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명품을 들고 다녀도 어떤 사람은 워너비 셀렙이 된다. 반면에 같은 명품을 들고 다녀도 어떤 사람은 싼티가 나고 비호감 이미지를 준다. 왜 그럴까?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의도적으로 비호감 행위를 하면서 리얼하게 싼티를 보여주는데, 일상에서 싼티를 의도적으로 내지 않으려고 노력해도 비호감 행위를 하지 않아도 싼티가 나고 비호감을 주는 경우가 있다.
왜 그럴까? 바로 스프레짜투라를 확보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른 것이다.
패션잡지 속에 등장하는 모델을 보면 '무관심한듯 시크한' 태도를 볼 수 있다. 사실, 개떡같은 옷을 입어도 그런 태도가 있어야 멋이나 스타일이 살아난다. 이때 '무관심한듯 시크한' 태도가 바로 '스프레짜투라(sprezzatura)'다.
스프레짜투라는 발타사레 카스티글리오네 (Baldassare Castiglione) 의 1528년 책 'The Book of the Courtier' 에 처음 등장하는 이탈리아 단어다. 저자는 이 단어를 "어떤 무심함, 즉 모든 예술을 숨기고 무엇을 하든 무엇이든 만들려는 무심함"이라고 정의한다.
옥스포드 영어사전에서는 studied carelessness (연구된 부주의, 의도적인 부주의)라고 스프레짜투라를 번역 설명한다.
애써 무관심한듯 시크하게 럭셔리 명품을 소비하는 사람들은 내심 "나는 이 정도 옷을 사입고 멋을 부리는 데에 돈이나 노력을 별로 안들였어. 일상적인 거야"라고 '속으로' 과시하지만 내공이 약하면 '속마음'이 간파된다.
명품을 걸치고 명품을 소비하는 행동거지에서 뭔가 무리한다거나 뭔가 자연스럽지 못함이 느껴지면 스프레짜투라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럭셔리 명품을 소비하기 위해서는 스프레짜투라의 내공을 길러야 한다.
럭셔리 명품을 소화해내느냐 싼티를 내느냐는 돈의 문제가 아니다. 스프레짜투라라고 하는 태도와 내공의 문제다.
예전에 배우 유해진이 삼성카드 광고에 나와서 "아무것도 안하고싶다.이미 아무것도 안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라고 속으로 외치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있다. 바로 스프레짜투라의 극치다.
즉 스프레짜투라가 간파된다. 스프레짜투라가 곧바로 간파되면 자연스럽지 못함을 노출시켜서 우스워 보이고 싼티가 나고 비호감 이미지를 준다.
삼성카드 광고는 그런 스프레짜투라를 우스꽝스럽게 (자학개그처럼) 노출시켜 소비자들에게 간파당하게 함으로써 자본주의적인 혹은 속물적인 행태에 적대적인 사람들을 유머러스하게 수용하고 긴장을 푼다.
스프레짜투라는 그라찌아, 우아함을 얻기 위한 목적에서 나오는 행동이다. 그라찌아를 획득한 스프레짜투라는 선(善)을 발 아래에 두고 굴복시킬 수 있다.
럭셔리 명품을 과시한다든가 하는 것이 보이면 스프레짜투라가 간파된 것이다. 자연스럽지 못하다.
혹은 아무리 해도 만나주지 않더니만 명품을 선물해 준다니까 만나주는 식으로 우아함과는 거리가 멀게 명품에 집착한다든가 하면 스프레짜투라를 잃어버린다.
이렇게 스프레짜투라를 확보하는 데에 실패하면, 즉 스프레짜투라가 간파되거나 스프레짜투라를 잃어버리면 럭셔리 명품을 들고 다녀도 싼티가 나고 비호감을 준다.
평판경제신문 발행인 겸 기자. 레마코리아 대표이사. 문화정책학·과학기술정책학 박사 과정 재학 중,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경제사상을 연구하면서 정치적 자유주의와 경제적 자유주의를 통합하는 포스트자유주의 이론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평판경제신문
이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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