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주의 관점에서는 이스라엘의 이란의 충돌에 대해 서로 짜고치는 고스톱일 가능성을 높게 본다.
현 상황에서 이스라엘과 이란은 각각 서로에 대해 제한된 범위에서의 도발, 즉 '짜고치는 고스톱'을 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있다. 즉 목적적 행위가 따로 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전쟁 군사지원에 소극적이고 휴전을 종용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태도를 바꾸려는 목적이 있다.
이란은 이스라엘에 대한 미사일 공격이 별다른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핵무기 보유 필요성에 대한 대내외적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목적이 있다.
이번 충돌에서 이스라엘과 이란은 양국 모두 서로 얻고자 하는 것을 얻었다. 물론 양국이 대놓고 만족한다는 속내를 밝히지는 않고 서로 '으르렁대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지난달까지 바이든은 네타냐후에 대한 악감정이 최대치였다.
BBC의 인터내셔널 에디터 제레미 보웬은 "바이든 미 대통령과 미국 고위 관료들은 이스라엘이 전쟁을 벌이는 방식에 대해 인해 인내심을 잃어가는 듯하다"고 바이든 대통령의 심기를 파악했다.
지난 3월 2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처음으로 통과됐다. 제레미 보웬은 이를 이스라엘의 전쟁 수행에 대한 외교적 보호 장치를 제거했다는 의미로 본다.
휴전 촉구 결의안이 통과된 배경은 바이든 대통령이 결의안 통과를 방관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즉 미국이 표결에 기권했기 때문에 통과됐다. 그만큼 네타냐후와 바이든의 관계는 최악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휴전 촉구 결의안이 통과되자 네타냐후는 미국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안보리 표결에서 거부권 행사 대신 기권한 미국의 결정에 대해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가 납치한 인질들을 석방하려는 전쟁 노력과 시도를 저해했다."고 미국과 바이든을 비판했다.
휴전 촉구 결의안이 통과되자 이스라엘이 곧바로 취한 전략 전술이 바로 이란에 대한 도발이었다.
4월 1일 이스라엘은 시리아에 있는 이란의 외교 건물을 공습해서 이란의 고위 장성들과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의 고위 보좌관들을 폭사시켰다.
네타냐후와 이스라엘은 이번 기회에 하마스를 절멸시키고자 하는데 안보리를 포함해 세계 각국이 휴전을 촉구하자 오히려 판을 키운 것이다.
네타냐후는 앞으로 하마스 전쟁에 바이든이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 혹은 하마스를 지금처럼 놔두고 휴전이나 종전을 종용한다면 이스라엘은 또다시 이렇게 (하마스의 배후 지원 세력이라는) 이란을 도발하겠다는 뜻을 바이든에게 보여줬다.
현재, 거의 대부분의 국제정치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면전 가능성, 제5차 중동전쟁 확전 가능성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게 잡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배경을 생각하면 확전 가능성은 매우 낮다.
즉 이스라엘은 다만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유지에 소극적인 미국과 서방 각국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이해관계자가 되도록 하여 적극적인 태도로 바꿀 목적에서 이란을 도발했다고 봐야 한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면전은 하마스 절멸이라는 가장 큰 목적이 날아가 버릴 수도 있기에 애초에 이스라엘의 본심이 아니라고 봐야 한다.
평판관리와 위기관리 차원에서 보자면, 현 상황에서 앞으로 중동 위기 관리를 위한 모니터링에서 관심을 기울일 부분은 세 곳이다.
첫째. 이스라엘에게 하마스전쟁 휴전을 촉구하던 바이든의 이스라엘에 대한 태도, 하마스전쟁에 대한 태도가 얼마나 바뀌나를 봐야 한다.
둘째. 이스라엘 군사지원법안의 향방. 현재 이스라엘 군사지원법안은 우크라이나 지원법안과 맞물려 좌초되어 있다.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이스라엘 단독 지원 입장, 민주당은 우크라이나 지원을 포함한 이스라엘 지원 입장.
이스라엘의 이란 침공으로 이스라엘 군사지원법안이 어떻게 처리되는지를 지켜봐야 한다.
셋째. 국제유가 추이를 봐야 한다.
앞으로 세계 각국들이 보기에 이스라엘과 이란의 공방이 짜고치는 고스톱이며 확전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견해가 우세하면 국제유가는 오르지 않는다.
지난 14일, 이란의 대규모 공격에도 이스라엘은 별다른 피해를 보지 않았다는 건 이란에 상당히 곤혹스러운 결과로 보는 견해가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그러나 이란은 이스라엘이 금선탈각 전법(없었던 위기를 일부러 만들어내어 더 큰 기회를 만드는 전법, 다른 목적을 가진 제한된 범위에서의 도발)을 썼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일부러 이스라엘과 미국이 충분히 반격할 준비를 하도록 하고 공격을 할 수도 있다.
이란은 이스라엘을 공격할 때 불시에 타격할 수도 있었는데 시간을 두고 언제 어떻게 공격한다는 뜻을 다 공개하면서 이스라엘과 미국에게 대응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에 이란의 미사일 공격이 저지된 데에는 이스라엘의 아이언돔 뿐만 아니라 미국과 동맹국들의 도움이 있었다. 특히 미국 영국 요르단의 전투기들은 개방된 영공에서 이란의 드론 격추에서 중대한 역할을 했다.
이스라엘의 아이언돔은 방어확률이 90%정도다. 이란은 300여 드론과 미사일로 이스라엘을 공격했다. 확률 상 30여개의 미사일과 드론은 이스라엘을 폭격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왜냐면 미사일과 드론이 이스라엘에 닿기 전 미국과 영국, 요르단의 전투기가 대부분의 미사일과 드론을 격추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이란은 이스라엘에게 복수를 하는 척을 했다. 이란과의 확전은 이스라엘로서는 큰 부담이고 이란으로서도 큰 부담이다.
필자가 이 칼럼을 쓰는 중간에 어제 밤늦게 "이란, 이스라엘 공습 '美와 약속대련설' 부인"이라는 기사가 올라왔다.
그러나 당사자들이 약속대련, 짜고치는 고스톱을 했다고 스스로 인정할리는 만무하다. 정치외교적으로 국가가 하는 말은 그 맥락을 보고 실제로 일어난 사건들을 재구성해야 한다.
약속대련을 했건 하지 않았건,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란은 이스라엘을 공격하기에 앞서 튀르키예를 통해 미국에 관련 내용을 통지했다는 것이 중요하고 이에 따라 이란의 공습 대부분을 미국, 영국, 요르단 전투기들이 이스라엘 도달 전에 손쉽게 차단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로이터는 튀르키예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이 튀르키예에 이스라엘 보복 공습 작전이 이스라엘의 '영사관 공격'에 대응하는 제한된 목적일 뿐이라며 그 이상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알렸고, 이는 미국에 전달됐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이 14일 테헤란 주재 대사들과 만나 전날 이스라엘을 공격하기 전 미국에 자국의 대응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알렸으며 공습 72시간 전 역내 인접국에 통보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칸아니 대변인은 15일 회견에서 "최근 이란이 미국과 주고받은 메시지는 다마스쿠스 주재 영사관에 대한 시온주의자 정권(이스라엘)의 뻔뻔한 행위(영사관 폭격 이란 고위 지휘관 사망)와 관련된 것"이라고 언급했다고 이란 국영 IRNA 통신이 보도했다.
필자와 로이터 통신의 관점이 생소할 수 있지만 여러 시나리오 중의 하나로서는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본다.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를 설정해 두고 정보를 모니터링하고 통제하는 것이 갈등관리나 재난관리를 포함해 모든 위기상황에 대한 관리의 기본이다. 그런데 현재 이스라엘-이란 짜고치는 고스톱 (이스라엘의 금선탈각 전법) 시나리오가 대부분의 전문가들 사이에서 고려 밖으로 놓여진 느낌이어서 기술해 보았다.
한국 정부와 금융당국은 군사외교 정책과 금융 정책을 수립함에 있어서 위에 서술한 '이스라엘의 금선탈각' 시나리오도 고려할만한 시나리오들 속에 넣고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평판경제신문 발행인 겸 기자. 레마코리아 대표이사. 문화정책학·과학기술정책학 박사 과정 재학 중,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경제사상을 연구하면서 정치적 자유주의와 경제적 자유주의를 통합하는 포스트자유주의 이론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평판경제신문
이승훈
jake.seungho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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