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희수 하사의 사망이 '순직'인 이유

군인사법의 순직과 대중언어에서의 순직의 차이

이승훈 승인 2024.04.04 17:14 의견 0
고 변희수 육군하사


트랜스젠더인 고(故) 변희수 육군 하사의 자해사망이 4일, 국방부 중앙전공사상심의위원회 결정에 따라 순직으로 인정됐다. 이로써 변희수 하사는 국립묘지 안장도 가능하게 됐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한국 인권 역사, 역사 진보에 큰 획을 그은 사건으로서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가질 만한 사건이다. 대한민국 국군도 이번 일을 계기로 차원 높은 선진 강군으로 거듭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변희수 하사의 순직이 인정되자 인터넷상에서는 자살을 한 것이 어떻게 순직이냐는 반응이 쇄도했다. 언론에서 순직의 개념을 정확하게 설명해주지 않으니 일반 시민들이 순직의 개념을 착각한 것으로 보인다. 트랜스젠더에 대한 성차별과 사자모욕행위도 많이 보인다.

일단, 대중언어감각에 따른 순직의 뜻과 엄밀한 개념적정의에 따른 순직은 많이 다르다.

변희수 하사의 경우는 군인사법상 당연히 순직으로 인정된다.

일반 대중들은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 중 사망을 했는데 국가의 수호ㆍ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ㆍ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을 가지고 사망한 경우로서 '타의 귀감이 되는 고도의 위험을 무릅쓴 직무 수행 중 사망한 경우'만을 순직으로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순직이라는 단어의 뜻을 오해하고 있는 대중들, 일부는 트랜스젠더에 대해서 성차별 발언과 사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발언도 하고 있다. 참고로 전역처분은 애초에 부당한 것으로 결론이 났었고. 이번에 순직까지 인정된 것이다. / 사진=변희수 하사 순직 인정 심사 관련 뉴스 최다공감 댓글 화면 캡쳐


그러나 군인사법상으로는 국가의 수호ㆍ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ㆍ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 없이 사망한 경우에도 순직이 될 수 있다.

다만, 고의 또는 중과실로 사망하거나 위법행위를 원인으로 사망한 경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일반사망자로 분류할 수 있다.

즉 변희수 하사가 고의 또는 중과실로 사망하거나 위법행위를 원인으로 사망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국가의 수호ㆍ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ㆍ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 없이 사망한 경우에도 순직으로 인정된다.

변희수 하사의 경우 군인사법상 순직Ⅲ형에 해당한다. 자해사망(자살로 인한 사망)의 경우가 순직Ⅲ형의 전형적인 경우다. 변희수 하사의 경우 육군의 강제전역 조치에 따라 자해하여 사망에 이른 것으로서 순직Ⅲ형의 순직으로 인정됐다.

참고로 군인사법상에는 순직을 3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아래와 같다.

순직Ⅰ형: 타의 귀감이 되는 고도의 위험을 무릅쓴 직무 수행 중 사망한 사람

순직Ⅱ형: 국가의 수호ㆍ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ㆍ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 중 사망한 사람(질병 포함)

순직Ⅲ형: 국가의 수호ㆍ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ㆍ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 중 사망한 사람(질병 포함)

-군인사법 제54조의2(전사자등의 구분) 1항 2호-


다만 순직Ⅲ형의 경우 국가유공자로 인정되느냐의 문제가 생긴다. 현재 순직II형, 예를 들어 가혹행위로 맞아죽은 경우는 당연히 국가유공자로 인정된다. 그러나 순직III형의 경우, 이번 변희수 하사처럼 자해사망의 경우도 국가유공자로 인정되느냐의 문제가 있는데,

필자는 굳이 이를 나눌 필요가 없이 자해사망의 경우도 국가유공자로 인정하는 것이 옳다는 입장에 있다. 맞아죽은 것이나 육군 전체 차원의 부당한 대우로 자해사망한 경우나 달리 취급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아래는 순직 여부를 둘러 싼 논란과 배경을 타임라인으로 정리한 것이다.

변희수 하사가 2021년 3월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 변희수 하사의 사망에 앞서 육군은 변 하사의 2019년 성전환 수술 이후 생긴 신체 변화를 '심신장애'로 규정하고 이를 근거로 2020년 1월 23일 강제 전역 처분했다.

- 이에 변희수 하사는 강제 전역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첫 변론을 앞둔 2021년 3월 3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2021년 10월 7일 대전지법 행정2부는 변희수 하사의 유족이 이어받아 진행한 전역처분 취소청구 사건에서 "심신장애 여부 판단은 '여성'을 기준으로 해야 했다"고 보고 강제 전역 취소 판결을 내렸다.

2022년 4월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는 보통전공사상심사위원회의 결정에 앞서 변희수 하사의 사망을 '순직'으로 심사하라고 국방부 장관에게 요구했다.

2022년 12월 1일, 육군은 육군은 변희수 하사가 사망한지 1년 10개월만에 고(故) 변희수 하사의 사망이 "공무와 상당인과 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순직이 아니라 일반 사망이라고 판정했다.

- 육군 보통전공사상심사위원회는 성전환 수술 후 사망한 변희수 하사의 사망에 대해 '순직'이 아니라 '일반 사망'으로 결정했다.

- 육군은 변희수 하사의 사망이 '순직'이 되기 위한 군 복무와의 인과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순직'을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군 복무 중에 사망한 것은 인정해 '일반 사망'으로 결정했다.

- 육군의 판정에 따라 변희수 하사의 신분은 '전역 직후 숨진 민간인 사망자'에서 '군 복무 중 죽은 일반사망자'로 바뀌었다.

- 육군은 그간 변희수 하사의 사망이 부사관 의무 복무 기간 만료일인 2020년 2월 28일을 넘긴 3월 3일에 사망한 것으로 보고 복무 중 사망이 아니라고 잠정 결론 지어왔다.

그러나 대통령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는 변희수 하사가 숨진 시점을 경찰 수사 자료 등을 근거로 부사관 의무복무 만료일인 2021년 2월 28일 이전인 2월 27일 사망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판결문에 기재된 3월 3일이라는 날짜와 관련해서는 "법원에 제출된 증거 등을 조사해 본 결과 변론주의 한계 등으로 실수로 잘못 기재된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순직을 부정하는 보통전공사상심사위원회의 결정 소식이 나오자 인권단체들은 규탄 성명을 내고 "변 하사의 죽음에 군은 일말의 책임도 없다는 뜻"이라고 육군의 결정을 비판했다.

육군은 "다시 한번 변 하사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께 애도를 표한다"면서 "유가족이 재심사를 요청할 시 국방부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에서 재심사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2024년 3월 29일 국방부는 재심사를 진행했다. 독립된 의사결정 기구인 중앙전공사상심의위원회는 변희수 하사의 사망이 순직이라고 결정했다.

4월 4일 국방부는 중앙전공사상심의위원회의 결정을 수용하고 강제 전역 처분이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온 지 2년 6개월 만에, 사망한 채 발견된지 3년 1개월 만에 순직을 공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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