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졸업과 취업 시즌이라서 그런지 오래된 이야깃거리지만 윤서인 작가의 발언이 최근 온라인 상에서 다시 회자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일을 더 많이 해서 사용자를 미안하게 해서 연봉을 올린다'는 말이 윤서인 작가의 지론이다. 윤서인 작가의 말을 정확히 옮기면 "연봉을 올린다"는 표현은 없고 "자신의 가치를 올린다"이다.
윤서인 작가의 이 말은 좌우를 불문하고 젊은이들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았다. 졸업, 취업 시즌이다 보니 다시금 인터넷에는 윤서인 작가의 말이 회자되고 있다.
필자는 윤서인 작가의 생각에 동의한다. 젊은이들에게 윤서인 작가처럼 그렇게 하라고, "100만 원을 주는 사람에겐 150만 원어치 일을 해서 미안하게 만들어 버리고, 150만 원을 주는 사람에겐 200만 원어치 일을 해서 미안하게 만들어 버리고, 200만 원을 주는 사람에겐 300만 원어치 일을 해서 미안하게 만들어 버리"라고 말한다.
그런데 일을 더 많이 해서 사용자를 미안하게 한다고 해서 사용자가 연봉을 올려주지는 않는다. 적어도 지금까지 필자가 여러 회사를 다녀봤지만 그렇게 연봉을 올려주는 사용자는 없었다.
그런데 왜 연봉과 직급을 올려 받지도 못하면서 사용자가 미안해할 정도로 월급 받는 것보다 훨씬 더 일을 많이 해야 하나? 그야, 빨리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하는 과정에서 연봉과 직급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그런 식으로 연봉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일을 더 많이 해서 (사용자가 미안한 마음을 가졌는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이직하고 이직하고 하면서 연봉과 직급을 빠르게 올렸다.
필자는 사회 진출이 많이 늦었다. 직장 생활을 시작한 게 35살이었다. 그래서 동년배보다 연봉이나 직급이 많이 나빴다. 남보다 늦은 것을 만회하기 위해서 매일 12~18시간씩 열심히 일했다.
거의 1년에 한 번씩 정규직으로 옮겨 다녔다. 한 번씩 옮길 때마다 연봉과 직급이 올라갔다. 그래서 35살 신입사원급에서 3년 반 만에 부장, 이사급으로 올라갔다.
한국에서는 이직을 자주 하면 좋지 않다고 하지만 경우에 따라 다르다. 이직을 자주 하는 게 능력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면접에서 그걸 잘 말하면 된다.
필자 같은 경우에는 잦은 이직이 큰 도움이 됐다. 이직을 하도 자주 해서 동료들 사이에서 내 별명이 '바람의 사나이'로 불리기도 했다.
일을 열심히 안 하면 뭐 할 텐가? 그냥 탱자탱자 아까운 시간 낭비만 할 건가? 지속적으로 자기 자신을 계발하고 가치를 높여야 한다.
물론 이것은 단순노동이나 알바 같은 곳을 하는 직장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그런 곳에서는 철저하게 근로기준법 생각하면서 쫀쫀하게 일하는 게 최고다.
문제와 좀 별개의 이슈이긴 하지만 전혀 무관하지만도 않은, 노동유연성 문제를 같이 살펴보자면,
이직이 잦고 해고와 고용이 자유로운 사회는 유능한 사람에게 유리하고 이직이 적고 해고와 고용이 자유롭지 못한 사회는 무능한 사람에게 유리하다.
그렇다면 이직이 잦고 해고와 고용이 자유로운 사회가 유능한 사람에 유리하고 그 반대는 무능한 사람에게 유리하다면 사회 전체적으로는 어떨까?
즉 이직이 잦고 해고와 고용이 자유로운 사회가 노동자와 사회 전체에 유리할까 아니면 이직이 적고 해고와 고용이 자유롭지 못한 사회가 노동자와 사회 전체에 유리할까?
이에 대해서는 OECD가 오랜 시간 동안 실증적으로 연구해서 입증한 책이 있다. 바로 '구조개혁의 진전'이라는 책이다.
이직과 해고가 많은 사회가 노동자와 사회에 바람직한지 아닌지, OECD가 '구조개혁의 진전'이라는 책에서 설명하고 있다.
물론 사회적안전망이 촘촘하다는 전제를 두고 생각하셔야 한다. 사회적안전망이 정비되어 있지 않다면 노동유연성이 경제 전체적으로는 바람직할지 몰라도 노동자에게는 바람직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결론적으로, 바람직한 정책적 방향은 사회적안전망을 정비하면서 동시에 노동유연성을 높이는 정책이다. 선진국의 시스템이 그러하다.
평판경제신문 발행인 겸 기자. 레마코리아 대표이사. 문화정책학·과학기술정책학 박사 과정 재학 중,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경제사상을 연구하면서 정치적 자유주의와 경제적 자유주의를 통합하는 포스트자유주의 이론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평판경제신문
이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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