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가 민희진 어도어 대표를 배임 혐의로 고발하고, 이를 명목으로 해임하려 하자 민희진 대표가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법원은 배임의 실행 착수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가 현재까지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을 인정했다.
법원은 “민 대표가 뉴진스를 데리고 하이브의 지배 범위를 이탈하거나 하이브를 압박해 하이브가 보유한 어도어 지분을 팔게 만듦으로써 어도어에 대한 하이브의 지배력을 약화시키고 민희진이 어도어를 독립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였던 것은 분명하다고 판단된다.
다만 방법 모색의 단계를 넘어 구체적인 실행행위까지 나아갔다고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그와 같은 행위가 하이브에 대한 배신적 행위가 될 수는 있겠지만 어도어에 대한 배임행위가 된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민희진 대표는 마치 벌써 하이브를 상대로 승리한 것처럼 득의양양하다.
이를 두고 세간에서 보이는 반응이 유감스럽다. '배임만 아니면 된다'는 태도, '배신은 중요하지 않다'는 태도 말이다.
수천억 원 이상 자산을 운용하는 사람들에게는 한국 사회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까가 큰 관심사다.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없으면 한국을 떠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에 있는 자산의 가치가 추락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굳이 자산 운용의 측면에 국한되지 않고 미래 세대를 위한 정책을 고민하는 입장에서 한국 사회의 미래를 우려스럽게 보고 있다.
낮은 출산율, 비대하고 비효율적인 정부 공공부문, 만성적인 고환율 조작 등으로 한국의 미래가 비관적이다. 이런 사회에서는 서민과 경제적 약자들이 가장 먼저 가장 큰 고통을 받는다.
그런데 한국 사회의 미래에 대한 그 모든 비관적인 전망의 근거 중에서도 가장 크리티컬한 문제는 바로 윤리 도덕, 명예의 상실이다.
아직 배임 여부에 대해서 정해진 것은 없다. 그러나 어쨌든, 민희진 대표가 배임만 하지 않은 것이라면 문제는 다 해결된 것인가? 필자는 배임보다 배신이 더 크리티컬하다고 본다.
이렇게 배신, 신의성실 의무를 위반한 것에 대해서 아무런 일이 아닌 것처럼 취급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특히나 법조인이나 기업인들이 그리 취급하는 것을 보면서 필자는 사실 좀 충격을 받았다. 한국 사회가 썩어도 심하게 썩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나라는 미련 없이 버리는 것이 좋다. 사회 전체적인 분위기가 그리 흘러가면 누가 이를 바꾸기도 어렵다. 나라를 버리는 것도 돈이 든다. 한국을 떠날 자본이 없는 사람들은 아이를 낳지 않거나 할 것이다.
'10억 원을 준다면 기꺼이 감옥에 가겠다'는 다수의 한국 학생들의 윤리 의식이나 민희진 대표의 약속 위반, 배신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법조인, 기업인들의 윤리 의식이나 '오십보백보'다.
물론 하이브의 행위가 구질구질하기는 하다. 어설픈 멀티레이블 구상, 저열한 언론플레이, 노예계약 논란을 부른 경업금지 조항 등등. 기업 규모에 걸맞지 않게 구질구질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민희진 대표가 뒤에서 배신을 하고 배임을 구상하는 것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
한국 사회가 깊이 병들었다. 윤리, 도덕, 명예, 신뢰의 가치가 바닥에 떨어졌다. 돈이 최고의 가치가 된 사회다. 배신 행위에 부끄러움이 없고 오히려 당당하다.
한국을 버리라는 이런 말을 하면 또 어떤 전직 외교관은 맹비난을 하던데, 필자는 오히려 그의 그런 국가주의적, 파쇼적 발상이 혐오스럽다. 국가주의 파시스트들은 애국 많이 하시라. 아들딸 많이 낳으시고.
자유주의 입장에서는 국가가 개인을 위해서 존재하지 개인이 국가를 위해서 존재하지 않는다. 국가가 개인을 위해서 존재하지 않으면 그런 국가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 개인의 생존을 보장해 주는 국가, 정의로운 국가만이 애국의 대상이다.
평판경제신문 발행인 겸 기자. 레마코리아 대표이사. 문화정책학·과학기술정책학 박사 과정 재학 중,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경제사상을 연구하면서 정치적 자유주의와 경제적 자유주의를 통합하는 포스트자유주의 이론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평판경제신문
이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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