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신문 VN Express에서 한국 남성을 대상으로 사기 결혼을 하는 베트남 여성의 인터뷰 기사가 나왔다.
한국 언론들은 베트남 사람들이 사기결혼과 국적세탁 조직범죄를 저지르는 것으로 함부로 일반화한다. 이 번에는 베트남 언론에서 직접 보도하니 한국 언론들이 신이 난 것 같다. 어제 그제 일제히 인용 보도하고 있다.
필자는 베트남 여성과 결혼한 다문화가정의 한 사람으로서 이 문제를 계속 언급하고 있다. 한국 언론의 태도가 바뀌지 않기 때문에 계속 언급하는 것이다.
예전에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한국의 기업은 2류이고 정치는 3류라고 했다. 필자가 보기엔 한국의 언론은 4류다. 기본적으로 팩트체크가 안되고 인권 의식이 부족하다.
이번 VN Express 보도를 받아쓰기 하는 한국 언론의 태도와 저열한 수준은 여전하다.
▶ 참조: Nghe podcasts | 'Mượn' hôn nhân để nhập tịch Hàn Quốc
이번 VN Express가 보도한 내용을 보면 뭔가 이상한 점이 많다. 일단 처음부터 국적만 따고 바로 이혼할 목적으로 혼인 의사 없이 한국 남성과 사기결혼을 한 여성의 인터뷰가 맞기는 맞다.
필자도 "처음부터 사기 결혼하는 베트남 여성들이 없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그것을 일반화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드문 일이니까. 게다가 한국 언론들이 말하는 "조직적 국적세탁"은 그야말로 말이 안 되는 억측이다.
인터뷰 내용을 보면 여성이 국제결혼을 하기 위해 중개회사에 돈을 3천만 동 (한국 돈으로 160만 원)을 지불했다고 한다. 그리고 여러 한국 남성 가운데 한 명을 선택했다고 한다. 매우 특이한 사례다.
왜냐면 일반적으로 국제결혼 중개회사를 통한 베트남 국제결혼의 경우 베트남 여성은 돈을 한 푼도 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터뷰에 나온 베트남 여성은 본인이 돈을 3천만 동이나 낸다고 밝혔다. 그래서 특이하다.
일반적으로 국제결혼 중개회사를 통한 베트남 국제결혼에는 중개비 뿐만 아니라 결혼에 드는 경비의 전부를 한국 남성과 한국의 국제결혼 중개회사가 부담한다.
베트남 여성이 여러 한국 남성 중에 한 명을 고르는 것도 특이하다. 보통은 한국 남성이 여러 베트남 여성 중에 한 명을 고른다.
아마도 한국의 국제결혼중개회사가 한국 남성을 상대로 영업하는 게 아니고 베트남에 있는 국제결혼중개회사에서 베트남 여성들을 상대로 영업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렇게 베트남 여성이 돈을 3천만 동(한국 돈으로 160만 원)을 지불했다면 한국 남성의 부담액은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만약 베트남의 결혼중개회사라면 전체 중개비도 한국의 결혼중개회사보다 많이 줄어들 것이다. 그래서 아마도 한국 남성은 매우 싸게 국제결혼을 진행했을 것이라고 본다.
이런 말을 하면 좀 유감스럽지만 그만큼 한국 남자의 수준도 낮고 어딘가 결혼하기에는 하자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기사에 소개된 한국 남편은 40대 후반인데 임포텐츠(고자)로 보인다.
이런 식으로 국제결혼하는 베트남 여성의 경우 대부분 가정 형편이 좋지 못한 여성이고 160만 원을 국제결혼중개비용으로 썼다면 큰 부담이 되는 게 일반적이다.
처음부터 사기를 목적으로 국제결혼을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한 1%쯤 되려나? 물론 이렇게 베트남 여성이 중개 비용을 부담하는 경우는 그보다는 훨씬 높겠다.
그래서 일반화할 수 없는 것인데 베트남 언론은 이를 일반화하면서 한국 남성과 결혼하는 여성은 대부분 국적만 따고 이혼하려는 생각으로 결혼하는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VN Express 뉴스 보도의 행간의 느낌이 상당히 까칠하다.
사실 어떻게 보면 이 기사는 베트남 여성의 범죄행위를 보도하는 것이어서 베트남의 국가 평판을 떨어뜨리는 내용이다. 물론 한국 남성의 평판, 한국의 국가 평판도 같이 떨어진다.
사기 칠 의도 없이 행복한 결혼생활을 꿈꾸며 한국 남성과 국제결혼한 선량한 베트남 신부들이 훨씬 많은데도 베트남 언론은 왜 이렇게 까칠하게 보도할까?
필자가 보기엔 베트남 여성의 한국 남성과의 국제결혼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베트남 남성들의 정서가 반영된 것이 아닌가 싶다.
사실 그런 정서가 없지 않다. 베트남이 한국을 좋아한다지만 혼인 적령기 젊은 남성들은 한국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전해 들은 바가 있다. 좋아할 리가 있나? 한국을 보면 김중배에게 심순애를 빼앗기는 이수일의 심정 같을 텐데.
그럼 어떻게 할까?
어쩔 수 없다. 필자가 베트남 국제결혼을 한 선배로서 조언을 주자면, 그래도 베트남 여성과 결혼한 한국 남성은 한국 남성을 싫어하는 베트남 남성과 술 마시고 노래하고 친하게 지내야 한다.
베트남 여성과 결혼한 한국 남성은 베트남에 업보를 졌다고 생각하면 속 편하다. 나중에 베트남과 교류를 많이 해서 베트남 사람들 잘 사는 데에 기여하면 된다.
평판경제신문 발행인 겸 기자. 레마코리아 대표이사. 문화정책학·과학기술정책학 박사 과정 재학 중,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경제사상을 연구하면서 정치적 자유주의와 경제적 자유주의를 통합하는 포스트자유주의 이론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평판경제신문
이승훈
jake.seungho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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