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GPT에 응웬쑤언푹 주석 사임의 배경을 물어보니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한 자세한 답변은 회피하도록 설계된듯
현행화되지 않은 기초 사실관계와 맥락에 벗어난 답변은 실망스러워

이승훈 승인 2023.01.19 21:18 의견 0
CharGPT 화면


최근 한국의 최대 무역 수출국이 베트남이 되었을 정도로 한국에 베트남의 정치경제적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친한파이자 온건실용파로 알려진 응웬 쑤언 푹(Nguyen Xuan Phuc) 주석이 휘하 측근의 비엣아 스캔들과 부정부패 연루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지고 17일 자진 사퇴했다.

푹 주석 사퇴의 정치적 배경이 궁금해서 ChatGPT에 물어보니 상식이하의 답변이 들어왔다.

ChatGPT는 푹 주석이 친중파인지 아닌지도 모른다고 한다. 심지어는 푹의 주석직 사퇴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사퇴한 사실은 이미 서구 유력 영자지에서도 대대적으로 보도된 사실이다. 그런데도 ChatGPT는 그 사퇴 사실 조차도 모르고 있는 거다.

베트남은 권력투쟁을 부패척결이라는 명분을 가지고 하는 나라다. 보수파-진보파 혹은 부패척결 강경파-온건실용파, 북부(하노이)파-남부(호치민)파, 친중파-다자주의파의 파벌 싸움이 치열한 나라다.

현재 베트남 제1 권력자인 응웬 푸 쫑(Nguyen Phu Trong)은 서기장직을 3연임하고 있을 정도로 권력기반이 공고하다.

쫑 서기장은 북부파(하노이출신)에 보수파, 부패척결 강경파, 친중파로 분류돼 있다.

반면 푹 총리는 중부 출신이고 쫑 서기장과 서기장 자리를 놓고 대결했던 쫑 서기장의 정적(政敵)인 남부 출신 친미 다자주의파 응웬 떤 중(Nguyen Tan Dung) 총리 쪽 사람이다.

푹 총리의 중국에 대한 입장은 명확하지 않다. 다만 친한파이고 경제에 대해서 매우 실용적인 신자유주의 성향이 있으며 친미 다자주의파인 응웬 떤 중 쪽 사람이라는 점에서 쫑 서기장 만큼 친중 스탠스는 아닌 것 같다.

쫑 서기장은 푹 총리의 능력을 봐서, 그리고 정적에 대해 숨통을 완전히 틀어막지는 않기 위해서 푹 총리를 기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도 정적을 배려해서 자진사퇴 식으로 푹 주석을 사퇴시킨 것으로 보인다.

필자의 추측으로는 이번에 쫑 서기장의 '부패척결 강경 드라이브'와 '친중노선 강화'라는 두 가지가 푹 주석의 사퇴 배경이 아닌가 생각된다.

왼쪽에서 두번째가 팜 민 찐 현 총리 가운데가 응웬 푸 쫑 현 서기장, 네번째가 응웬 쑤언 푹 전 주석 / 사진=베트남정부

이걸 ChatGPT에게 물어봤더니 모른다고 한다. 베트남에서는 서기장과 총리직이 실권이 있는 데 비해 주석직은 실권이 없고 의례적인 자리라는 게 언급할 가치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많은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이라 사실 언급할 가치가 없는 내용이고 이 상황에서 맥락적으로 어울리지 않는 답변이다. 실권이 없고 의례적인 자리이지만 친중노선을 둘러싼 정치권력 투쟁의 핵심에 있기 때문이다.

ChatGPT에 대해서 '대단하다'는 평가가 많지만 이번에 베트남의 정치경제 문제를 질문해보니 제대로 된 답변은 하나도 없었다. 수준 이하의 답변이 계속 나오는 것을 보면서 너무나 실망스러웠다. 더 이상 질문할 필요성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물론 일설에는 ChatGPT가 정치적 문제에는 자세한 답변을 회피하도록 설계되었다고 하기는 한다. 그러나 기초적인 사실관계 조차도 현행화되지 못하고 질문의 맥락을 모르는 답변이 나온 점은 분명히 그 수준이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현행화의 문제는 현 버전의 ChatGPT가 2021년까지의 데이터를 학습했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고하지만 그래도 푹 주석이 친중파 쫑 서기장의 정적인 친미 다자주의파 응웬 떤 중 전 총리쪽 사람이라는 점을 들어 친중파라고 하기엔 거리가 좀 있다는 정도의 답변은 나올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아무튼 베트남의 친중노선이 강화되고 있는 중이라 한국형 인-태 전략을 수립하고 미국에 올인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로서는 푹 주석의 사퇴를 예의주시해야 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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