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의 부유함' 한국과 외국의 반응이 너무 다르다
한국인들은 물질적인 부가 최고의 가치, 가족은 이야기 하지 않아
외국인들은 가족의 사랑이 최고의 가치, 정신적인 부를 이야기 해
이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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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20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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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의 부유함'이라는 짤로 인터넷상에서 돌아다니는 밈이다.
이 밈을 보는 한국인과 외국인들의 댓글 반응이 180도로 다르다.
외국인들은 가정의 화목, 사랑을 보여주는 그림이라며 정신적인 부를 말한다. "나의 집이 저렇다"면서 뿌듯해하면 다른 이가 댓글을 달면서 "최고"라고 해주고 정겨운 댓글 대화가 이어진다. 그리고 "아버지에 대해서 감사한다"든가 "2024년에도 가족을 아끼며 사랑하며 살아야겠다"라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이 부를 물질적인 부로 생각한다. 벽에 액자를 걸 정도니 집은 자가이고.. 젊어서 애를 둘이나 낳았고 정시 퇴근에 편안한 직장이니... 이렇게 해석하면서 "부자다"라고 한다. 반은 농담이겠지만...
어느 설문 조사를 보면 외국인들은 거의 모든 나라에서 가정의 행복이나 사랑을 최고의 가치로 꼽는데 한국인들은 대부분 물질적인 부를 최고의 가치로 꼽고 가정의 행복, 사랑, 신뢰 등이 매우 낮은 순위로 떨어져 있었다. 그 설문 조사를 생각하면 한국인들의 반응은 농담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원래 이 밈은 alimiriart라는 아랍인이 만든 그림인데, 원래 그림의 제목은 아랍어로 대략 '우리가 없을 때 우리를 기다리게 하는 사람이 되자' 정도의 뜻이다. 가족의 사랑을 그렸다.
이걸 Dividened Hero라는 서양인이 'This is what wealth looks like in 2024'라는 제목으로 바꿨다. 그리고 "2024년에는 가정적으로 정신적으로 부유하게 살자", "가족이 최고의 가치다"라는 메시지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는데...
한국은 뭐 아예 결혼을 안 하겠다거나 결혼을 해도 애를 안 낳겠다고 한다. 한국이 훨씬 부유하고 편하고 풍요로워도 그런 반응들이 나온다. 가정의 화목과 행복이라는 주제로는 아예 댓글이 달리지 않고 '가정의 행복'이나 '정신적인 부'라는 주제로는 대화가 되지 않는다.
1980년대만 해도 한국의 1인당 GDP가 1700달러 정도였다. 지금 베트남의 절반 수준. 그때는 정말 보리쌀도 없어서 아예 배를 곯는 일이 많았다. 내가 좀 못 사는 동네에 살기는 했지만, 다들 밥 굶기를 밥 먹듯이 했다. 농담이 아니다.
목욕은 1년에 두 번 설과 추석 연휴 전날에 하고 단칸방, 지금 영등포 쪽방 같은 집이 대부분이고 지붕은 슬레이트에 기름종이를 덮은 가건물 같은 집에서 집집마다 대여섯 식구가 쪽방에서 거주하며 살았다. 집에 화장실은 공동화장실을 쓰거나 아니면 아예 화장실이 없기도 해서 거리 길바닥에 똥오줌을 싸고 그랬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진짜 너무너무 부유해졌고 풍요로워졌다. 그래도 한국인들은 풍요로움을 모르고 결핍을 느낀다. 한국인들은 결핍이라는 게 대부분 물질적인 부라고 생각하지만 정신적인 부가 결핍된 것이 아닌지 한 번 생각해 볼 필요는 있다.
평판경제신문 발행인 겸 기자. 레마코리아 대표이사. 문화정책학·과학기술정책학 박사 과정 재학 중,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경제사상을 연구하면서 정치적 자유주의와 경제적 자유주의를 통합하는 포스트자유주의 이론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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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jake.seungho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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