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대북제재 감시 임무를 수행해온 전문가 패널이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2일 (현지시간) 해산 수순을 밟게 됐다. 조현동 주미대사는 러시아를 강력하게 비판했지만 러시아가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는 현재로서는 무망하다.
지난 해부터 러시아와 북한간 무기거래를 포함한 밀착관계가 한반도 및 유럽지역의 평화와 안정뿐만 아니라 유엔 및 국제비확산 체제 등 국제질서에 큰 위기를 가지고 온 가운데 한국으로서는 이제 대북제재 감시에 지장까지 생겼다.
그 와중에 오늘(4월 3일) 북한은 신형 중장거리 극초음속 미사일을 시험 발사해 성공했다. 이로써 북한의 모든 미사일의 핵무기화가 실현된 것이다. 아마도 러시아의 기술 협력에 많은 도움을 받았을 것이다.
이처럼 한반도 정세가 점점 더 불안해지고 있다.
그간 미국의 미국우선주의에 러시아와 중국과 인도 등의 강대국은 다자주의로 대응해왔다. 그 중 러시아에서는 우크라이나 문제와 관련해서 유라시아 영토패권주의가 국가전략에 따라 추진되면서 국제 질서가 더욱 불안정해진다.
필자는 국제정치외교 정책을 현실주의학파 입장에서 본다. 현실주의 관점에서 보면 미국과 NATO의 확장주의에 대응하는 러시아로서는 필연적인 행보다.
NATO의 확장주의는 미국의 봉쇄정책과 함께 동전의 양면이다. 그래서 확장주의를 이해하려면 미국의 봉쇄정책, 구체적으로는 신봉쇄정책을 중심으로 봐야 한다.
구소련~러시아에 실재하는 권위주의와 유라시아영토주의에 대응하고 구소련 붕괴에 따른 무질서에 대응하기 위한, 그리고 이로 인한 핵무기 누출 확산을 방어하기 위한 목적에서 나온 전략과 정책의 문제로 봐야 정확하게 국제 정세를 볼 수 있다.
참고로 미국의 봉쇄정책은 총 세차례 실시됐다. 미국의 첫 번째 봉쇄정책이 바로 봉쇄정책의 창안자로 유명한 조지 케넌의 주장에 따라 2차대전 직후에 소련을 상대로 실시된 소련봉쇄정책이다.
소련봉쇄정책은 고등학교 세계사 책에도 나올 정도로 유명하다. 현대 국제 정치경제와 외교를 해석할 수 있게 해주는 핵심 사건이기 때문에 고등학교 세계사에서 다룬다.
2차 대전 직후 전후 세계 질서 구축 때 소련이 미국과 유럽에게 우호적으로 협력할 것이라는 기대가 당시 미국과 유럽에 팽배했지만 케넌은 봉쇄정책을 주장했고 트루먼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였다.
트루먼이 봉쇄정책을 수용한 것은 제2차 세계 대전 이전 미국의 외교 정책이었던 고립주의 정책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먼로주의가 폐기되고 동맹을 통한 개입주의가 실시된 것이다.
봉쇄정책은 냉전 내내 미국 군사 외교 정책의 핵심 전략, 정책이 됐다. 다만 케넌은 공산주의 소련의 위험이 너무 과장돼 소련에 대해 지나치게 호전적인 분위기가 (매카시즘 등이) 워싱턴을 휩쓸고 불필요한 재래·핵 군비 증강 및 군사 대결 정책으로 이어진 것에 대해서는 비판했다. 적정선을 넘었다는 비판이다.
두 번째 봉쇄정책이 소련 해체 이후 러시아연방 창설 때 클린턴 행정부가 취한 러시아봉쇄정책이다. 이를 신봉쇄 정책이라고 한다. 봉쇄정책의 창안자인 케넌은 이 두 번째 러시아봉쇄정책에는 반대했다.
공산주의 국가인 소련은 봉쇄해야 했지만 자유민주주의 국가이자(물론 결손 자유민주주의 수준이지만) 자본주의 국가인 러시아는 포용했어야만 했다는 것이다.
케넌은 클린턴 행정부가 러시아를 봉쇄하는 신봉쇄전략 정책을 택한 것은 냉전과 냉전 이후 통틀어 20세기 이후 현 세기까지 미국과 서구의 가장 큰 외교적, 군사적 실책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미국 정부는 케넌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세 번째 봉쇄정책이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의 바이든의 러시아 봉쇄정책이다. 그래서 필자는 클린턴행정부의 봉쇄정책이 냉전이 아닌 시기에 취해진 봉쇄정책으로서 이를 '신봉쇄정책'이라고 한다.
그러나 현재 많은 한국 언론들은 바이든의 봉쇄정책을 신봉쇄정책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대중들이 혼동할 수 있는, 잘못된 명명이다. 차라리 '신냉전 봉쇄정책'이라고 하든지. 한국 언론들은 그 중요한 클린턴정부의 봉쇄정책을 아예 언급하지도 않는다.
신봉쇄정책은 클린턴행정부 때의 봉쇄정책을 말한다. 이 신봉쇄정책을 제대로 이해해야 NATO의 확장주의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해할 수 있다.
"미국과 유럽이 클린턴의 신봉쇄전략 정책을 택한 것은 냉전과 냉전 이후 통틀어 20세기 이후 현 세기까지 미국과 유럽의 가장 큰 외교적, 군사적 실책이 될 것"이라는 케넌의 예언이 실현된 것이 바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다.
신봉쇄정책은 추세적연쇄적반응을 일으켜 중국의 부상으로 이어진다. 인도는 그 틈을 비집고 다극주의, 중첩적다자주의 질서를 확립하려고 한다.
한국은 굳이 신봉쇄정책에 따라갈 필요는 없었다. 애초에 잘못된 전략 정책이고 미국은 중국에 대항하기 위해서 언젠가 다시 러시아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대하는 윤석열 정부의 태도를 보며 윤석열 정부가 북방외교를 붕괴시킬 것이라고 우려했고 만약 북방외교가 붕괴되면 북한의 제7차 핵실험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우려는 현실화 되었다. 윤석열 정부는 국제정세를 오판하여 러시아와 북한의 밀착을 불렀다.
북한은 독자적으로 제7차 핵실험을 할만한 핵기술과 미사일 기술이 없었다. 그런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노골적으로 편드는 한국에 보복을 하기 위해 북한에 핵기술과 미사일 기술을 이전하게 되는 것이다.
케넌의 경고는 이제 무의미할까? 그렇지 않다. 미국이 언제까지 러시아를 봉쇄할 수 있을까? 언제까지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수 있을까? 미국으로서는 러시아보다 훨씬 큰 위협이 되는 중국이 대두하고 있는 상황에서 봉쇄는 한계가 있기에 케넌의 경고가 지금도 유효하다.
미국에서 다른 정치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친 러시아 행보를 보여왔던 트럼프가 공화당의 유력 대선주자로 떠올라 바이든의 재선을 막아서고 있다.
트럼프가 당선되면 러시아의 폭주가 풀릴까? 그러기엔 트럼프는 너무 미국의 이익만 추구한다. 러시아와 북한의 밀착과 폭주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윤석열 정부가 조금만 더 세심하게 정치외교 스탠스를 잡았다면 막았을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많다.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과 미국 대선 등 국제정치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큰 사건들이 계속 이어진다. 한국으로서는 러시아와 북한의 밀착 관계에 대응해서 구도를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본다. 국제정세의 변화를 예의주시해야 한다.
편집자 주 : 본 기사는 북한의 신형 미사일 발사 성공에 즈음해 지난 1월 18일자 '푸틴이 대적한 NATO의 확장주의와 미국의 봉쇄주의'라는 기사를 증보해서 다시 썼습니다.
평판경제신문 발행인 겸 기자. 레마코리아 대표이사. 문화정책학·과학기술정책학 박사 과정 재학 중,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경제사상을 연구하면서 정치적 자유주의와 경제적 자유주의를 통합하는 포스트자유주의 이론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평판경제신문
이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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