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는 에너지 믹스 정책에서 원자력 비중이 높아서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데에 핸디캡,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프랑스의 2020년 최종 에너지 소비 중 신재생 에너지 비중은 19.1%로, 본래 목표였던 23%에 도달하지 못했으며, EU 국가 중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유일한 국가가 됐다.
화석연료 에너지는 그냥 없애버리고 신재생 에너지로 바꾸기 쉽지만 그러나 원자력은 당장 신재생 에너지로 바꾸기 어렵기 때문에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022년 초에 원전 축소 계획을 뒤엎고 원전 증설 계획을 발표했다. 2050년까지 최대 14기 신규 원전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국에는 프랑스의 높은 원자력에너지 비중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현 정부 여당 쪽에 많다. 이들은 프랑스를 보라고, 프랑스를 본받자고 한다.
그러나 프랑스가 원전 축소 계획을 엎은 배경, 진짜 이유를 생각해 보면 프랑스가 한국의 에너지 믹스 정책의 본보기가 될 수는 없다. 일단 배경을 먼저 살펴보자.
2020년 이후 코로나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글로벌 공급 쇼크와 에너지 위기가 발생했다.
이때 에너지 공급 부족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으로 신재생에너지는 장기투자와 규모의 경제가 필요해서 당장 신재생에너지를 늘리기 어렵다.
더군다나 원자력 비중이 높은 프랑스 같은 경우에는 신재생에너지를 늘리는 정책은 불가능하다. 당연히 단기에는 원자력을 늘리게 된다.
또 원자력을 늘리면 당분간 몇십 년간은 그걸 폐기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제적으로, 재정적으로, 큰 손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프랑스의 고민이 있는 것이고... 결국 프랑스는 국제정세가 급변해서 당장이 급했기 때문에 원전 축소 계획을 수정하고 원전을 늘리기로 했다.
'그린 택소노미' 정책을 제대로 알아야 하는데 원자력은 프랑스의 강력한 어필로 친환경에너지로 인정이 되긴 했지만 2045년까지만 친환경에너지로 한시적으로 인정된다.
프랑스는 그래서 당장이 급해서 원전을 증설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원전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신재생에너지도 여전히 같이 늘린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단기 에너지 정책은 원자력을 주력으로 삼고 장기는 신재생에너지가 감당하는 식이다.
다만 프랑스는 2030년까지의 신재생에너지 확충 목표를 밝힐 것을 요구하는 유럽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에 아무런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았다. 프랑스는 2024년 6월 30일까지 확충 목표를 밝혀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계속 신재생에너지의 비용이 급감하기 때문에 환경적인 이유로든 경제적인 이유로든 장기적으로 2050년 이후를 보면 프랑스도 신재생에너지로 갈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서 잘못된 것은 원자력을 쓸 수 있는 데까지 최대한 써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무작정 신재생에너지로 바꾼다는 정책을 썼기 때문에 잘못된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서 잘못된 것은 원자력을 최대한 써야 한다는 것은 당장은 옳지만 그것이 2045~2050년까지만 타당한 명제임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 이후를 생각해서 지금부터 프랑스처럼 신재생에너지를 미래의 주력 에너지원으로 해야 한다.
기사 본문의 이미지는 The French History Podcast가 Our World in Data의 자료를 바탕으로 만든 그래프다. 삼각형 위쪽이 신재생에너지 스케일이고 왼쪽은 원자력 스케일, 오른쪽은 화석에너지 스케일이다.
세계 모든 나라들은 다들 꼭짓점 위쪽으로 이동 중이다. 프랑스도 마찬가지.
평판경제신문 발행인 겸 기자. 레마코리아 대표이사. 문화정책학·과학기술정책학 박사 과정 재학 중,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경제사상을 연구하면서 정치적 자유주의와 경제적 자유주의를 통합하는 포스트자유주의 이론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평판경제신문
이승훈
jake.seungho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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