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전각 복원, 명분이 있는 사업일까?

과거와 현재의 정당성이 만나야 역사 복원의 명분 생겨
시민 한 명 한 명, 골목길 거닐 던 백성의 기억이 더 소중

이승훈 승인 2024.01.19 16:02 의견 0
경복궁 근정전 / 사진=궁능유적본부


광복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경복궁 전각을 복원한다는 소식에 시민들의 반응이 미적지근하다. 뉴스의 댓글에는 온통 반대하는 의견들 뿐이다. 살기가 어려운 경기침체기 탓도 있겠지만 경기가 좋아져서 살기가 좋아졌다고 해도 의견은 그다지 다를 바가 없을 듯하다.

경복궁 전각 복원 반대 의견이 꽤 많지만 '죽창을 손에 든 무리들로부터 토왜 척결대상으로 몰려 죽창이 배에 꽂힐까 두려워하는 마음에' 감히 의견을 공개적으로 내지 못하고 그대로 묻혀버린 듯하여 경복궁 전각 복원 반대의 입장에서 문제를 다시 바라보는 글을 쓴다. 이문제는 친일 반일과 무관한 문제다.

역사적 건축물은 아무리 당대의 인식이 거부한다고 해서 굳이 파괴할 것도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굳이 파괴된 역사적 건축물을 막대한 돈을 들여 복원할 것도 없다.

복원을 할 필요가 있는 경우도 있다. 복원을 한다면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와의 관련성 아래 자유민주주의를 더욱 강화한다는 역사의식에 부합해야 복원의 필요성이 있다.

그런데 도대체 경복궁 전각 복원이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와 무슨 관련이 있나? 곰곰히 생각해보자. 일제가 경복궁 전각을 없앴다는 것은 복원의 명분이 되지 않는다.

경복궁 전각 복원이 현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에서 있을 수 있는 관련성을 찾자면 인민 백성의 고혈을 착취해가며 도탄에 빠뜨리고 극소수 기득권들만 호의호식한 조선의 개차반 같은 역사를 되풀이하지 말자는 경각심을 살리는 데에는 유용해서 관련성을 찾을 수 있기는 하다.

복원된 경복궁 전각을 보며 '금준미주천인혈(金樽美酒千人血)의 화신인 조선의 왕가와 기득권들이 당백전 발행해가며 개차반 같은 짓을 했구나'하면서, 경복궁 전각 기둥에 침을 퉤퉤 뱉어가며 대대손손 조선과 경복궁을 조롱과 모욕의 대상으로 삼으면 유용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경각심을 살리기 위해서, 조선과 경복궁을 조롱하기 위해서라고 해도 도대체 왜? 그렇게 혈세를 들여서까지 조선왕조 복벽을 추구할 필요까지는 없다. 그냥 역사책에 몇 줄 서술하면 비판에 충분하다.

지금의 기준으로 구한말 당대를 평가하자는 것도 아니다. 당대의 기준으로 봐도 경복궁 전각 복원은 넌센스다. 경복궁 전각 복원을 찬성하는 이들은 베를린 궁과 바르샤바 궁 복원을 비교 사례로 든다.

그러나 프로이센 독일제국의 베를린 궁 복원은 당대에 제국주의긴 했지만 독일 민족, 백성을 위한 나라였기에, 그리고 갈래갈래 찢어져 핍박받던 독일 민족이 프로이센을 중심으로 뭉쳐서 독일제국을 건설했다는 점에서 현 통일 독일에게는 복원의 필요성이 있다. 국민통합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폴란드 바르샤바 궁 역시 폴란드인의 정신을 회복한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복원의 필요성을 인정할 수 있다.

이렇게 과거와 현재의 정당성이 만나는 접점이 있어서 복원의 명분, 필요성이 생긴다.

그런데 구한말 조선은? 당백전 발행해가며 자국 국민들을 착취해서 만든 경복궁은? 도대체 무슨 복원의 명분이 있을까? 찬란한 역사라면서 사기쳐서 관광객들의 돈을 뜯으려고?

미친 짓이다. 오세훈 시장은 부디 역사의 주인의식, 명예의식을 찾길 바란다.

내가 보기엔 천박하고 사유가 피상적이기만 한 인간들이 자신이 천박하다는 것을 감추려고 사유가 피상적이라는 것을 감추려고 멋도모르고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에 정면으로 거역하는 왕조주의 기념물을 덕지덕지 덧칠하는 것으로 보인다.

광복과 복벽은 천지 차이다. 광복은 임시정부의 광복이지 조선왕조의 광복이 아니다. 기념할 것을 기념해야 한다.

과거 새문안 복원 작업에 참여한 적이 있었던 한 큐레이터는 "군주나 왕실의 권력을 옹립하는 엄숙성이나 역사주의는 잘 먹히고, 정작 새문안 동네에 살았던 시민 한 명 한 명의 추억이나, 이곳에서 맞선을 보았고 한옥 식당 골목을 다녔던 이들의 기억은 존중될 수 없었다."고 고백한다.

무엇때문에, 왜 폭정의 상징인 경복궁과 조선의 건축물을 복원해야 하는지, 조선의 건축물을 복원한다면 어디를 어떻게 복원해야 하는지를 다시 한 번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지난 해에는 광화문의 월대를 복원한다고 시민들에게 많은 불편을 주기도 했다. 당시도 시민들의 반대의견이 많았다. 요는 '조상의 이름으로 후손을 괴롭히고 힘들게 하는 행위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이다.

경복궁 전각 복원에 대해서 인공지능에게 물어보니 이런 답변이 나온다. 참고로 경북궁 전각 복원에 대해서 " 백성을 탄압하고 가혹한 정치를 일삼은 폭군(암군)의 역사적 건축물"이라고 정의하면서 질문한 것이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백성을 탄압하고 가혹한 정치를 일삼은 폭군의 역사적 건축물을 단장하고 기념하는 일은 용인되기 어렵습니다. 민주주의 국가는 국민의 자유와 인권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치 체제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폭군의 통치로 인해 고통을 겪은 국민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이러한 폭군을 기리는 행위를 용인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폭군의 역사적 건축물이 단순히 역사적 유물로서의 가치만을 지닌다면, 이를 보존하는 차원에서 복원하거나 단장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에도 폭군을 찬양하거나 미화하는 내용의 안내판이나 전시물 등을 설치해서는 안 됩니다. 또한, 폭군의 통치에 대한 부정적인 측면을 함께 소개하여, 국민들이 폭군의 행위를 기억하고 올바른 역사적 평가를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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