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중소기업 논의에서 소외된 '어둠의 일자리' 와 '범죄적 후려치기' 문제

비임금근로와 '어둠의일자리' 고려하면 한국은 대기업 일자리 비중 너무 적어
대기업의 중소기업 '후려치기' 권장돼야 하지만 '후려치기 범죄'는 근절돼야

이승훈 승인 2024.03.15 23:18 의견 0
KDI가 소개한 한국에서의 대기업일자리 비중


한국은 대기업 일자리가 너무 적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최근 KDI는 "대기업 규제를 풀어야 한다"면서 한국의 대기업 일자리 비중을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임금근로 일자리 중 대기업 일자리 비중이 14%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경향신문이 팩트체크를 했다. 경향신문은 KDI가 사용한 통계에서 대기업은 사업체 기준으로 본 것이고 선진국들은 기업체 기준으로 본다면서 비교 대상이 잘못되었다는 기사를 냈다.

통계 정의상 ‘사업체 단위’는 일정 장소 또는 일정한 지역 내에서 단일 또는 주된 경제활동에 독립적으로 종사하는 기업체 또는 기업체를 구성하는 부분 단위를 뜻한다. 각 사업장을 독립된 사업체로 간주한다. '기업체 단위'는 그 기업체를 구성하는 부분 단위를 모두 합친 단위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한국도 기업체 기준으로 보면 대기업 일자리 비중은 32%나 된다.

경향신문 등 진보진영에서는 한국의 경우 대기업 일자리가 충분하므로 대기업 규제를 풀 필요성이 높지 않다고 말하며 중소기업을 계속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경향신문의 팩트체크에 따라 사실을 보정해도 한국은 대기업 일자리가 너무 부족하다는 사실은 변함없다. 왜냐면 한국은 비임금근로 일자리의 비중이 OECD 평균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다.

전체 근로자 중에서 비임금근로에 종사하는 사람이 2024년 1월 기준으로 23.4%에 달한다. 10년 전보다 4% p 정도 줄었다.

비임금근로자란 ​​ 자영업자, 스스로 일하는 근로자, 생산자 협동조합 회원, 무급 가족종사자의 고용인 등으로 정의된다.

마이크로기업: 1~9명 / 소기업: 10~49명 / 중기업: 50~249명 / 대기업: 250명 이상

Source: OECD Structural Demographics and Business Statistics (SDBS) and Trade by Enterprise Characteristics (TEC) databases, 2023.

한국의 비임금근로 일자리 비중이 보시다시피 매우 높다. 여기에다 '어둠의 일자리'까지 고려하면?

Source: OECD Timely Indicators of Entrepreneurship database (TIE). OECD Labour Force Statistics (LFS) database, 2023.

선진국들은 비임금근로자의 비중이 매우 낮고 또 '어둠의 일자리'는 거의 없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는 이러한 비임금근로 일자리와 어둠의 일자리가 매우 많아서 한국의 경우 전체 일자리 중 대기업 일자리 비중은 기업체 단위로 봐도 10%대 중반쯤으로 추정하는 것이 합당하다.

한국은 비임금근로와 10인 이하 소기업 일자리를 합치면 대략 전체의 절반쯤 차지한다. 선진국들과는 정반대다. 선진국은 대기업이 전체의 절반쯤 차지한다. 그리고 선진국은 비임금근로와 소기업이 전체의 10%쯤 차지한다. 그래서 선진국이다. 일하기 좋고 살기가 좋아서 선진국.

누구나 중소기업 (이른바 'ㅈ'소기업)보다는 대기업에 다니고 싶어 한다. 대기업의 사내 복지와 월급 수준, 그에 따라 대기업 종사자들의 삶의 처지가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은 중소기업이 약자라는 이유로 중소기업을 보호하고 전통골목상인 자영업을 보호한다. 대신에, 대기업을 규제하고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으로 크는 것을 막는다. 노동시장 구조가 한국처럼 이런 구조가 되면 복지 확대와 경제 성장, 발전에 한계가 있다.

한국의 노동시장정책과 복지정책의 가장 문제점이 노동시장정책으로 복지정책을 커버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중소기업을 보호하면 안 된다.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면 경제적 약자들이 크게 피해를 본다는 사실을 진보주의자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이해를 못 할 것 같다.

한국도 선진국처럼 대기업 일자리를 늘리는 정책이 도입돼야 하고 중소기업 자영업 보호 정책 및 대기업 규제 정책을 그만둬야 한다. 그러면 중소기업도 역량이 강화되어 임금수준과 처우가 향상된다.

경쟁에서 도태된 중소기업의 근로자들은 사회적안전망을 통해 보호되며 적극적노동시장정책으로 더 좋은 직장으로 이직할 수 있도록 국가가 돕는다. 이렇게 경쟁과 동시에 복지를 강화하는 방식이 선진국들의 시스템이다.

진보주의자들이 "중소기업을 보호하고 대기업을 규제해야 한다"고 하는 이유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착취한다고 보고 그 착취를 막아야 한다고 보기 때문인데...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착취하느냐? 글쎄다. 일단, 선진국 기업들과 거래하는 대기업의 경우는 그런 중소기업 착취, 불법이 발각되면 외국과의 거래 자체가 끊기기 때문에 중소기업을 착취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하청 등을 줄 때 단가 '후려치기'나 '쥐어짜기'를 중소기업 착취라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가격 후려치기나 쥐어짜기는 착취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시장경쟁이다. 가격후려치기, 쥐어짜기는 오히려 권장돼야 한다.

그럼 중소기업 후려치기, 쥐어짜기는 아무 문제가 없느냐? 그렇지도 않다. 필자는 대기업에게 후려치기 쥐어짜기 착취를 당하다 억울해서 분신자살한 사장님도 알고 있다. 한국에는 중소기업 착취가 많다.

하청회사 대표가 시공사로부터 입금이 지연돼서 돌려 막다 막다 자살을 종종 한다. 우리나라에 이런 일이 부지기수다. 몇 년 전 한진중공업 영도공장 사태의 경우도 그렇다. 그나마 알려진 것이고, 숨은 사례들이 많다.

필자는 신고전파 경제학 내지 시카고 신자유주의 경제학의 정치경제 스탠스를 견지한다. 그리고 원청의 후려치기, 쥐어짜기를 옹호하면서 원청의 쥐어짜기가 결국 하청기업의 체질을 강화하고 자본주의 시장경쟁을 튼튼히 하면서 모든 사람에게 이익이 된다고 본다. 그러나 그것은 선진국의 경우가 그렇고.

우리나라에서는 그렇게 안 돌아간다. 한국의 원청사 대기업들은 순 악질인 경우가 많다. 이것은 정당한 후려치기, 쥐어짜기가 아니다.

원청 대기업들의 전형적인 수법이 '선시공 후계약, 기성금 지급 지연, 재계약을 빌미로 한 각종 착취, 법대로 했을 때 계약물량 축소, 선행공정 지연 시 손해 일방 부담, 심지어는 원청사 잘못으로 인한 손해까지 부담. 하자이행보증금 지급 지연 기타 등등'

이러면 하청회사 사장은 일용직 노동자의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자금이 융통되지 않아서 결국 큰 피해를 보고 대기업에 계속 끌려간다.

이런 문제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해도 소용이 없다. 겉으로 합법의 형태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고 자료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공정위에 사건을 보내면 일단 거의 대부분 중재위원회 행이다.

중재위원회로 가면 위원들은 사실관계를 조사하는 데에 인적, 물적, 시간적 한계가 있어서 그런지 일단 합의를 하라고 결정 내서 보내는데 그 합의 내용이 하청사에게는 터무니없는 조건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면 하청회사 사장은 결정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어서 공정위로 제소, 다시 뺑뺑이... 그렇게 한 1~2년 다른 공사도 못 받고 계속 뺑뺑이 돌면 어떻게 될까?

최근에도 지난해 11월 현대중공업의 하청회사 대표가 자살했다.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된 사실 관계를 보도하는 언론이 전혀 없어서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지만 필자가 추정하기로는 사실상 범죄에 해당하는 후려치기 쥐어짜기 때문에 자살을 하게 된 것으로 본다.

진보좌파 언론들은 하청회사 비정규 노동자들의 억울한 처지는 잘 보도하지만 하청회사의 대표는 자본가라는 이유로 그의 억울한 사정은 잘 보도하지도 않는다. 보수우파 언론들은 애초에 그런 이슈에 관심들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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