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가 강력하게 추진했던 식품위생법 개정안 개고기금지 조항, 소위 김건희법이 지난 달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나의 집안은 대대로 개고기를 먹지 않는 것을 고집해온 집안이지만 한국에 굳이 김건희법이 필요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견우미견양(見牛未見羊)이라는 고사가 있다. 맹자(孟子) 양혜왕장구상 (梁惠王章句上) 제 선왕(齊 宣王)과 맹자의 대화에 나온다.
구절을 직역 해석하면 '소는 보았지만 양은 보지 못했다'는 말인데, 속 뜻은 '보고 나면 생각하는 마음이 각별해진다'는 뜻이다.
제 선왕이 제사를 위해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소(牛)를 불쌍히 여겨 소를 풀어주고 양(羊)으로 제물을 대신하라고 명한 일이 있었다.
선왕은 백성이 '왕이 재물을 아까워해서 그리한 것'이라 오해해서 억울하다며, 자기는 단지 소가 측은해서 그리했다고 맹자에게 말하니
맹자는 제 선왕에게 "그것이 바로 측은지심이고 인(仁)이 발동되고,실천되는 방식, '仁術'이라며 백성의 평판에 개의치 말라고 말했다.
소는 보았으므로 도살되는 것을 불쌍하게 여기고, 양은 보지 않아서 도살되는 것을 불쌍하게 여기지 않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아기 돼지를 100일동안 정성껏 돌보다가 100일이 되자 잡아먹었다는 '100일 후에 먹히는 돼지'유튜브 채널이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견우미견양 고사도 있듯이 아무리 돼지라도 가족처럼 대하다가 잡아먹으면 사이코패스같아서 섬뜩한 느낌이 드는 게 인지상정이다.
-문제의 유튜버는 나중에 그 돼지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음식낭비를 하지말자는 메세지를 전하기 위해 기획했다고 밝혔다.-
김건희법과 관해서 말하자면, 개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들은 개를 보았기 때문이고 개고기를 먹는 사람은 개를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개를 가족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개를 먹지 않고 개를 가축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개를 먹는다. 이것은 문화적인 현상이다.
김건희법에 20~30대의 반대가 많았다. 이들은 개고기를 먹지 않지만 법제화는 반대했다. 개식용을 문화의 문제로 보았기 때문이다.
문화 정책은 문화 상대주의의 입장에서, 서로서로 상대의 문화의 다양성과 소수성을 존중한다. 다름을 우열의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
-문화 상대주의는 문화절대주의와 사회진화론에 반대하고 톨레란츠 철학을 추구하는 것이다. 무조건적인 문화 상대주의가 아니다. -
개고기를 먹고말고는 개를 (가족으로) 보는 사람들과 보지 않는 사람들의 문화에 따르도록 할 것이지 법으로 강제할 것이 아니라고 본다.
특히 김건희 여사가 밝힌 "경제 규모가 있는 나라 중 개를 먹는 곳은 우리나라와 중국뿐"이라는 '개 식용 금지 명분'이 바람직하지 않다.
문화를 무시하는 사대주의적, 권위주의적 발상이다. 측은함, 인지상정(人之常情)과 법의 역할, 문화의 역할을 더 고민했어야 했다.
백광부 신역학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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