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럽지 않게 살고자 하면 남부러워하며 불행하게 산다.

평범한 조건들의 이성을 찾기란 극히 실현 가능성이 낮다
가용성의 오류는 전형적인 인지 편향의 사례

이승훈 승인 2023.01.16 11:18 의견 0


평범한 조건들을 가진 남자를 만나고 싶지만 주변에 남자들이 없다고 하소연하는 한 미혼 여성의 글이 많은 공감을 받고 있다.

그러나 평범한 조건들을 가진 남자는 평범한 남자가 아니다.

최근에 한 인터넷커뮤니티에 아래와 조건들을 가진 남자를 찾지만 보이지가 않는다는 글이 올라왔다. 만나고싶은 남자의 조건들은 다음과 같다.

1. 키: 175cm이상

2. 체중: 75kg 미만

3. 직장: 공기업, 대기업, 7급이상 공무원, 혹은 연봉 4500만원 이상

4. 부모: 노후준비 되어있음

5. 부모 동거 여부: 부모와 별거한 상태일 것

6. 얼굴: 평범

7. 모은돈 : 7천만원~1억원 이상

8. 학력: 인서울 4년제 대학교 이상

9. 나이: 35살 미만

10. 생활: 적당히 가정적

11. 차량: 국산 중형급이상 차

12. 거주지: 서울 혹은 분당, 평택, 동탄, 판교, 광교 거주



이상의 모든 조건들을 갖춘 남자를 찾는데... 그런 남자가 없다고 한다.

여성은 "내가 뭔 재벌2세를 바라는 것도 아니고 사짜 전문직을 바라는 것도 아니고 현실적인 조건만 따지는 건데도 진짜 만날 사람이 없다"며 "내 주변에 남자가 없는 건지 주변남자들이 죄다 하급인지..."라며 하소연, 푸념을 하고 있다.

그러나 저런 남자를 만나기는 사실은 극히 어렵다. 평범한 조건 하나나 둘을 만족하는 남자는 그럭저럭 만나기 쉽지만 여러가지 평범한 조건들을 모두 만족하는 남자를 만나기란 극히 어렵다.

확률적으로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 수학적으로 규명하자면 이런 경우 '확률의 곱셈'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능성을 따져보자.

연봉 4500만원이면 한국에서 소득 최상위 30%안에 들어간다.

여기서 키 175이상이면 약 70%가 잘려나간다. 그럼 10%가 된다.

여기에 체중 75kg, 허리 32인치 미만은 또 거기서 절반 정도가 잘려나가니 5%가 된다.

부모 노후 준비되어있을 확률은 한국은 노후준비율이 30%정도 된다. 5%에서 70%가 잘려나가 30%만 해당되니 그러니 1.5%가 된다.

얼굴이 평범할 것. 실제로는 아마 중상 정도돼야 할 것이다. 1.5%중 한 70%가 탈락되니 0.45%가 된다.

여기서 다시 나이 35세 미만에 연봉 4200에 모은돈 7천~1억원 이상 될 확률은 한 10%정도이니 0.045%쯤 된다.

인서울 4년제 이상에 적당히(?)가정적, 중형급이상에 서울~판교 등에 거주할 가능성 따지면 0.01%까지 떨어진다.

아주 후하게 넉넉히 잡아도 0.1%~0.01% 안에 들어나근 남자다.

확률 곱을 편하게 계산하기 위해서 각각의 조건에 부합될 확률을 아주 관대하게 50%라고 잡고 계산하면 "0.5의 12제곱"이 된다.

즉, 대한민국 결혼적령기 남성의 상위 0.00024% 라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이상의 조건들 중에서 독립적이지 않은 조건들도 몇 개 있다. 예를 들어 어느 정도 수입이 되는 남자의 경우 서울이나 판교 등에 거주할 가능성이 좀 더 높고 부모가 노후 준비되어있을 확률도 조금 더 높다.

그래서 0.00024%에서 확률을 100~1000배 정도 더 높여서 계산해보면 0.1~0.01%정도 된다.

당연히 만나기가 어렵다.

이런 통계적인 사실에서 많이 벗어나는 착각을 '가용성의 오류'라고 한다.

즉, 통계적으로 객관적으로 따져보지 않고 그냥 얼핏 느낀 것으로 판단을 하면서 오류를 일으키는 것이 가용성의 오류다.

위에 나온 여성은 가용성의 오류를 저지르고 있는데

사실 위에 나온 사례에서 가용성의 오류보다 더 심각한, 우리 사회의 본질적인 문제가 숨어있다. 위 사례를 소개한 이유도 가용성의 오류를 말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위에서 요구하는 정도까지 극히 우수한 조건의 이성을 구하지는 않더라도 어느 정도 수준에서만, 평균적인 수준에서라도 만족하는 이성을 만나면 되는데 우리 사회가 그렇지 못하다.

'평균 올려치기' 문화가 한국 사회에서 이성에 대한 평판의 기준 뿐만 아니라 삶에 있어서의 평판의 기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별 행복 순위 및 요인 / 사진=UN지속가능발전솔루션네트워크, 2022)

평균 올려치기'의 문제는 말버릇처럼 나오는 '남부럽지 않게' 산다는 의식에서 나온 사회병리적인 현상이다.

그렇게 남부럽지 않게 살면 행복해질까? 아니면 불행해질까?

최근 UN 산하기관 'UN지속가능발전솔루션네트워크'에서 발간한 <2022 글로벌행복리포트>에서 한국은 행복순위 세계 59위로 OECD국가 중에서는 최하위권을 기록했다고 한다.

평균 올려치기의 문화, 남부럽지 않게 살기 위해 타인을 의식하고 모든 평가의 기준이 타인이 되는 삶을 사는 한국인들. 행복하지 못한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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