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고 로비와 그레타 거윅의 '바비'성공의 이면

보수의 반격, PC주의에 대한 피로감?
2023년은 여성이 주연인 영화, 10여년만 최소...포용성 위기

이승훈 승인 2024.03.18 21:14 의견 0
마고 로비가 주연하고 그레타 거윅이 감독한 영화 '바비'의 한 장면


마고 로비가 주연을 맡고 그레타 거윅이 감독한 페미니즘 영화 '바비(Barbie)'가 전 세계적으로 (한국과 일본을 제외하고) 박스오피스 14억 달러 이상의 대박 흥행을 올리면서 2023년은 영화 속 여성의 문화 다양성이 높은 것으로 추측되었지만 사실은 많은 사람들의 추측과는 정반대로 2023년은 여성이 주연한 영화의 숫자가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근 14년 중 사상 최소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넨버그 대학 (USC Annenberg School for Communication and Journalism)의 스테이시 스미스 (Stacy L. Smith) 커뮤니케이션 부교수는 최근, 아넨버그 포용성 보고서 (USC Annenberg Inclusion Initiative)에서 2023년은 영화의 여성 주연/공동 주연 수가 역사상 최저치라는 사실을 알렸다.

스테이시 스미스 교수의 포용성 보고서는 2007년부터 2023년까지 최고 수익을 올린 영화 1,700편을 다루며 각 영화의 주연 및 공동 주연 배우의 성별, 인종/민족, 연령을 조사했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바비'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2023년 상위 100개 영화 중 여성이 주도하거나 공동 주도한 영화는 30개에 불과했다. 이는 2022년의 44개에서 감소한 수치이며 2010년과 같은 수치다.

보고서는 소녀/여성이 주연을 맡은 영화의 비율을 배급사별로도 분류했다. Walt Disney Studios와 Paramount Pictures가 1위 자리를 차지했고 Universal Pictures와 Lionsgate Films가 최하위를 차지했다. 이러한 사실은 2019년 이후 모든 장편 영화의 절반 이상이 여성 주연/공동 주연을 묘사한 넷플릭스 (Netflix) 콘텐츠에서 연구자들이 관찰한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또, 유색 인종 여성이 주연을 맡은 영화의 수도 18편에서 14편으로 감소했다. 연구가 시작된 2007년 단 한 편에 비하면 크게 발전했지만 일시적 감소를 보이고 있다. 2023년에는 45세 이상의 여성이 주연 또는 공동 주연으로 등장한 영화는 단 3편에 불과한 반면, 같은 연령층의 남성이 주연 또는 공동 주연으로 등장한 영화는 32편이었다.

넷플릭스는 "소외계층 목소리를 대변할 기회 늘어나야 문화와 사회가 발전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아넨버그 대학 스테이시 스미스 교수와 협력해 시리즈 대상으로 화면 안팎 젠더·인종·장애 불평등을 조명하며 콘텐츠의 포용성과 다양성을 제고하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스테이시 스미스 교수는 "이것은 영화 속 소녀들과 여성들에게 있어 치명적인 퇴보”라고 지적하며 "지난 14년 동안 업계의 발전을 차트로 그려지만 이러한 반전은 2023년을 '여성의 해'라고 하는 모든 이야기와는 놀랍고 직접적인 대조를 이룬다"고 밝혔다.

스테이시 스미스의 교수의 연구는 문화 정책학에서는 사회구성주의론에 입각해서 미디어에서 특정 집단이 재현되지 않는 ‘상징적 소멸’이 특정 집단이 초매개적으로 현실적 소멸에도 관련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아 미디어에서의 특정 집단의 소멸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관점을 견지한다.

2023년 영화에서 여성과 소수자의 포용성이 축소된 것은 2022년부터 논란이 거세진 문화 콘텐츠에서의 PC주의의 역풍으로도 해석하는 견해도 있다.

타임지 최근호(2024.3.11)에서 바비를 감독한 그레타 거윅이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의 여성'으로 선정됐다.


한편 '바비'를 감독한 그레타 거윅은 타임지 최근호에서 '올해의 여성'으로 선정됐다.

그레타 거윅이 공동 집필하고 감독한 '바비' 는 박스 오피스에서 14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렸고, 2023년의 가장 성공적인 영화 중 하나이자 여성 감독의 영화 중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린 영화가 됐다. 타임지는 '바비'에 대해 "여성이 직면한 불가능한 압력에 대한 담론을 형성하는 대중 문화 현상을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바비'의 대박 흥행과 높은 작품성에도 불구하고 올해 아카데미 상에는 라이언 고슬링만 남자조연상 후보에 오르고 마고 로비와 그레타 거윅은 여자주연상과 감독상 후보에도 오르지 못해 논란이 일었다.

그레타 거윅이 아카데미에서 감독상 후보에서 조차 베제되어 논란이 일고, 때 맞춰 타임지가 '올해의 여성'으로 그레타 거윅을 선정한 것은 이러한 아카데미 시상식의 보수성을 비판하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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