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CHATGPT가 보여준 충격적 문장...노동은 사라질까?
노동이 사라지고 자본주의가 종말을 고한다는 마르크스적 시각은 비약
고급 지식 노동 상당수, 다만 노동의 양상을 달리해 여전히 존재할 듯
자율주행화물차 등장으로 일자리 잃어버릴 노동자들 안전망 필요
이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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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08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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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자와 실시간으로 대화가 가능한 AI 서비스 CHATGPT가 고도의 문장 작성 능력을 보여줘 화제를 끌고 있다. 지난주 Open AI가 세상에 공개한 CHATGPT는 상당한 지식 수준을 갖춘 사람이 써내는 정도의 창의적(?)인 문장을 보여주면서 지식 노동 상당수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을 이끌어 내고 있다.
이 참에 인공지능이 더욱 고도화되면 어떻게 될까? 일부 좌파 지식인들 중에는 CHATGPT가 보여준 인공지능의 미래에서 노동의 종말이 초래되고 이어서 자본주의의 종말이 초래될 것이라고 보는 이도 있다.
마르크스의 시각은 자본주의적 가치 생산이 노동을 절약하는 자본 투자가 특징인데, 이를 자본의 내적 모순이라고 분석한다. 이에 따르면 인공지능이 고도화되어 노동의 절약도 고도화되면 더 이상 절약할 것이 거의 없어지는 수준에 이르러 유휴 노동과 유휴 자본이 급증하면서 더 이상 성장이 이뤄지지 않고 결국 노동의 종말과 자본주의의 종말에 이른다는 논리가 나온다.
과연 고도의 인공지능이 노동의 종말과 자본주의의 종말을 초래할까?
마르크스 좌파적 시각보다는 조금 온건한 리버럴 좌파적 시각을 가졌다고 할 수 있는 경제학자 폴 크루그만은 지난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 칼럼에서 "인공지능이 지식경제시대에 큰 변화를 촉발할 것이지만 사람이 온전히 쓸모가 없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부 분야에서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여 일자리를 잃고 소득이 줄어들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생산성이 올라 삶의 질은 높아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영국 옥스퍼드대 마이클 오스본 박사 연구팀이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예측한 '고용의 미래 보고서'를 보면 특히 지식을 사용하지만 창의적이기 보다는 형식 논리 또는 암기가 주로 사용되는 회계업무, 법무 등의 직군에서 일자리가 많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지식노동 뿐만이 아니다. 자율운행 무인자동차의 등장으로 화물기사나 택시기사 등의 업무도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마르크스적 시각에 따라 노동이 종말을 고하거나 혹은 리버럴 좌파적 시각에 따라 노동이 상당 부분 사라진다면, 그렇다면 어떻게 할까? 마르크스적 입장이면 자본주의를 타도하고 공산주의를 건설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리버럴 좌파적 입장이라면 복지와 기본소득 제도를 확충하고 나설 것 같다.
그러나 마르크스적 좌파 내지 리버럴 좌파들의 시각은 '놀이하는 인간(호모 루덴스)'의 역량을 너무 과소평가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기술이 발전하면 근로시간이 줄어들고 노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엉뚱한 짓거리들이 늘어난다. 별별 변태 짓거리 부터 해서 은하계 개발까지...엉뚱한 짓거리의 대상은 무한하다. 그 엉뚱한 짓거리들을 자본이 감당하고 그 자본을 가지고 인간은 놀이한다. 그래서 노동도 자본주의도 인간의 감정이 사라지지 않는 한 끝이 날 일은 없다. 다만 노동의 양상이 달라지고 새로운 일자리가 나올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자유주의 우파적인 시각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마르크스적 노동의 종말이라는 전망은 너무나 비약적인 발상이라는 것 뿐이다. 어쨌든 일부 일자리는 사라질 수 있다. 당장에 지금 파업에 한창인 화물연대 화물 자동차 운전사의 일자리는 자율주행 화물 자동차의 등장으로 거의 대부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인공지능 기술로 대체되는 일자리에 대한 사회적안전망에 관심을 쏟지 않을 수 없다. 자유주의 우파적인 입장에서는 인공지능 시대를 이끌어갈 기술들, 물적 토대들 (반도체 등)을 둘러싼 글로벌 패권의 추이도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사실 미중무역전쟁은 바로 인공지능 신기술 패권을 둘러싼 전쟁이기도 하다.
정신 바짝 차리고 신기술 트렌드를 따라잡아야 한다.
평판경제신문 발행인 겸 기자. 레마코리아 대표이사. 문화정책학·과학기술정책학 박사 과정 재학 중,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경제사상을 연구하면서 정치적 자유주의와 경제적 자유주의를 통합하는 포스트자유주의 이론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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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jake.seungho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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