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17일) 오동운 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자 청문회가 열렸다. 일단 인상비평 정도로 잠시 오동운 후보자의 청문회를 훑어보자면,
현재 순직해병 특검법(소위 채상병 특검법)과 영부인인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 논의되고 있는 중이다. 고위 공직자의 비리 혐의가 제기되고 있고 현 윤석열 대통령이 연루되어 있을 가능성을 전적으로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같은 사건을 다루게 되는 공수처장의 후보자 청문회를 하니 관심이 모일 수밖에 없다. 관련해서 공수처가 수사를 할 것인가? 제대로 수사를 할 것인가? 가 문제가 되고 있다 보니 오동운 후보자의 생각, 의중에 관심이 모일 수밖에 없다.
가장 핵심적인 장면, 민주당의 권칠승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을 수사할 거냐 말 거냐, 특검과 관련해서 공수처가 수사가 분산되고 공수처에 기소권이 없어서 공수처가 있는 둥 마는 둥한데 뭐가 되겠냐고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오동운 후보자는 원론적이고 일반론적인 대답만 했다. 지명과 임명의 권한을 대통령이 가지고 있으니 예상할 수 있었던 처신이다.
오동운 후보자는 어떡할 거냐고, 순직해병사건을 어떡할 거냐고 구체적으로 대답을 요구하는 가운데 질문 시간을 다 쓰니까 청문회를 진행하는 국민의힘 김도읍 위원장이 고개를 숙인 채 "공수처는 민주당이 만든 것"이라고 혼잣말로 구시렁댔다.
참 희극적인데 다른 한편으로는 부조리극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검찰개혁, 공직사정이라는 고도가 오기를 기다리지만 의미 없는 발언들이 계속 이어지는 부조리극이다. 이 부조리 극이 공수처 제도 또는 정책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잠시 뒤로 돌아가 보자.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순직해병(채상병) 특검법 논란은 공수처 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대통령이 지명하고 임명하는 공수처를 야권에서는 믿을 수가 없는 것이다. 야권이 이번 오동운 공수처장을 비토하면 또 대통령과 정부 여당은 다른 후보자를 내면 된다. 그렇게 시간만 계속 끌게 되고 여권의 비리 문제에서는 공수처장 임명에 시간을 끌면 야권만 손해이기 때문에 야권이 쓸 변변한 카드가 없다.
그래서 오동운 후보자로서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원론적이고 일반론적인 답변만 하면 충분하다. 청문회 자체에 한계가 있는 부조리극 상황이다.
이렇게 공수처를 믿을 수가 없고 공수처의 '세월아 네월아 신선놀음'식 대응이 나오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 공수처는 검찰과 옥상옥이고 공수처장을 대통령이 지명, 임명한다는 점에서 애초에 한계를 가진 제도였다.
게다가 수사권만 있고 기소권이 없다. 그러기에 민주당은 자신이 고집해서 만든 공수처를 애물단지로 생각하고 특검법에 매달린다.
그래서 지금 민주당은 특검법을 통과시키려고 하니 윤 대통령은 특검법이 통과되면 거부권 행사를 하겠다고 며칠 전 취임 2주년 기자 회견에서 당당히 밝히고 있다.
필자는 공수처장을 야당의 대표가 임명권을 가지도록 하는 정책을 쓴다면 고려해 볼 만한 제도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대통령이 지명하고 임명하는 시스템이라면 공수처는 애초에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즉, 공수처보다 특검이 훨씬 강력한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알기로는 대부분의 국민들은 특검보다 공수처가 더 강력하다고 이해했던 것으로 안다. 정치선동 때문인지 무엇 때문인지.
한편 공수처는 상설이고 특검은 사안마다 특검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점에서 공수처가 특검제보다 효율적인 부분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사안마다 특검법 입법절차를 필요 없게 만드는 상설특검법제가 고안되어 나왔던 것이다.
한국에 고위공직자범죄(비리) 수사, 처벌을 위한 논의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소위 BBK 사건 때 본격화됐다. 당시 제안되었던 제도를 다시 가져와 보면
17대 대통령선거 한나라당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와 대결했던 박근혜 후보는 검찰개혁을 위해서 상설특별검사제를 공약하고 문재인 후보는 공직자비리(범죄)수사처를 공약했다.
당시 언급된 용어인 '상설특검제'는 이름만 상설이지 실제로 특별검사가 상설되지는 않는다. 다만 특검을 임명하는 법이 상시적으로 존재할 뿐이다. 따라서 '상설특검제', 즉 '상설특별검사제'라는 명칭은 잘못된 명칭이다.
'상설특검법제', '상설특별검사법제'라고 수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검이 상설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특검법이 상설로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이전에는 특별검사가 필요한 정치적 사건이 있을 때 사건마다 법을 제정했으나 이제 법을 상설로 두는 것이다. 그리고 사안이 있을 때마다 검사를 기존 검찰 조직, 정부 여당과 관련이 없는 법률전문가를 특별검사로 임명하게 된다.
이에 비해 공수처는 공수처법은 당연히 상설이며 특별검사처에 해당하는 공직자범죄수사처를 상설로 둔다. 공직자범죄수사관과 공직자범죄전문 검사를 임명하고 정규직 공무원으로 채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공수처 검사는 대검 중수부의 사건을 이관해서 공수처에서 처리하게 되도록 했다.
때문에 일견 보기에는 검찰과 고위공직자 비리에 대한 견제, 수사 기구로 상설특검법제 방식보다는 공수처 방식이 훨씬 강력한 방식이 된다. 그러나 임명과 조직 구성, 활동이 집권 여당 대통령으로부터 완전히 독립되지 못한다는 점이 최대의 한계다.
그리하여 위에서 말한 검찰과의 옥상옥이라는 조직 구성의 문제, 수사가 분산되고 기소권이 없다는 활동상의 한계, 집권여당 특히 대통령 관련 비리에는 아무런 역할을 못한다는 본질적인 한계가 나온다.
한편, 당시 검찰 측에서 주장했던 것이 검찰심사회와 특임검사제다. 검찰개혁을 검찰에 맡기겠다니 신뢰가 가지 않는데 검찰심사회와 특임검사제는 예의 한국 현실에 맞지 않는다.
검찰심사회는 김준규 전 제37대 검찰총장(2009~2011)이 주장했던 제도다. 일본의 검찰심사회와 미국의 연방대배심제가 모델이다.
검찰심사회는 일반 시민들이 기소에 참여하도록 하여 검찰의 기소독점권에 제한을 해서 보완을 하도록 하는 제도다.
그러나 일반 시민들이 기소 과정에 참여하도록 한다고 해서 과연, 일반 시민들이 무슨 힘이 있어서 검찰에 대해 공소를 제기하도록 하고 그것을 유지하면서 수사를 지휘하도록 할 수 있을까?
검찰심사회가 실효적으로 운영되는 일본의 경우는 검찰심사회의 의결에 대해 법적 구속력을 가지게 한다. 또 검사의 의견에 반해, 혹은 검사의 비리 수사를 목적으로, 결정된 검찰심사회의 의결에 따른 공소가 유지될 수 있도록 변호사에게 공소 유지권, 수사권 등을 부여한다.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우리나라에서는 변호사에게 그러한 권한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변호사 사회 기타 사회전반을 바꾸는 것은 매우 어렵다.
특임검사제는 채동욱 제39대 검찰총장(2013.4~2013.9)이 주장했던 제도다. 기존 검사 중에서 특임검사를 지명해 사건을 배당하는 것이다. 당연히 팔은 안으로 굽기 때문에 검사 조직 안에서 특임검사가 임명되는 특임검사제로는 상설특검제와 공수처제에 비해서 고위공직자 및 검찰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당시 채동욱 총장은 상설특검법제를 위헌이라고 주장했었다. "검찰은 하나여야 하는데 그 기구와 역할을 나누기 때문에 위헌"이라는 것이 채동욱 총장의 생각이다.
그전 이명박 정부에서도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이 상설특검법제를 실시하려고 했으나 김준규 전 검찰 총장의 반대로 도입되지 못했다.
상설특검법제는 원래 미국식인데 미국에서도 위헌 논란이 있었지만 미국연방대법원에서는 이를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상설특검제가 위헌이라고 볼 근거는 없다.
상설특검제가 위헌이면 도대체 검찰의 비리는 누가 수사한다는 말인가? 검찰심사회와 특임검사제로 과연 검찰의 비리를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까? 검찰 측에서 주장하는 검찰심사회제나 특임검사제로는 검사를 비롯한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를 제대로 할 수가 없다.
통치기구는 견제와 균형을 확보해야 하며 국민의 기본권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 것이 헌법의 원리다. 견제 받지 않는 국가권력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검찰에게 기소독점권 공소유지권 수사권 등을 모두 부여한 것이 오히려 위헌에 더 가깝다.
다시 어제의 공수처장 후보자 청문회로 돌아가 보자. 민주당 의원들이 공수처의 유명무실함을 성토하면서 오동운 후보자에게 어떡할 거냐고 다그치더니 김도읍 위원장이 "공수처는 민주당이 만든 것"이라고 고개 숙여 궁시렁댔다.
민주당은 공수처 제도 보다 훨씬 더 강력한 상설특검법제를 그토록 반대했다. 민주당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상설특검법제를 반대했을까? 민주당이 상설특검법제를 반대한 이유는 뻔한 내용이라 더 이상의 언급은 생략한다.
위에서 언급한 여러 제도의 장단점을 고안해서 제도의 개선에 집중했으면 하는 바람인데 개인적으로는 상설특검법제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가장 강력하고 가장 정치적으로 중립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평판경제신문 발행인 겸 기자. 레마코리아 대표이사. 문화정책학·과학기술정책학 박사 과정 재학 중,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경제사상을 연구하면서 정치적 자유주의와 경제적 자유주의를 통합하는 포스트자유주의 이론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평판경제신문
이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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