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난민사태와 트럼프의 집권 이후로 최근 유럽과 미국에는 '독립당'운동, '아메리카 우선주의'와 같은 보호주의가 태동하면서 장벽과 클럽이 부활했다. 여기에 코로라 팬데믹으로 인한 봉쇄까지 더해지면서 자본과 노동과 정보의 자유 이동을 추구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질서가 후퇴했다.
이렇게 신자유주의가 후퇴함에 따라 저소득 국가들, 이른바 LMICs (Low- and Middle-income Countries)의 자본 유입 형태가 최근 달라졌다. 저소득국가로의 외국인직접투자(FDI)가 급감한 것이다.
중·후진 저소득국가(LMICs)의 경제를 성장시키고 국민들을 유복하게 만드는, 자본 유입 유형은 크게 세가지다.
첫째. 외국인직접투자(FDI)
둘째. 이주민의 모국 송금
셋째. 공적개발원조(ODA)
신자유주의자들은 이 세 가지 유형의 자본 유입 중에서 저소득 국가들의 경제 성장, 즉 세계의 평등을 위해 가장 바람직한 자본 유입 유형은 외국인직접투자라고 본다.
물론 진보좌파들 (주로 NL계열 종속이론가들)은 외국인직접투자를 외국자본의 침탈로 보면서 절대악으로 취급한다. 예를 들어 한겨레신문의 박노자 (블라디미르 티호노프)교수는 로자 룩셈부르크의 사상을 그대로 받아서 자본축적이나 외국자본 유입은 민중을 착취하는 죄악으로 본다.
진보주의적 입장에서는 공적개발원조를 강조하지만, 공적개발원조가 과연 저소득국가를 유복하게 하는 데에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한편, 이주민의 모국 송금의 경우는 해외로 빠져나간 본국민들이 해외에서 일하고 소득일부(저축액)를 모국의 가계에 송금하는 것이다. 이리 되면 모국은 소비만 커져서 모국의 자본 축적에 지장이 생기고 자체적인 국민경제 순환 구조가 부실해지는 단점이 있다.
또 모국 송금의 경우 이주한 가족 구성원이 모국의 정부가 아닌 자기 가족에 직접 송금하기 때문에 송금 받는 사람들과 송금 못받는 사람들 간의 빈부격차가 커지고 사회갈등도 커지는 단점이 있다.
공적개발원조도 마찬가지. 공적개발원조를 받으면 계속 후진국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아진다. 국민경제순환 구조(생산, 소비, 저축, 투자의 사이클)가 전체적으로 균형있게 커져야 경제가 성장하고 후진국이 중진국, 선진국으로 발전할 수 있는 것인데, 후진국의 부패 구조로 원조가 허투루 쓰이는 것은 차치하고 원조로는 국민경제 순환이 되는 전체적인 구조가 균형있게 성장하기가 매우 어렵다.
한국이 후진국을 벗어나 중진국으로 올라서고 마침내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는 선진국이 된 계기 중의 하나가 공적개발원조를 받지 않고 자체적인 국민경제순환 구조를 만들려고 시도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즉 식량과 기본적인 물자 원조를 지양하고 사회간접자본과 자본주의 기반을 닦는 쪽으로 전환한 덕분에 한국이 선진국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필자도 동의한다.
물론 최근의 공적개발원조는 단순한 물자 원조를 벗어나서 사회간접자본 확충을 비롯 국민경제 순환을 위해서 노력하고는 있다.
이 세가지 자본 유형 중에서 전세계적으로 보면 1990년대 이전까지 전통적으로 공적개발원조가 가장 비중이 높았고 외국인 직접투자와 이주민의 모국 송금은 공적개발원조의 절반, 1/3 수준이었다.
그러다가 1990년대 초반부터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자본과 노동과 정보의 자유 이동이 활발해졌다. 자본과 노동과 정보가 국경을 넘어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당연히 외국인직접투자와 이주민 모국 송금이 급증했다. 최근까지 유입 자본 비중의 크기가 외국인 직접투자, 이주민 모국 송금, 공적개발원조의 순으로 됐다.
공적개발원조도 꾸준히 증가하긴 했지만 외국인 직접투자와 모국송금이 워낙 큰 폭으로 증가했다.
1950년대에 서독이 신자유주의(프라이부르그 학파 쪽 신자유주의) 혁명을 했고 1980년대에는 미국과 영국 그리고 스페인이 신자유주의 혁명을 하면서 나라를 번영으로 이끌었다. (스페인의 경우는 스페인 사회주의 노동당의 펠리페 곤살레스 서기장이 총리를 역임하며 1980년대의 스페인 신자유주의 혁명을 이끌어 경제위기를 극복했지만 이내 사민주의로 복귀한다)
1990년대에는 신자유주의가 세계화 바람을 타고 본격적으로 전세계로 확산했다. 1990년대에 불기 시작한 신자유주의 세계화 바람을 한국 진보좌파들은 지금도 "신자유주의의 광풍(狂風, 미친바람)이 전세계를 강타했다"고 묘사하지만 필자는 "신자유주의의 대자대비한 광풍(光風, 빛바람)이 전세계를 강타했다"고 한다
실제로 1990년대 신자유주의의 대자대비한 빛바람이 전세계를 강타하면서 전세계적으로 절대빈민이 급감하고 평등이 고도로 확산됐다. 월드뱅크에 따르면 1990년대 신자유주의가 세계로 확산된 이후 최근 30년간 기아와 질병으로 죽기 직전의 절대빈민 약 20억 명이 절대빈곤을 벗어났다고 한다. 진보좌파들이 주장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팩트풀니스 참조-
그런데 지난 주 UN 국제이주기구가 발표한 세계이주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부터 이주송금이 외국인직접투자를 넘어가기 시작했다고 한다. 국제 정세 변화를 볼 때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이다.
▶참조: 세계 이주 보고서 2024
필자는 이같은 현상이 신자유주의 후퇴, 그 중에서도 노동의 이동에 비해 자본의 이동이 급감했기 때문에 나타났다고 보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미중무역전쟁, 공급쇼크, 리쇼어링과 클럽과 장벽의 부활 등 보호주의가 확산되면서 신자유주의가 후퇴했다. .
노동 이주는 그대로이고 자본의 이동 둔화가 커지는 이유는 노동은 수입하면 어차피 노동을 받아들인 나라의 GDP가 커지는 것이라서 보호주의 하에서도 노동 이동은 덜 줄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신자유주의 후퇴 현상에서 가장 이익을 본 나라가 미국이다. 미국은 아메리카 우선주의, 인플레와 글로벌 고금리, 강달러 덕분에, 그리고 리쇼어링과 디커플링 정책 덕분에 자본과 일자리가 미국에 몰려들었다.
이렇게 신자유주의가 후퇴하며 보호주의가 기승을 부리자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거의 대부분의 나라들은, 한국까지도, 손해를 보고 있다. 물론 저소득국가가 가장 큰 피해를 본다.
저소득 국가의 외국인직접투자의 감소는 결국 상생구조와 경제규모의 위축 등으로 저소득 국가 뿐만 아니라 모든 국가에세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하루 빨리 국제 정세의 변화가 요구된다.
차기 미국 대선에서 누가 집권하느냐가 정세 변화의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적어도 대중 디커플링 정책을 폐기하려는 노력은 한다.
평판경제신문 발행인 겸 기자. 레마코리아 대표이사. 문화정책학·과학기술정책학 박사 과정 재학 중,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경제사상을 연구하면서 정치적 자유주의와 경제적 자유주의를 통합하는 포스트자유주의 이론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평판경제신문
이승훈
jake.seungho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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