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라고 하면 떠오르는 영화가 바로 늑대인간의 슬픈 사연을 그린 나자리노( 원제: Nazareno Cruz y el lobo, 나자리노 크루즈와 늑대 )다.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인 1975년에 나온 영화다. 옛날 영화라서 지금의 감각으로 보면 촌스러운 느낌도 없지 않지만 매우 스타일리시한 영화로서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명작 영화 중 하나다.
특히 감미로운 영화 테마곡이 유명하다. 영화를 몰라도 테마곡은 아시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스타일리시한 영화다 보니 호불호가 나뉘기도 한다. 필자는 스타일리시한 표현과 상징성을 높이 평가한다. 특히 영화가 만들어진 배경을 함께 보면 그 의미가 한층 깊다.
나자리노 영화가 만들어져 나온 게 1975년인데 1970년대 당시 아르헨티나의 정치 상황, 시대 상황이 영화에 녹아 있다.
당시 아르헨티나는 페론주의자와 자유주의 성향 급진시민연합과 반페론 성향의 군부 파쇼 쿠데타 세력 이렇게 세 그룹으로 분열되어 있었다.
군부 내부에서도 페론을 완전히 축출하자는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누어져 군인들끼리 내란 일보 직전으로 서로 갈등하며 혼란하던 시기였다.
1974년 초에는 후안 페론 대통령이 사망하고 그의 세 번째 부인인 이사벨 페론이 대통령이 됐다. 1974년 후안 페론 대통령 사망 당시 이미 군부의 쿠데타가 준비되고 있었다.
민생경제는 계속 어려워지고 있었고 장래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이 아르헨티나를 지배하고 있었던 시기였다.
영화 나자리노는 이러한 1970년대 당대 아르헨티나 국민들의 갈등, 정치 성향이 다른 사람들에 대한 혐오 내지 공포, 그로 인한 비극을 상징적으로 음울하고 기괴한 표현주의 양식으로 풀어낸 것이 높은 평가를 받는다.
순수했던 나자리노(후안페론)와 그의 연인(에바페론 또는 이사벨페론, 또는 아르헨티나 민중)이 공포와 혐오와 광기에 휩싸인 주민들의 총에 비극적으로 죽은 것처럼...
예의 1976년 호르헤 라파엘 비델라가 군부 쿠데타로 집권해 독재와 학살로 아르헨티나 경제를 완전히 죽여버렸다. 당시 비델라는 좌익척결이라는 명분으로 페론 지지자인 3만여 명의 아르헨티나 민중들을 학살했다.
오늘 (아르헨티나 현지시간 3월 18일)은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집권한지 100일이 되는 날이다.
현재 아르헨티나는 50년 전 상황에서 군부가 물러나고 대신에 제 3의 세력인 신자유주의자들이 등장했다. 즉 페론주의 진영, 리버럴 성향 시민연합 진영, 그리고 밀레이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 진영. 이렇게 크게 3개의 진영으로 국민들이 분열되어 있다.
군부가 물러난 것은 고무적이지만 사민주의자와 리벌럴 자유주의자, 신자유주의자 사이의 갈등은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페론주의 진영의 사민주의 정책이 실패를 거듭하자 최근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신자유주의자인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에 기대를 걸기 시작해 마침내 밀레이가 대통령이 됐다.
필자는 밀레이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해서 방향성은 옳다고 보지만 접근 방법이 너무 급진적이어서 과연 밀레이의 신자유주의 개혁을 성공시킬 수 있을지 우려하며 지켜보고 있다. 공포와 광기에 희생됐던 나자리노가 각성, 환생한 것이 신자유주의자, 밀레이가 아닐까 하면서.
밀레이 대통령의 신자유주의 개혁이 너무 급진적으로 추진되는 탓에 민중들의 지지가 조금씩 줄어들고는 있는데 그래도 거의 과반에 가까운 지지율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 S&P는 15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의 장기 현지 통화 국가 신용등급을 'SD'에서 'CCC'로, 장기 외화 표시 국가 신용등급을 'CCC-'에서 'CCC'로 상향했다.
평판경제신문 발행인 겸 기자. 레마코리아 대표이사. 문화정책학·과학기술정책학 박사 과정 재학 중,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경제사상을 연구하면서 정치적 자유주의와 경제적 자유주의를 통합하는 포스트자유주의 이론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평판경제신문
이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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