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확전되면서 제5 차 중동전쟁, 내지는 제3 차 세계대전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는 우려들이 나오고 있다.
지난 1일 이스라엘은 '이유 없이' 시리아에 있는 이란의 외교 건물을 공습한 결과 이란의 고위 장성들과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의 고위 보좌관들이 사망했다.
이란이 하마스와 헤즈볼라를 배후에서 지원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재 상황에서 이란을 공격하는 것은 무모한 공격이다. 그래서 '이유 없는' 공격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이유 없어 보이는' 공격이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대한 소극적인 태도로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궤멸시키기에도 벅찬 상황에서 이란까지 공격해서 전쟁의 판을 키우는 것은 상식 밖의 처신이다.
이스라엘은 이란을 궤멸시킬 수도 없고 궤멸시키려고 시도해서도 안된다. 제5 차 중동전쟁, 나아가서 제3 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무모한 공격이기 때문이다.
국제정치·정책을 보는 관점으로 '이상주의 학파' 관점과 '현실주의 학파'관점이 있다. 현실주의는 국가가 세계 각국의 평등, 평화, 공동 번영 같은 이상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이상은 일단 차치하고, 힘의 논리에 의거해서 당장의 현실적인 자국중심주의적 이익을 추구한다고 보는 관점이다.
현실주의 관점에서는 국가는 이상적인 명분을 따르지 않고 이익을 보기 위해 행동한다. 그런데 손해를 보는 것처럼 행동한다면 그 국가지도부에 내란이 있다든가 하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일단은 뭔가 다른 이익을 염두에 두고 행동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네타냐후는 어떤 비용과 희생을 치르더라도 이번 기회에 하마스를 완전히 절멸하고자 한다. 여기서 현실주의 관점에서 보자면, 네타냐후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소극적이고 나아가 빨리 휴전 내지 전쟁을 종식시키려는 바이든 행정부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계속 묶어두기 위해서 고의로 이란을 자극한 것으로 본다.
즉 네타냐후가 대 하마스 전쟁에 소극적인 미국, 바이든 행정부를 향해 중동의 가장 큰 반미세력인 이란을 개입시키고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나아가 제5차 중동전쟁, 나아가 제3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사태 발생의 개연성을 바이든에게 경고한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확실하지 않지만 일부 외신에서 파편적인 정보로나마 확인할 수 있다. 그런 관점에 기초해서 한 발 더 나아가 추론을 더해보자면
이스라엘의 이 같은 행위는 손자병법의 혼전계(混戰計), 금선탈각(金蟬脫殼)의 전법으로 설명할 수 있다. 즉 매미가 허물을 벗듯 고의로 위기를 만들어 기회를 찾아내는 전법이다.
네타냐후가 지난 1일 이란의 고위 장성들을 공격한 본심은 이란과 전쟁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바이든을 이스라엘-하마스에 계속 묶어두고, 이스라엘의 대 하마스 전쟁에 미국의 비토를 불식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네타냐후는 이란과의 전면전 확대 가능성이라는 위기를 고의로 만들고 이란의 대규모 미사일 공격을 유도했다. 이로써 바이든은 계속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묶인다.
대선을 앞두고 재선이 바쁜 바이든에게는 이란과의 확전은 끔찍한 시나리오다. 바이든은 네타냐후를 혐오하면서도 네타냐후를 편들 수밖에 없어졌다.
이스라엘이 장기적으로 미국과의 관계를 이렇게 미국을 계속 협박하듯 끌고 갈 수는 없겠지만 바이든의 경쟁자인 트럼프는 바이든과는 다르기 때문에 이스라엘로서는 그다지 꿀릴 것이 없다.
이란의 미사일 공격 직후 네타냐후와 바이든이 통화 후 이란 보복 공격 계획을 철회한다는 외신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다 또 오늘은 조금 전에는 보복 공격 계획 철회는 결정되지 않은 듯(바이든이 네타냐후에게 하마스 전쟁에 대해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은 태도를 보인 듯) "5차 중동전쟁이 임박한 것이 아니냐?"는 외신도 나온다.
어떤 소식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정치경제에서 예측이라는 것은 적중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상황 변화에 대한 민감한 감수성을 유지하려는 목적에서 예측을 하고 시나리오를 구상한다.
이스라엘이 이란 보복공격 계획을 철회하는 것은 보다 개연성이 높다. 이란의 계속되는 미사일, 드론 공격을 아이언돔으로 막아내는 것도 가능하지 않다.
어제 하루 동안 아이언돔으로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 300여 개를 막아내기는 했지만 비용이 하루에 1조 8000억원이 든다고 한다. 아이언돔으로는 임시로 막아낸 다음 지상군 반격을 해야 하는데 반격 또 한 부담이다.
이란의 대규모 공격에 이스라엘이 별다른 피해를 보지 않았다는 건 이란에 상당히 곤혹스러운 결과로 보는 견해가 일반적이지만 이란은 이스라엘이 금선탈각 전법을 썼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일부러 이스라엘과 미국이 충분히 반격할 준비를 하도록 하고 공격을 할 수도 있다. 서로 짜고치는 고스톱이다. 즉, 이란은 이스라엘을 공격하기에 앞서 불시에 타격할 수도 있었는데 시간을 두면서 이스라엘과 미국에게 대응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란의 미사일 공격이 저지된 데에는 이스라엘의 아이언돔 뿐만 아니라 미국의 도움도 있었다. 특히 미국 영국 요르단의 전투기는 이란의 드론 격추에서 중대한 역할을 했다. 이스라엘의 아이언돔은 방어확률이 90%정도다. 이란은 300여 드론과 미사일로 이스라엘을 공격했다. 확률 상 30여개의 미사일과 드론은 이스라엘을 폭격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왜냐면 미사일과 드론이 이스라엘에 닿기 전 대부분 미국과 영국, 요르단의 전투기가 격추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이란은 이스라엘에게 복수를 하는 척을 했다고 봐야 한다.
이란과의 확전은 이스라엘로서는 큰 부담이고 네타냐후가 금선탈각 전법을 구사한다고 보면, 애초에 이란과의 전쟁은 목적이 아니다. 다만 하마스 전쟁에 미국이 참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시나리오에 따른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다.
즉 네타냐후는 앞으로 하마스 전쟁에 바이든이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 혹은 계속 종전을 강요한다면 이스라엘은 또다시 이렇게 (하마스의 배후 지원 세력이라는) 이란을 도발하겠다는 뜻을 바이든에게 보여준 것이다.
반면에, 이스라엘이 계속 전쟁을 확대시킬 것이라는 시나리오는 중동전쟁, 세계대전으로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감안해야 하고 이스라엘로서도 이익을 볼 것이 없기 때문에 개연성은 낮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란은 이스라엘에게 충분히 반격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놓고 공격(하는 척)했다는 점을 봐서도 이스라엘이 전쟁을 확전시킬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러나 시나리오의 하나로 놓고 대비는 해야 한다. 시나리오를 상정해두는 것과 상정해두지 않는 것은 대응에 큰 차이를 가지고 오기 때문이다.
어쨌든 당분간 중동 정세의 불안정은 계속될 것이고 그에 따라 한국은 유가를 비롯해 인플레이션 압박을 받고 경제에 타격을 받게 된다. 엊그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 조치가 못마땅해진다. 필자의 후견지명인 것은 아니다.
결론.
1. 제5 차 중동전쟁으로 확전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2. 바이든은 對하마스 전쟁에 대해서 이스라엘에게 무조건 종식을 요구하던 태도에 변화를 보일 것이다.
3. 바이든의 하마스 전쟁에 대한 태도가 네타냐후의 對이란 시나리오 수준과 결정에 있어서 바로미터다. (반비례 관계. 예, 바이든이 하마스전쟁에 대해 적극적이면 네타냐후는 이란 도발을 자제)
4. 당분간 정세 불안정은 불가피하다.
5. 유가 등 인플레 위기가 예상되므로 현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타이밍 탐색기조는 바람직하지 않다
평판경제신문 발행인 겸 기자. 레마코리아 대표이사. 문화정책학·과학기술정책학 박사 과정 재학 중,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경제사상을 연구하면서 정치적 자유주의와 경제적 자유주의를 통합하는 포스트자유주의 이론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평판경제신문
이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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