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농구·배구 연이은 참패...원인은 다양성 부족한 사회

한 곳에 몰아 넣어 아이들 잡는 대입 사이비 경쟁의 원인은 노동시장 이중구조

이승훈 승인 2024.05.22 23:10 의견 0
한국 여자 배구 국가대표팀이 VNL에서 충격의 30연패를 기록했다. / 사진=VNL

그저께 VNL(Volleyball Nations League)에서 한국의 여자 배구 국가대표 팀이 30연패를 기록했다는 충격적인 뉴스가 나온 데 이어 어제(21일)는 한국의 여자 대학 농구 국가대표 팀이 일본에 27 대 112. 무려 85점 차이로 대패했다는 충격적인 뉴스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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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KBS 등 언론에서는 "출산율 급감에 따른 학생 수 부족이 결국 한국 엘리트 스포츠의 연쇄 몰락으로 이어지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을 보여줬습니다."라고 논평하고 있지만 잘못 분석했다.

또 혹자는 엘리트 스포츠 정책의 문제로 보기도 한다. 필자는 엘리트 스포츠 정책에 문제가 없지 않다고 보지만 그것도 근시안적인 분석이라고 본다.

일단 한국에서 학생 수가 줄고는 있지만 그래도 여자 배구, 여자 농구를 할 수 있는 충분한 학생 수는 된다. 대한민국 인구 5천만 명이다.

다만, 초중고등학교에 농구부나 배구부가 있는 곳이 드물고 학생들이 전부 대학입시 공부에 매달리고 있거나 혹은 비리 청소년으로 빠지니까 그런 것으로 봐야 한다. 출산율을 탓할 것이 아니다.

VNL 30연패라는 충격적인 기록을 세웠던 여자 배구의 경우 아시아에서 중국, 일본, 태국, 한국 이렇게 4강 구도를 형성해왔는데 최근 한국은 4강 말석 자리도 위태롭다. 베트남과 대결하면 패배하는 경우가 자주 나온다.

작년 10월에 열린 2023 아시안 여자 배구 챔피언십에서 한국 국가대표팀은 베트남(4위)에게도 뒤져서 6위를 기록했다.

2023 아시아 여자배구 챔피언십 / 사진=seasia

사진에 나온 선수는 2023 아시안 여자 배구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태국의 찻추온 목스리 선수다. 대회 MVP를 수상한 아시아 최고의 아웃사이드 히터다.

아웃사이드 히터가 민첩성, 수비력도 필요해서 공격 전담의 파워풀한 아포짓 스파이커보다는 공력력이 떨어지지만 찻추온 목스리는 민첩성과 파워를 겸비했다. 공격력이 탁월해서 득점왕 수상도 종종 한다. 후위에서 수비를 하다가 높은 타점을 이용해서 날리는 강력한 백어택이 특기다. 키도 크지 않은데 탄력이 워낙 좋아 타점이 김연경 급이다.

우승이라는 게 괴물 같은 선수 한 명이 나와서 되는 것도 아니다. 태국에는 찻추온 목스리 외에도 폰푼 게드파르드, 탓타오 늑장 등 뛰어난 선수들이 다수 포진해서 우승을 쟁취했다. 그만큼 저변이 풍부하다.

국가대표 여자 배구가 VNL에서 30연패 기록이 나온 데 이어 여자 대학 농구에서 한국 국대 팀의 85점자 참패 소식이 나오니 이걸 두고 한국 여자 (지영이 세대)의 문제로 갈라치기하는 글도 보인다.

그러나 이는 한국의 문제지 한국 여자의 문제가 아니다. 남자도 다를 바 없다.

2000년대 들어서 한국을 앞선 태국 배구의 경우 한국 배구와 비교할 때 저변에서 10배 차이 난다. 태국은 여자 대학팀이 50개 팀이 있고,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통합된 학생 팀에 여자 170개 팀이 있다. 한국의 거의 10배 수준이다. 일본은 한국의 100배다.

한국의 스포츠와 교육 정책을 비교할 때는 태국과 비교하기 보다는 1인당 국민소득이 비슷한 선진국 일본과 비교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

인구 1억 명인 일본은 고등학교 농구팀에 여자 농구팀 약 3,700팀이 있다. 일본 인구가 한국의 2배니까 한국은 여자 농구팀이 1850개 팀이 있을 수 있다. 배구팀도 마찬가지다. 일본에는 고교 배구팀도 2500여 개 팀이 있다.

그 엘리트 선수들이 일반 취미 선수들과 같이 수업을 다 받는다. 방과후에 엘리트 선수들과 평범한 학생들과 같이 운동을 하기도 하고 예체능을 하기도 한다. 물론 엘리트 선수들의 경우 시합을 위해서 수업에 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그 경우에도 보충수업을 통해 만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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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은 여자 고등학교 농구팀은 18개 팀 밖에 없다. 여자 고등학교 배구팀도 그와 엇비슷하다. 게임이 안되는 수치다. 엘리트 체육의 문제라고 보는 것도 잘못된 분석이다. 교육 시스템의 전반의 문제다.

한국 고등학생들은 교실 안에서 감금당해 대입 문제만 풀거나 밖에서 '문제'나 만든다.

스포츠가 육성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발굴도 육성만큼 중요하고 어쩌면 더 중요하다. 그런데 탁월한 자질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렇게 감금당해 문제만 풀거나 뛰쳐나가 '문제'만 만들거나 하고 있으니 목스리 선수 못지않은 탁월한 자질을 썩히고 있는 학생들이 많을 것이다.

그렇게 공부만 한다고 해서 애들이 대학교 대학원에 가서 일본 학교, 일본 학생들보다 공부를 더 잘하는 것도 아니고... 공부도 훨씬 뒤떨어진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문제의 원인과 본질을 봐야 한다.

왜 한국은 초중고등학생들에게 문예 예체능을 가르치지 않고 애들을 가둬놓고 쓸 데 없는 공부만 시키나? 왜 학교 시스템이 학생들을 잡아 족치는 시스템이 됐는가? 그야 한국에서는 공부만 해서 좋은 대학교에 들어가는 게 인생을 좌우해버리니까 그런 것이다.

그럼 한국은 좋은 대학교에 들어가는 게 인생을 좌우하느 시스템이 됐는가? 그야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부족해 해고 자유가 없고 패자부활전이 없으니까... 좋은 대학교에 가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한다. 예체능 활동은 언감생심이다. 모두 한 방향으로만 달려간다.

이게 정책적으로 큰 문제인데 사회적 다양성이 줄어들고 활력이 줄어들기 때문에 문제다.

흔히들 국대 선수 경기에서 집단과 자기 자신을 동일시하면서 국가대표팀의 패배를 자신의 패배로 동일시하는 그런 집단주의적 행태들을 보이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국가적 자존심을 상할 것도 없고 분할 것도 없다.

신자유주의 입장에서는 이를 개인의 다양성과 활력 감소의 문제로 본다. 다양성과 활력의 감소는 곧 다른 것들, 이방인에 대한 포용성 저하로 연결되며 포용성 저하는 결국 퇴폐적이고 국수적이고 배타적인 사회 풍조로 이어지면서 나라를 쇠망하게 한다고 본다.

그래서 문제다.

차제에 출산율 감소, 인구소멸에도 대응해야 한다. 이번 문제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뿐이지 장기적으로 보면 출산율도 문제다. 출산율을 높여 인구도 늘려야 한다. 출산율을 높이는 것은 매우 어렵다. 현실적으로는 이민 유입이 가장 확실한 대책이다.

관련해서 외국인 선수 쿼터도 대폭 확대해서 팀 전체 인원의 절반 정도는 외국인 선수들을 받아들이는(다만 출전 선수의 20%는 국내 선수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외국인 선수들을 한국으로 귀하시켜 이민을 받는 것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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