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파 카리나, 연애감정을 사고파는 산업 현장에서 팬들의 믿음을 저버릴 때
연애감정 거래하는 유사연애 구조는 한국·일본 아이돌 산업의 실체
마뜩치 않다면 처음부터 가창력과 퍼포먼스만으로 승부해야
이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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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6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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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걸 그룹 에스파(aespa)의 리더인 카리나가 연애를 한 사실이 밝혀져 팬들과 갈등을 빚어오다가 결국 5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자필 편지를 통해 사과했다.
"걸그룹 가수는 연애를 할 자유도 없느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지만 '조공(과금)' 해온 팬들의 믿음을 배신했으니 잘못한 것이 맞고 사과를 해야 한다는 팬들의 반론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또 "누칼협"이라면서 누가 조공하라고 칼 들고 협박이라도 했냐면서 팬들을 조롱하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언론(사회부와 문화부 기자들)은 대체로 카리나의 팬들을 비판하고 카리나를 옹호하는 논조를 보이고 있다.
전반적으로 소속사를 비판하는 언론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하긴 광고가 걸려있으니 감히 비판할 생각을 못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카리나가 무슨 범죄행위라도 저질렀느냐?"라고 언론들은 팬들을 일갈하는데, 그럼 반대로, 팬들은 무슨 범죄행위라도 저지르기도 했나? 팬들은 다만 실망하고 시위를 했을 뿐이다.
일단, 언론의 태도는 가식적이고 위선적이다. 엄연히 존재하는 '유사연애'를 없는 것으로, 극단적인 팬들의 일탈행동만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유사연애는 대중문화를 다루는 문화경제학 내지 문화정책학에서 다루는 주제가 되고 관련 논문도 다수 나와 있다. 결코 일부 '찌질한' 팬들의 하위문화로 한정 지울 수 없는 문화현상이자 문화산업 현장의 실체다.
일본의 걸그룹 AKB48의 멤버인 미네기시 미야미(峯岸みなみ)는 한 남성과 연애를 한 사실이 발각되자 팬들에게 사죄를 하기 위해서 자진해서 삭발하는 모습까지 보여줬다.
유사연애를 하고 있는 팬들을 배신하여 물의를 빚었다는 이유로 AKB48의 우등생이었던 미네기시 미야미는 연습생 신분으로 강등됐다.
한국의 아이돌 음악 산업도 이러한 일본에 못지않다.
필자가 미네기시 미야미나 카리나의 팬들이 보여주는 행태, 이러한 현상을 바람직하다고 주장하려고 지금 이런 칼럼을 쓰는 것이 아니다.
유사연애 관계를 맺고 연애감정을 사고파는 산업 현장에서 카리나 팬들이 분노하는 것은 팬의 잘못보다는 그런 산업이라는 것을 알고 이용하는 업자들의 잘못이 더 크다. 비판을 하려면 이런 구조를 만들어온 업자들, 소속사를 먼저 비판해야 한다.
연애감정을 사고파는 시장이 엄연히 존재하는데 이걸 마치 없는 것처럼 간주하고 성리학적 당위론을 펼치며 팬들을 비판하는 언론들을 보면... 알고 저러는 건지 모르고 저러는 건지 궁금하다.
평판경제신문 발행인 겸 기자. 레마코리아 대표이사. 문화정책학·과학기술정책학 박사 과정 재학 중,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경제사상을 연구하면서 정치적 자유주의와 경제적 자유주의를 통합하는 포스트자유주의 이론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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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ke.seungho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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