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 감독, 이강인을 품을까? ③
Disagree and Commit
백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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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28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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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인텔 등 다양한 인종, 다양한 개성들을 가진 사람들과 협업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글로벌 대기업에는 Disagree and Commit라는 원칙이 사내 규칙으로 있다.
Disagree and Commit 원칙은 굳이 기업만의 규범질서가 아니고 일반적인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의 규범질서라고 할 수 있다.
질서를 합의하기 전에는 마음대로 자기의 의견을 자유롭게 내되 일단 질서를 합의했다면 그것을 철저히 따라야 하고 질서에 이의가 있다면 자기 멋대로 함부로 어겨서는 안되고 그를 다루는 절차를 따라 공론을 통해서 질서를 수정한 뒤에 그 질서를 따라야 한다는 게 Disagree and Commit 원칙이다.
홍준표 시장처럼 이강인의 싸가지를 문제 삼는 사람들은 Disagree를 부정하는 것이다. 즉 개인은 무조건 집단에 처음부터 동의를 해야만 한다고 본다. 사실 이는 일방향 위계질서로 획일적인 권위주의 사회에서나 통할 규범논리이고 커뮤니티를 강조하는 특수주의, 커뮤니태리어니즘에서 가능한 규범 논리다.
그러나 한국은 자유민주주의 사회다. 보편주의, 유니버셜리즘을 견지하는 입장에서는 이강인의 잘못이 Disagree했다는 것에 있지 않고 Commit를 따르지 않은 것에 있다고 본다. 즉 이강인 Commit를 따르지 않아서 문제가 된 것이고 그 부분을 사과해야 하는 것이지 Disagree를 했다고, 싸가지가 없다고 비판받을 수는 없다고 보는 것이 보편주의자들의 생각이다.
다시 말하면 이강인은 원팀에 정해진 규범 질서와 상호존중의 예의를 지키지 않아서 잘못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지 일방향 위계질서를 지키지 않아서 잘못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즉 싸가지가 없어서 잘못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싸가지가 없다는 것'과 '상호존중의 예의를 지키지 않은 것'은 같은 말 같기도 하고 달라도 미묘하게 달라 보이지만 본질적으로 그 태도가 자리 잡고 있는 가치관이 전혀 반대다. 즉 일방향 수직적 위계질서를 바람직하다고 보는 가치관과 쌍방향 수평적 상호존중을 바람직하다고 보는 가치관의 대립이다.
일방향 수직적 위계질서가 대표팀의 규범질서인가? 그 싸가지의 규범 문화는 히딩크 감독이 다 깨부쉈다. 다시 히딩크 이전의 한국축구로 돌아갈 수는 없다.
필자의 이런 해결책들이 그들에게 해결책으로 보이지 않은 것은 아마도 이러한 가치관이 차이인 듯하다. 꼽게 보니까 다 꼽게 보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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