도입에 따라 법조인들이 대체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역할도 분명히 존재한다"며 "인간 판사는 한동안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예를 들어 판사는 선고 시 피고 진술의 진정성을 측정해야 하는데 이때 떨리는 손과 목소리, 어조의 변화, 한 방울의 땀, 잠깐의 주저함, 순간적인 시선 회피 등 뉘앙스가 중요하다"고 했다. 이런 요소들을 AI가 판단하기는 무리라는 뜻이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판사의 업무, 특히 재판 수준에서, AI에 의해 상당히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면서 "AI가 가난한 소송 당사자의 사법 접근성을 높이고, 법률 연구에 혁명을 일으키는 것은 물론 법원이 사건을 더 빠르고 저렴하게 해결하도록 지원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AI의 도입으로 '환각'이나 기밀정보 누출 등 인공지능 윤리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보고서에는 법원의 새로운 윤리 강령은 언급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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