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국제정치에서 방어 목적의 윤리적 폭력이 난무한다. 이와 관해서 핵무기와 상호확증파괴 전략을 비난하는 지식인들이 많다. 그러나 이는 국제정치 전략과 정책에 대한 오해다.
그 오해를 하는 지식인들 중에 벤자민 라바툿이 있다. 벤자민 라바툿은 최근 떠오르고 있는 소설가 중의 한 사람으로 "과학사와 세계사를 뿌리째 뒤흔든 '폭발적 지성' "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필자가 벤자민 라바툿을 보기엔 그의 소설가적 상상력이 학문적 엄밀성을 무시하고 있다.
아래는 벤자민 라바툿의 <미치광이>141 쪽을 발췌한 것이다. 필자는 상호확증파괴, 즉 상호몰살 전략을 오해하고 폄훼하는 '소설가' 벤자민 라바툿의 생각에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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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위기 또한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돼 온 파동이 얽히고 설키는 현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중 대표적인 것 하나는 바로 폰 노이만이 참여 했던 MAD(Mutually Assured Destruction)전략이다. 번역을 하자면 ‘상호 몰살 전략’이 될텐데, 이것은 미국과 소련중 공격을 받은 나라가, 공격한 나라를 몇번 파괴하고도 남을 만큼 최대의 반격을 하여 아무도 선제공격을 하지 못하게 한다는, 말하자면 ‘공포에 의한 평화’의 논리이다. 인간이 얼마나 이성의 노예가 될 수 있는가를 잘 보여주는 부분이다.
폰 노이만은 모르겐슈타인과 함께 ‘게임이론’을 바탕으로 이 MAD를 만들었는데 (두사람은 게임이론의 공저자이다) 게임이론은 사실 경제행위자들의 행동양태를 수학적바탕으로 설명하는 이론이었다. (암튼 경제행위자들은 합리적이라고 게임이론은 전제하였는데 그 전제는 오류라는 것이, 즉 경제행위자들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런데 이 ‘상호 몰살 전략’을 가장 먼저 적용한 것이 미군부였고 폰 노이만 역시 평화주의자가 아니었다. 그는 3차대전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소련이 핵무장을 하기 전에 공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 벤자민 라바툿 <미치광이>141 쪽 발췌-
필자는 벤자민 라바툿의 견해에 반대한다. 일단 '공포에 의한 평화'의 논리는 실제로 지금까지 잘 작동하고 있다. 소련과 미국, 러시아·중국과 미국 사이에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가 바로 '공포에 의한 평화' 덕분이다.
상호 확증 파괴 전략, 공포에 의한 평화 덕분에 핵무기 확산 이후 세계는 점점 더 평화로워졌고 인류는 역사 이래 가장 전쟁이 적은 황금기를 구가해오고 있다. 여기에 신자유주의의 확산이 더해저 세계는 점점 더 평등해져 왔다.
이는 일어난 일을 바탕으로 이전의 생각을 합리화하는 '후견지명'이 아니다. 필자는 이러한 일들을 오래전부터 예측해왔다. 물론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는 핵무기의 위험을 이유로 지구종말의 시간을 매년 발표한다. 지구 종말의 날을 알리는 '지구 심판의 날 시계'는 1947년에 만들어졌을 때 자정 7분 전이었다. 최근에는 기후위기 까지 지구 종말을 초래한다고 보아 핵무기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근거로 지구 심판의 날 시계가 작동되는데, 현재 90초 남았다. 이 90초가 0.1초까지 되는 데에 걸리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아마 수천 년이 되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시듯이 핵무기가 없으면 러시아 같은 강대국에게 속절없이 당하게 된다. 서구 언론, 그리고 서구 언론을 받아쓰기한 한국 언론 거의 대부분이 우크라이나가 승리한다고 했지만 필자는 전쟁 발발 전부터 러시아가 돈바스만 추가 점령한 채 장기전으로 러시아가 승리한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가 패배한다는 예상의 가장 큰 근거 중의 하나가 핵을 가진 러시아에 대응하는 우크라이나가 핵무기가 없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핵을 가지고 있다가 폐기했다.
게다가 중국과 인도를 비롯한 제3세계가 미국·NATO편을 들지 않고 러시아 편을 들게 되어 있었다. 중첩적다자주의 구도 때문이다. 아무리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을 쓴다고 해도 인도가 자국 이익을 포기하고 미국 편을 들어줄 수는 없다. 결국, 현재 보면, 방어전과 장기전에 특화된 러시아가 제3 세계와의 경제적 협력을 바탕으로 승리를 굳히고 있다.
그리고 벤자민 라바툿이 상호 확증 파괴 전략, 상호 몰살 전략을 가장 먼저 적용한 것이 미군부라고 하지만 벤자민 라바툿이 상호확증파괴 전략을 착각했다.
상호확증파괴 전략이라는 것은 '현재 핵을 가지지 않은 아군'이 '현재 핵을 가진 상대방'에 대응하는 전략이다. 따라서 핵을 가진 미국이 핵을 가지지 않은 소련에 대응하는 상황에서의 전략은 상호확증파괴(상호몰살) 전략이 아니다.
핵을 가지고 있지 않은 소련의 경우 미국이 핵을 가지고 있다면 미국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 정책에서 어떤 선택이 가장 바람직할까? 당연히 소련도 핵을 가지는 것, 상호 확증 파괴 전략, 정책이 가장 바람직하다. 나만 몰살당하든가, 아니면 나와 상대가 같이 몰살당하는 것 두 가지 선택 중에서 전자를 선택할 사람은 자기희생 정신이 강한 종교인 밖에 없다. 후자를 택하면 여러가지 가능성이 열린다. 대화와 협력의 가능성까지 열린다.
당시, 핵을 가진 미국이 핵을 가지지 않은 소련에 대응하는 상황에서의 전략은 상호확증파괴 전략이 아니라 예방 목적의 선제공격 전략이라고 한다. 예방 목적의 선제공격 전략은 방어 목적의 선제공격 전략의 일종이다.
벤자만 라바틋이 전략 정책을 오해하고 있다는 주장은 이쯤 하면 충분히 반박되었을 것이라고 본다. 게임이론에 대해서도 오해를 많이 하는데 경제학이라는 것이 엄청 쉬운 학문이지만 깊이 들어가면 만만하지 않은 학문이다. 허술한 학문은 절대 아니다. 아무튼 일단 각설하고, 지금부터는 예방 목적의 선제공격 전략에 대해서 논술한다.
UN과 국제법질서는 일체의 폭력, 일체의 선제공격을 부정하고 있다. 설령 방어를 이유로 하더라도 일체의 선제공격은 국제법 위반이다.
방어할 상황이 아닌데 오랜 시간 뒤에 혹시 상대가 나를 공격할 것을 미리 예상해서 지금 상대를 공격하는 것을 예방 목적의 선제공격이라고 한다. 영어로는 프리벤티브 워(preventive war)라고 한다.
임박한 위험 상황에서 방어를 이유로 선제공격하는 전쟁은 프리엠프티브 워(preemptive war)라고 한다. 프리엠프티브 워(preemptive war)도 국제법상 불법인데, 이보다 더 호전적인데다가, 위험 상항이 임박하지도 않고 아주 먼 장래에 일어날지도 모르는 위험상황에 대비하여 선제공격하는 프리벤티브 워(preventive war)는 말할 것 없이 당연히 불법이다.
제2 차 세계대전 이후의 국제법질서를 '신국제법질서'라고 한다. 신국제법질서가 프리벤티브 워(preventive war)를 당연히 국제법 위반으로 보고 프리엠프티브 워(preemptive war) 역시 국제법 위반으로 보는 이유는 그런 폭력을 허용하면 군사강국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고, 전쟁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러한 전쟁에 대한 비난의 타당성이 있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소련에 대하여 예방 목적의 선제공격 프리벤티브 워(preventive war) 전략 정책을 채택하려고 했었다. 이것은 상호확증파괴(상호몰살)전략 정책이 아니다.
그러나 2차세계대전의 정리를 위해 단념했다. 이때는 그나마 신국제법질서 즉 일체의 폭력, 일체의 선제공격을 부정하는 국제법질서가 정립되기 이전이어서 이해할만했다.
그 후 미국과 영국, 이스라엘, 그리고 영연방 몇 개국(약칭해서 영미제국이라고 하겠다. 여기서의 제국은 제국주의와 무관하다. 네그리 하트의 제국이다. )은 방어를 이유로 임박한 위험상황에서의 선제공격인 프리엠프티브 워 (preemptive war)는 정당하며 허용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힘을 가지고 있는 나라여서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이다.
그러다가 이 영미 제국은 911 테러 이후부터는 임박한 위험상황이 아니더라도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선제공격인 프리벤티브 워 (preventive war)까지도 정당하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실제 프리벤티브 워 (preventive war)를 부시 주니어 시절 이라크 전쟁에서 감행했다. 그리고 이 국제법상 전쟁범죄에 해당하는 행위에 노무현 정부가 동참했다.
- 전쟁범죄를 저지른 국가의 국기를 전범기라고 하면서 폐기해야 한다고 하는 서경덕 교수는 한국이 이라크에서 전쟁범죄를 저지른 것에 대해서는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 서경덕 교수 논리에 따르면 태극기도 전범기에 해당하기 때문에 사용이 금지돼야 한다. 아무튼-
미국이 예방 목적의 선제공격이라는 전쟁범죄를 저지른 이후에 국제정치는 새로운 고민을 떠안게 됐다. 바로 '방어적 침략전쟁 시대에 윤리적 폭력'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다. 이를 논하고 있는 책이 바로 Carlo Bordini의 윤리적 폭력이라는 책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미국과 예멘, 이란과 파키스탄. 러시아와 나토(우크라이나) 등등 이 모든 서로 다른 갈등은 카를로 보르디니가 동의할지는 모르겠지만 필자(내)가 보기엔 다들 프리엠프티브 워 내지 프리벤티브 워다. 미국이 이라크 전쟁에서 프리벤티브 워를 개시한 이후부터 벌어진 불행한 세계사라고 할 수 있다.
이들 나라들은 상대와 싸우는 자기들의 눈으로는 자신의 전쟁은 '방어적인 전쟁'이다. 양측은 자신이 과거 또는 현재의 공격에 정당하게 대응한다고 생각한다. 국제법질서가 이 '방어적인 전쟁'까지도 불법이라고 하고 있지만 미국이 이라크전에서 프리벤티브 워라는 전쟁범죄를 저지르며 신국제법질서를 무시한 이후로 이러한 '방어적인 전쟁'이라는 이름의 침략 전쟁이 속절없이 정당화되고 있다.
그러나 적어도 상호확증파괴 상호몰살 전략 정책만은 비난할 것이 아니다. 상대가 핵을 가지고 있는데 내가 핵을 가지지 않을 수 있나? 신국제법질서 (평화 질서)에서 가장 큰 딜레마인데 필자는 이를 중첩적다자주의 구도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평판경제신문 발행인 겸 기자. 레마코리아 대표이사. 문화정책학·과학기술정책학 박사 과정 재학 중,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경제사상을 연구하면서 정치적 자유주의와 경제적 자유주의를 통합하는 포스트자유주의 이론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평판경제신문
이승훈
jake.seungho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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