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하루 전까지 여당인 국민의힘이 비례정당 포함해 127석을 얻는다는 전문가들의 예상이 나왔었다. 지금와서 밝히기는 좀 곤란하기는 하지만 필자는 여러 경로를 통해서 전문가들의 예상이 틀렸다고 주장했었다. 윤석열 정부의 실정과 불통 이미지, 보수 지지층 분열이 심상치 않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선거 며칠 전부터 전문가들의 전망보다 국민의힘이 훨씬 대패해서 110석 정도를 얻을 것으로 전망했다. 출구조사에서는 85~100석으로 전망되었지만 사전투표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이번 선거는 여당이 불리할 것으로 보였기 때문에 여권을 지지하는 보수층이 사전투표를 더 열심히 참여하는 현상이 나올 수도 있었다. 방송 3사는 최소한 이번 사전투표에서 세대별 투표 현황은 파악하고 이를 본 투표 출구조사에서 보정을 했어야 했다. 사전투표 비율이 매우 높게 나왔기 때문이다. 본 투표의 투표자들에 대한 조사는 정확히 했을지라도 표본이 '전체국민'과 달라지지면 수십억 원을 들인 출구조사가 헛될 수 있다.
필자는 이번 총선에서 가장 결정적인 장면, 즉 반전시킬 수 있었던 판세를 고착화 시킨 결정적인 순간을 꼽자면 윤-한 갈등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이하 존칭 생략)에게 맞서지 못하고 90도로 폴더 인사한 것이 결정적인 순간이라고 본다.
한동훈은 윤석열에게 90도로 인사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윤석열의 잘못을 인정하고 '국민의힘은 다수 국민들과 소통한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었던 기회를 날려버렸다.
물론 이번 국민의힘의 대패는 윤석열의 실정이 원인이고 윤석열의 책임이 여당 패배 책임의 80% 이상이지만, 이를 시정할 수 있었던 사람이 비상대책위원장이다. 윤석열은 떠날 정치인이기에 한동훈은 윤석열의 책임까지 져야 한다.
사실, 몇 달 전만 해도 해볼 만한 싸움이었다. 친명공천으로 민주당의 내분이 심했고 민주당이 국민의힘의 약점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동훈이 비대위원장을 맡아 싸움을 이끈지 3~4개월 만에 대패했다.
한동훈은 전략적으로도 일관된 전략을 가져가지 못했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 차원에서 총선 전략이 완전히 잘못됐다.
민주당의 정권심판론에 한동훈은 운동권 심판론과 이조심판론으로 맞붙었다. 맞붙기에는 윤석열의 실정이 너무 컸고 여당이 가져가야 할 비전을 보여주지 못했다. '섹스막말' 김준혁, '대출사기의혹' 양문석에게도 고전하는 국민의힘인데 무슨 운동권 심판 이조 심판인가?
세상에 여당이 무슨 심판론으로 전략을 가져가나? 오히려 야당인 민주당이 출생률1%, 물가2%, 성장률 3%, 혁신4대강국, 주가5천으로 여당의 역할까지 하면서 비전을 제시했다.
이렇게 잘못된 상황판단과 잘못된 전략으로 대패하면 수장은 책임을 지고 정치판에서 물러나는 게 정치판의 룰이다. 그래서 한동훈은 차기 유력 대선 주자라는 평판도 위태하다.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를 넘어설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한동훈은 윤석열을 넘어서야 했다. 윤석열을 극복하지 않으면 한동훈의 미래는 없었다. 어지간한 상황이라면 대통령을 따라야겠지만 윤석열의 실정은 용납할 수준이 아니었다. 한동훈은 한 번의 실수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중대한 시점에서의 패착이었고 그동안 계속되어온 전략의 실패, 거시적 안목의 부족 등을 보건대 필자는 한동훈에 대해서 상황판단 능력이 부족하고 리더로서의 자질이 부족한 것으로 본다.
그나마 선거 후반에 함운경 등이 윤석열의 실정과 불통을 비토했다. 함운경이 상황을 잘 판단한 것이다. 함운경은 낙선했지만 판세와 구도상 낙선은 어쩔 수 없었던 부분이고 민주당 강세지역에서 정청래를 잘 막아냈다. 윤석열을 비판함으로써 함운경은 정치생명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고 본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패배하게 된 가장 치명적인 이슈는 두 말할 필요도 없이 바로 경제 정책 실패다. 경제를 살려가는 정부 여당이라면 이렇게 대패하는 일은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이 경제다.
여기에 대통령실의 기획 아이템인 '대파 875원' 논란이 겹쳤다. 이른바 '대파 게이트'. 대파 게이트는 윤석열 정부가 경제에 무능하다는 것에 더해서 사실을 은폐하고 물가 현황을 가지고 국민들을 속이려고 한다는 인상까지 주었다. 그래서 필자는 이 '대파 게이트'가 이번 총선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본다.
윤석열과 한동훈은 대파 게이트에 대해서 즉각 솔직하게 사과를 했어야 했다. 투표장에 대파를 가지고 가니 마니를 다투는 것은 전략적 판단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파를 가지고 가면 안 된다고 홍보하는 것은 대파 게이트를 홍보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정부 여당 내에, 씽크탱크라는 여의도연구원을 포함해서 현재 윤석열 정부의 경제 정책 실패의 원인을 제대로 설명하고 국내외 경제 상황을 제대로 전망하고, 대안을 낼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필자는 여당 내에서 그런 사람을 못 봤다.
현재 물가 불안에 대해서도 정부 여당이 제대로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대책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뭐 유통구조의 부실? 완전히 잘못 파악하고 있다. 필자는 시카고학파 관점에서 현 정부여당의 경제정책 실패와 대안을 이미 밝힌 바 있다.
누가 정권을 잡고 못 잡고를 떠나서, 정치의 영향은 위정자의 출세와 몰락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밥 한 그릇에 국 한 그릇 먹는 우리의 하찮은 밥상에 있다는 점에서 국민의힘 윤석열과 한동훈, 그리고 경제정책 담당자는 석고대죄 대오각성해야 한다.
또, 의대증원 이슈도 영향이 있었다. 의대증원 이슈에서는 평판관리와 갈등관리에서 윤석열 정부가 전혀 역량을 보여주지 못하고 크게 착각하고 있었다. 대통령실 판단으로는 경제실정 이슈와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논란 등을 총선까지 덮는다고 기획한 듯한데, 너무 과도했고 오래 끌었다.
그 와중에 의사단체 등 전통적인 보수층의 이탈까지 불렀다. 보수층의 분열과 책임회피, 꼼수전략으로 이어지고 일관됐다.
의사집단은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일방적 의대증원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매우 잘못된, 자기중심적인 사고다. 보수여당의 주된 지지계층인 의사가 이탈했을 뿐이고 그래서 여당의 선거 참패에 한 추동력을 주기는 했다.
물론 의대증원 이슈가 제대로 갈등관리가 되고 있지 못하다는 부분에서는 많은 국민들이 동의하고 있겠지만 대다수의 국민들은 기본적으로 의대증원 정책을 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함부로 국민을 가져다 쓰면 의사협회의 평판이 추락한다.
그 밖에 이종섭과 황상무 논란, 김건희 논란도 있지만 경제실정, '대파 게이트'만큼 치명적인 이슈는 아니다. 살기 좋아질 것 같다는 희망이 있다면 덮이는 이슈들이다.
한편, 조선일보는 선거 직후 부동산경기활성화 및 이를 위한 세제개편이 급선무라고 윤석열 정부에게 압박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부동산 정책과 무관하게라도 거시경제 활성화를 위해서 감세 정책을 가져가려고 하고 있었다. 그러나 필자는 당장 서민경제 안정, 즉 환율 폭등과 물가인상에 대한 대응이 더 급하다고 본다.
부동산경기활성화는 오히려 환율과 인플레이션 문제를 더 악화시킨다. 감세는 상황에 따라 다르지면 현재로서는 인플레이션 문제를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감세 문제도 전반적으로 정부여당이 잘못 보고 있다. 감세 정책은 다음에 다시 살펴보기로 하고,
조선일보를 비롯해 보수 여권이 아직도 상황판단을 제대로 못하고 경제를 거시적으로 보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서 매우 우려스럽다.
평판경제신문 발행인 겸 기자. 레마코리아 대표이사. 문화정책학·과학기술정책학 박사 과정 재학 중,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경제사상을 연구하면서 정치적 자유주의와 경제적 자유주의를 통합하는 포스트자유주의 이론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평판경제신문
이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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