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신 합법화 추세, 30여년만의 최초의 무죄 이후

미용 목적 경미한 문신은 무죄 판결 연이어 나와

이승훈 승인 2024.03.12 04:33 의견 0
문신이 합법화된 프랑스에서도 문신이 너무 과도해서 논란을 일으킨 초등학교 교사 실뱅 헬레인 / 사진=실뱅 헬레인 SNS


한국이 자유민주주의 국가라지만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이 허용하는 여러 가지 자기결정권을 부정하고 있다. 그 중의 하나가 문신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문신에 대한 태도가 바뀌어서 조금씩 수용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유호정 의원과 함께 많은 문신사들과 시민들이 문신 합법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운동을 펼친 덕분인지 최근에는 비의료인의 문신 행위 중 눈썹 문신과 같이 미용 목적의 경미한 문신의 경우의 의료법 위반 사건이 30여년 만에 처음으로 무죄가 나온 뒤 연이어 무죄 판결이 나왔다. 물론 소위 '이레즈미'라고 하는 야쿠자 문신 등 일반적인 문신은 여전히 유죄 판결이 나온다.

미용 목적의 경미한 문신에 대해 무죄 판결이 연이어 나오면 법이 있어도 검찰이 기소를 하지 않을 것이므로 그 범위 내에서는 한정적으로나마 사실상 합법화가 된 셈이다.

최근에는 정부가 의료인에게만 허용된 문신(타투) 시술을 비의료인에게도 개방하기 위한 국가시험 개발 연구용역을 발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는 지난 4일 '문신사 자격시험 및 보수교육 체계 개발과 관리 방안 마련 연구'를 발주했다. 올 11월 최종 연구 보고서를 도출하고 문신사 국가시험 시행 관련 세부 규정과 문신사 위생·안전관리 교육 등 정책 수립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한국 헌법이 자유민주주의에 따라 인간의 존엄과 개성 발현, 행복추구권 등등을 정하고 있는 이상 문신 규제는 사라지는 쪽으로 역사가 흘러갈 것이라고 본다.

한편, 문신을 시술하는 문신사와 별개로, 문신을 하는 사람은 본인의 개성 표현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제한을 할 수 없다.

물론 공무원 같은 경우 품위유지의 의무가 있어서 문신이 품위유지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아마도 그렇게 해석하면 헌법 해석의 한계를 넘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

지난 2004년 국가인권위원회는 공무원 문신에 대한 징계가 차별이라고 보고 징계를 거두라는 시정 권고를 내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무원의 경우 품위를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를 들어 문신을 한 공무원에 대한 대한 차별, 인권침해가 여전히 존재했다.

문신 공무원 징계 논란 / 사진=jtbc 보도화면 캡처

이후 들리는 이야기는 사람들의 편견에 싸우고 정부의 차별 대우에 싸우던 문신 공무원은 소용이 없을 것 같아서 결국 자진 퇴직했다고 한다.

선진국들은 다르다. 문신은 자기 개성의 표현이라고 보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안된다. 문신을 이유로 공직에서 해임하는 것을 인권침해, 루키즘(외모주의), 차별로 여긴다.

아래 사진은 프랑스의 초등학교 선생님인 실뱅 헬레인 (Sylvain Helaine)이라는 사람의 SNS에서 가져온 사진인데 전신을 까맣게 문신하고 눈의 흰자까지 검게 문신했다. 악마로 보이는 것이 목적이라고 한다. 전신 문신에 57,000유로(66,000달러)를 들였다고 한다.

문신이 아무리 개성의 표현이라지만 실뱅 선생님의 경우는 문신이 너무 과도해서 어린아이들이 무서워한다는 이유로 일부 학부모들이 해고하라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프랑스에서 크게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전신 문신을 한 프랑스의 실뱅 헬레인 선생님 / 사진=실뱅 헬레인 SNS 캡처

실뱅 선생님은 공직 수행 타당성 심사를 하는 7개월 동안 잠시 정직을 당했는데 결국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와 지난 2020년 10월 다시 교직에 복귀했다.

심사에서 실뱅 선생님의 문신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본 근거는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외모를 가지고 차별하지 말라는 인권 교육의 기회가 애들에게 부여된다"고 보았다.

언뜻 보면 조금 기괴하고 어린아이들에게는 무섭게 보일 수도 있는데 좀 더 찬찬히 생각해 보면 아무런 문제가 안된다. 그냥 그렇게 생긴 것이다.

외모를 가지고 차별해서는 안된다는 게 보편적인 인권 법칙이지만 신언서판이라는 성리학 권위주의 사고가 강고한 한국에서는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게다가 한국인들은 공무원, 공직일수록 사람들의 모범이 되어야 하므로 오히려 더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보편적으로는 그렇지 않고 반대다.

독일의 사례를 보면 재판부는 "몸에 한 문신이 경찰을 지망하는 사람에게 결격사유가 되어서는 안된다'며 "누구든지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기본권과 공직자가 될 수 있는 권리가 침해되어서는 안된다. 모든 사람에게 인간의 기본권은 보장되어야 하지만 특히 공공기관은 이를 더욱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판시했다.

즉 공공기관일수록 더더욱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게 보편적인 선진국들의 질서고 인권 법리다.

저 독일 판결이 2012년 판결이고 당시에는 문신을 가리면 된다고 했었는데, 2018년에는 아예 실정법이 만들어져서 문신을 가리지 않고 드러내도 된다고 했다.

이제 한국도 문신에 대한 인식이 좀 바뀌고 있다. 2022년 4월에는 등에 문신이 있는 경찰이 문신이 있다는 이유로 채용이 탈락됐다가 행정심판 결과 채용 탈락이 부당하다는 결정이 났다.

그 뒤에 뉴스는 나온 것이 없어서 잘 모르겠는데 판례 경향을 봤을 때 아마도 다시 채용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사회 질서는 시간의 차이가 있어도 결국엔 자유주의에 따른 보편적 질서, 보편주의(유니버설리즘)의 흐름을 따라간다. 유호정 의원의 문신 합법화 시위가 보람을 찾고 조만간에 결실을 맺을 것으로 보인다.

신합법화를 위해 1인시위를 하고 있는 유호정 의원 / 사진=유호정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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