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하향인식 편향, 적정한 최저임금 수준에도 영향

적정 최저임금은 개인 중위 근로소득의 50%초과하면 안돼

이승훈 승인 2024.05.14 11:10 의견 0


중산층에 대해서, 그리고 자신의 소득 수준에 따른 위치에 대해서 한국인 거의 대부분이 오해를 한다는 KDI연구보고서 '중산층은 누구인가?'가 지난주 발표됐다.

필자가 10년 넘게 줄기차게 주장해온 내용이고 여기 평판과 신뢰 자본 채널에도 여러 차례 다룬 내용인데 드디어 KDI 보고서에까지 나온 것이다.

필자가 아무리 그 사실을 주장해도 많은 사람들은 필자의 말을 믿지 않았는데 이제 KDI 연구보고서가 나왔으니 필자의 말을 믿어주려나?

편향(bias)를 가진 소득 인식, 잘못된 기준 인식이 정책에 영향을 주어 고소득자 증세 정책이 서민증세라는 이유로 폐기되기도 하고 고소득자 특혜 정책이 서민지원이라는 이유로 채택되기도 한다.

최저임금 정책도 중산층과 고소득층의 소득 하향인식 편향 (기준 올려치기 편향, bias)의 영향을 많이 받는 대표적인 정책이라 할 수 있다.

최저임금과 미디언 페이와의 관계. 미디언 페이의 50%를 넘기면 최저임금 근방에서 실직자가 많이 생겨서 오히려 저소득층에게 손해라는 게 정설이다.

물론 경제라는 것이 워낙에 변수가 많아서 다른 변수의 개입으로 실직이 생기지 않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최저임금이 올라도 리쇼어링과 보호주의가 집행되면서 일자리가 들어와서 실직에 영향이 없을 수 있다. 변수가 통제되는 같은 조건에서라면 저소득층에게 손해가 된다는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다.

실직자가 많이 생기면 저소득자 개인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그만큼 사회 전체의 활력이 떨어지고 복지와 사회안전망 지출이 커져야 하기에 문제가 계속 파생된다.

인포그래픽=이코노미스트지의 2015년 기사 A Reckless Wager

위 이코노미스지의 인포그래픽에서 보시듯이 최저임금이 적절하냐의 기준을 잡을 때 미디언 페이 (Median Pay)의 몇 %이냐로 기준을 잡는다.

즉 개인의 인컴(소득)이 아니라 개인의 페이(근로소득)가 기준이다. 개인의 중위 근로소득을 기준으로 개인 중위 근로소득의 50%를 넘기면 최저임금이 너무 높아서 문제가 생긴다.

필자가 중산층 논란에서 계속 언급했다시피 개인소득과 가구소득은 서로 다르고 소득과 근로소득이 다르다. 이걸 반드시 구별하고 구분해야 한다.

소득과 근로소득의 구별은 너무나 중요해서 다시 한번 소개하자면 아래의 관계다.

소득 = 근로소득 + 자산(부동산,주식, 예금 등)소득 + 사업소득 + 이전소득 + 비경상소득이다.

또 여기서의 소득은 모두 세전 소득이 기준이다.

한편, 통계청에 나오는 소득은 대부분 가구소득이다. 그런데 최저임금 등 임금정책의 기준이 되는 소득은 개인소득이어야 한다. 이때 가구소득을 개인소득으로 환산하는 방법이 '가구균등화법'이다.

가구균등화법은 가구소득을 가구원수의 제곱근으로 나누어서 개인소득으로 환산하는 방법이다. 개인소득을 가구원수의 제곱근으로 곱하면 가구소득이 된다.

사람들의 일반적인 인식과 다르게 고소득층으로 갈수록 소득 중에서 근로소득의 비중이 높아진다. 중위 계층에서는 근로소득(페이)은 소득(인컴)의 60% 정도에 불과하다.

이때 한국 전체 국민들 상대로 개인 근로소득, 미디어 페이를 알아보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그 미디언 페이 액수가 매우 낮다.

현재 가구 10분위 중 5분위의 가구 근로소득(pay)이 세전으로 250만 원 미만이다. 이게 가구 근로소득이니 가구균등화로 개인 근로소득으로 환산해야 한다. 평균 가구원 수 2명이라고 치면 2의 제곱근인 1.41로 250만 원을 나눠야 한다.

그럼 개인 중위 근로소득은 176만 원이다. 이 176만 원의 50%를 넘기는 최저임금은 저소득층이 피해를 보게 되는데 현재 한국 최저임금은 얼마인가?

최저임금을 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는 이 같은 소득과 근로소득의 관계, 가구소득과 개인소득의 관계를 알지 못하는 듯하다. 현재 최저임금 수준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흔히들 최저임금을 높이면 약자를 편드는 것처럼 받아들인다. 그러나 많은 진보적인 정책이 의도와는 정반대의 '역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처럼 최저임금도 무작정 높이다 보면 약자에게 오히려 손해가 된다.

예를 들어 현재 한국에서 최저임금을 시급 10만 원으로 정하면 어떻게 되나? 한국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일을 하는 사람에게 하루 8시간 일한 것에 80만 원의 소득을 강제하면 한 달에 25일 일하니 한 달 2천만 원의 임금소득이 생긴다. 사회최약자가 한 달 2000만 원을 벌게 되니 모두가 행복할까?

그래서 최저임금은 적절한 수준이라는 것이 있는데 그것이 미디언 페이(중위 개인근로소득)의 50% 내외라는 것이 경제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미디언, 중위 근로소득의 개념은 무엇인가? 한국인 전체를 근로소득 순으로 일렬로 세웠을 때 그 중간에 있는 사람의 근로소득이 중위 근로소득이다. 그런데 최저임금을 그 중위 근로소득보다 높여서 그것 이하로는 일하지 말라고 하면 세상은 어떻게 되나?

전부 실직되는 것은 아니고 비임금근로자가 속출하고 최저임금 이하의 임금을 받고 일하는 불법사업장 종사 노동자가 속출한다. 매우 열악하고 불량한 노동시장 구조가 고착되는 것이다.

이렇게 노동자와 약자를 죽여놓는 게 노동자 약자를 위한다는 진보좌파들이 할 짓인가?

최저임금을 높이면 최저임금의 임금률 효과로 인해 고액 연봉자들의 소득까지 순차적으로 올라간다. 인플레이션도 생긴다.

그래서 최저임금 인상은 저소득층 약자를 위하는 게 아니라 민주노총 대공장 정규직 노동자 연봉 1억 넘는 초고소득층 부자들과 공무원 공기업 직원 등 공공좌파 부자들을 위한 정책이다.

-이 개인 근로소득 연봉 8천 넘는 공공좌파들은 서민 약자가 아니다. (총)소득으로 보시고 가구소득으로 보자. 공공좌파들은 가구 (총)소득이 연간 2억 원 넘어간다. KDI 보고서를 보시다시피 이들은 한국에서 가장 소득이 높은 계층이다.

진보주의자들의 논리는 1인당 국민소득 6만 달러 선진국이 최저임금이 시급 1만 원이라는 이유로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인 한국도 시급 1만 원 돼야 한다는데, 그럼 1인당 국민소득 3천 달러의 방글라데시의 최저임금도 시급 1만 원이 돼야 할까?

최저임금이 낮으면 생존이 불가능하다고 하는데, 생존은 최저임금으로 보장하는 게 아니라 복지로 보장하는 것이다. 즉 복지지출을 늘려야지 최저임금을 함부로 높이면 안 된다.

정책을 고민하는 입장에서는 정책수요자들의 오해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는 최저임금이 낮은 나라에서 오히려 서민과 약자들이 더 유복한 경우가 많다. 독일은 최저임금제도를 2015년에 도입했다. 진보주의자들의 논리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아예 없었으니 독일 서민들은 죽지 못해서 살아갔을까?

최저임금정책, 제도는 복지제도, 복지정책이 아니다. 고용주의 이익을 근로자에게 재분배하는 것이다. 그 고용주가 유복하지만은 않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제도를 잘못 이해한 데에 따른 질서가 이미 구축돼 있다는 점이다. 즉 최저임금은 복지제도가 아닌데 많은 사람들은 복지제도로 오해하고 있다. 그 질서에 따라 새로운 규범력이 생기고 하니까... 그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최저임금에 대한 옳은 평가, 이해관계자에 대한 정당한 평판이 구축돼야만 한다. 누가 중산층이고 누가 부유층이며 누가 서민이고 약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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