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세계보건의 날 주제 '건강권'의 여러 측면

접근 부족과 접근 과잉의 문제 해결 방안으로서 증거 및 권리 기반 정책

이승훈 승인 2024.04.06 12:47 의견 0


세계 보건의 날(World Health Day) 은 세계보건기구 (WHO)가 국제 공중보건 문제에 대한 관심을 끌고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매년 제정한 기념일이다.

WHO는 전 세계 공중 보건 증진을 위해 노력하는 UN 산하 기관이다. 주요 활동 중 하나는 인플루엔자,HIV, 말라리아 및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과 싸우는 것이다.

매년 4월 7일에 열리는 세계보건의 날은 특정 건강 우선순위와 관련해서 매년 다른 주제가 주어진다. WHO 창설 75주년이 되는 올해 2024년은 건강권이 주제다.

건강권은 WHO 헌법에 명시되어 있으며, 140개국 이상이 헌법에서 건강을 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WHO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인 최소 45억 명이 필수 의료 서비스를 완전히 받지 못하고 있다.

WHO의 '모두를 위한 건강경제위원회'는 이 같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 올해 보건의 날 주제를 '나의 건강, 나의 권리(My health my right')로 정했다.

즉 안전한 식수, 깨끗한 공기, 좋은 영양, 양질의 주택, 적절한 노동 및 환경 조건, 자유뿐 아니라 양질의 의료 서비스, 교육,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모든 사람의 권리를 옹호하기 위해 선택되었다.

45억 명이 몰려 있는 저소득 및 중간 소득 국가에서 1차 의료를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연간 2,000억~3,280억 달러가 추가로 필요하고 WHO는 각 국가에게 GDP의 3.3% 이상을 1차 의료 접근 보장을 위해서 지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한편, WHO에 따르면 건강권은 국가에 대한 즉각적인 의무로 차별 금지 및 건강상의 평등 대우 보장 의무가 주어진다.

국민(인간)은 건강권에서 자신의 건강을 통제할 권리, 고지된 동의, 신체 보전, 건강 관련 의사결정에 참여할 권리 등의 권리를 가진다. 또한 고문, 학대, 유해한 관행으로부터의 자유와 같은 자유권도 포함된다.

건강권은 생명권, 식량권, 주거권, 노동권, 교육권, 사생활권, 정보 접근권, 고문으로부터의 자유, 결사·집회·이동의 자유 등 기타 인권의 실현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이에 의존한다.

여기에는 품질, 시의적절하고 적절한 의료 서비스 및 시스템과 건강의 기본 결정 요인에 대한 비차별적인 접근이 모두 포함된다.

전 세계적으로 건강권을 지속적으로 침해하는 핵심 과제는 정치적 무관심과 책임성 및 자금 부족, 불관용, 차별, 낙인이 가중되는 것이다. 빈곤층, 난민, 노령층, 장애인 등 소외된 인구가 가장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대기, 토양 및 수질 오염으로 인해 연간 조기 사망이 약 900만 명 에 달하며 , 그 중 90%는 저소득 및 중간 소득 국가에서 발생한다 .

한국도 사회적안전망 (복지가 아니라 사회적안전망, 복지는 사회주의적인 것이고 사회적안전망은 자유주의적인 것이다)이 부실해서 소외계층의 건강권이 충분히 보장되고 있지는 않다.

낮은 개발 상태의 국가에 주로 몰려 있는 전 세계 45억 명이 필수 의료 접근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외에도

개발 여부와 무관하게 134개 국가 및 지역 중 124개 국가 및 지역이 WHO의 미세먼지 오염 기준을 초과하는 등 대기 질이 악화되고 있다.

의료 시스템을 심각하게 긴장시키고 불평등을 악화시키는 가자 지구 와 우크라이나 의 폭력적인 분쟁 , 성소수자 반대법 , 이미 취약한 계층에 대한 박해, 여성의 건강권에 대한 제한 강화 등으로 인해 진전이 저해되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는 건강권을 둘러싼 최근 이슈는 서비스 및 시스템 과잉이 문제 된다. 바로 생체 및 건강 관련 데이터의 적절한 활용 수준의 문제다.

한국의 경우는 그간 생체 및 건강 데이터의 활용에 대한 규제가 너무 과도해서 생명산업에 신기술 도입·활용이 저해되고 있다. 물론 현 정부 들어서 생체 및 건강 데이터 활용에 규제개혁, 혁신의 노력이 집중되고는 있다.

반면에 미국 등 선진국은 규제가 느슨해서 관련 산업이 고도로 발달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라고 해서 이러한 생체 건강 관련 데이터에 대한 규제가 느슨한 것만도 아니다. 최근 미국 워싱턴 주는 마이 헬쓰 마이 데이타 법 (My Health My Data Act)을 통과시켰고 2024년 3월 31일부터 법이 발효됐다.

마이 헬쓰 마이 데이타 법에 따라 규제 대상 기관은 이제 법의 엄격한 동의 요구 사항을 충족해야 한다. 기존의 미국 마이 데이타 법과 달리 워싱턴주의 마이 데이터 법은 '임계값 트리거'가 없다.

예를 들어, 콜로라도 개인정보 보호법은 매년 100,000개 이상의 콜로라도 주민의 개인 데이터를 수집할 때까지 기업을 규제하지 않는다. 더 광범위한 미국의 주 데이터 보호법은 중소기업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방식으로 되어있다.

그러나 워싱턴 주처럼 임계값 트리거가 없으면 마이 헬쓰 마이 데이터 법은 소비자 건강 데이터와 상호 작용하는 양에 관계없이 모든 규모의 비즈니스에 적용된다.

또 워싱턴 주의 마이 헬쓰 마이 데이터 법은 개인이 워싱턴 주민이 아닌 경우에도 개인의 건강 데이터를 보호하기 위해 적용된다는 점에서 역외 효과를 가진다. 즉 법 적용 대상에서 워싱턴 주에 거주하는 개인 과 워싱턴 주에서 소비자 건강 데이터가 수집되는 개인이 모두 포함된다.

소비자의 건강 데이터의 정의도 광범위하다. 여기에는 "소비자와 연결되거나 합리적으로 연결될 수 있고 소비자의 과거, 현재 또는 미래의 신체적 또는 정신적 건강 상태를 식별하는 개인 정보"가 모두 포함된다.

또 마이데이터 활용에 소비자의 동의를 광범위하게 요구하고 있다. 기업은 소비자의 사전 동의를 얻은 경우 또는 특정 사업자에게 소비자가 요청하는 경우에만 그 소비자의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 데이터의 3자 제공에도 마찬가지로 동의가 필요하다.

또 워싱턴 주의 마이 헬쓰 마이 데이터 법은 지오펜싱(Geofencing)을 금지하고 있다.

지오펜스는 주위에 가상 경계를 설정하기 위해 전역 위치 좌표, 셀 타워 연결, 셀룰러 데이터, 무선 주파수 식별, Wi-Fi 데이터 또는 기타 형태의 공간 또는 위치 감지를 사용하는 기술을 뜻한다. 쉽게 말해 특정 물리적 위치, 또는 가상 경계 내에서 소비자의 위치를 ​​찾는 것이다.

워싱턴 주 마이 헬쓰 마이 데이터 법에서 지오펜스는 물리적 위치의 경계에서 2,000피트 이하인 가상 경계를 의미한다.

이에 따라 기업이 의료 서비스를 찾는 소비자를 식별하거나 추적하기 위해 그러한 지오펜싱 기술을 사용하는 것은 불법이다. 소비자 건강 데이터를 수집하고 소비자의 건강 데이터 또는 건강 관리 서비스 사용과 관련되거나 파생된 소비자에게 알림, 메시지 또는 광고를 내는 것에 많은 제약이 생긴다.

이처럼 워싱턴 주의 마이 헬쓰 마이 데이터 법은 규제가 느슨했던 기존 서구 선진국의 법과는 확연히 다르게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아마도 느슨한 규제 속에서 개인정보가 침해될 우려가 많다는 지적이 나와서 규제를 강화하는 법을 만들었을 것이다.

어느 쪽이 바람직한지는 현재는 알 수 없다. 규제를 강화하려는 한국 정부는 다만 각 체계의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증거 및 권리 기반의 법률 및 정책 환경 조성에 힘써야 한다.

증거 및 권리 기반의 법률·정책은 가장 소외된 사람들을 포함해 모든 사람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데에 가장 효과적이다. 그래서 필수적이다.

추가로... 한국의 당면한 건강권 이슈는 의대 증원 2000명에 대한 적절성 논란이다.

한국은 필수 의료 서비스 접근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수준이다. 그러나 정원을 최소 2000명 이상 늘리면서 사회주의의료 체제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의사들은 미국식 의료민영화 체제로 바뀐다고 하지만 필자는 유럽식 사회주의의료 체제로 바뀔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본다.

영국과 유럽 및 사회주의의료 체제를 가진 국가들의 사례를 봐서도 아시다시피 그렇게 되면 접근성도 떨어지고 진료비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지방의 필수 바이탈과 의사 부족은 개선될 가능성도 낮다.

2000명을 늘리는데 왜 접근성이 더 떨어지고 진료비도 더 증가하는지에 대해서 현 윤석열 정부는 정확한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는데 왜 그렇게 되느냐면 현재 한국 의료 체제에서 의료 자원의 30~40%가 전공의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전공의들은 주간 80시간 이상으로 일하면서 월 400만 원 정도의 보수를 받고 있다. 왜 이들은 착취적인 노동구조를 감수해왔을까? 정원이 2000명 늘어나면 이들은 어떻게 행동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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