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9일) 북한의 3차 오물 풍선이 대거 날아왔다. 며칠 전 한 탈북시민단체가 북한으로 보낸 선전물에 북한이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오물이 담긴 풍선을 날려보내면 대응이 참 난감해진다.
유치한 장난 같지만 저러다가 갑자기 생화학 무기를 풍선에 넣어서 날릴 수도 있고 티격태격 하다가 갑자기 국지전으로 커질 수도 있다.
오물 풍선은 탈북단체의 대북 선전물 살포가 직접적 원인이다. 이는 북한의 입장에서는 9.19 남북 군사합의(이하9.19합의) 위반 내지 방조에 해당한다.
▶ 참조: 9.19 남북 군사 합의 내용 (나무위키)
물론 9.19합의를 어긴 것은 북한이 훨씬 많지만 공식적으로 효력정지 발표를 윤석열 정부가 먼저 선언한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모양새가 매우 좋지 않다.
현재 한국 언론들 의 논조를 보면 한국일보는 합의 폐기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경향과 한겨레는 합의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나머지 신문들은 합의를 폐기 내지 효력정지하는 것이 옳다는 입장이다.
신원식 국방 장관은 대표적인 9.19합의 폐지론자다. 결국 윤석열 정부는 919합의를 효력정지 (사실상 폐지) 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효력 정지를 선언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오물 풍선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물 풍선을 날릴 때 날리는 시점에서 날리는 장소를 원점 타격한다는데... 그것도 전혀 실효성이 없다.
오늘 북한의 3차 오물 풍선이 다시 날아왔지만 한국 정부는 아무런 대응을 못하고 있다. 보시라. 오물 풍선 못 막지 않았나? 막는다며? 필자는 신원식 국방 장관처럼 말 많은 허세꾼을 싫어한다.
일단 오늘 정부는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기로 했는데 그렇다고 해서 오물 풍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가 더 악화될 수도 있다.
국가의 입장 발표는 무거워야 한다. 말을 해놓고 실천하지 않으면 위신이 살지 않고 군사 외교적으로 끌려다니게 된다. 현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정책과 군사외교 정책은 너무나 아마추어적이다.
이번 사건 대응을 위기관리 정책 차원에서 보자면 북한에 대한 9.19선언 대응은 방아쇠(트리거) 전략을 써서 북한의 행동 여부에 따라 한국의 9.19선언 대응이 달라지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그 경우 북한에게 실제적인 불이익이나 해악을 줄 수 있는 수단이 있어야 한다. 북한에게 직접적인 군사적 대응을 하기는 곤란하다. 개인적으로는 주변 4강 외교를 통해서 대응하는 것이 실효성이 있다고 본다.
그런데 작년에 윤석열 정부가 대러 외교에서 균형을 잡는 데에 실패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대하는 한국의 정치외교 노선은 '미국을 마지 못해 따라가는 선'을 넘어서면 곤란하다.
미국이 무조건 우크라이나 편을 드는 것도 아니다. 트럼프와 공화당은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에 상당히 회의적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푸틴의 계속되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을 노골적으로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전후 복구 사업 참여를 기대했다는데, 경제적인 이익은 러시아에서 더 크게 나온다. 뿐만 아니라 정치적 군사적 이익도 막대하다.
결국 러시아가 북한과 군사, 경제적으로 밀착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필자가 계속 우려해왔던 부분이 결국 현실로 되었다.
북한은 러시아에 포탄과 미사일을 보내주는 대가로 핵미사일 기술과 경제적인 이익을 챙겼다.
그러나 최근에 다시 푸틴이 한국 정부와의 관계 개선을 시도하고 있는 것 같으니 이참에 우크라이나 전쟁과 대 러시아 관계를 재조정해 보는 것이 필요할 듯하다.
그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오물 풍선만 보면 답이 안 나오기 때문에 국제 정세를 전체적으로 통으로 보면서 거시적으로, 그리고 장기적 관점에서 오물 풍선에 대응해야 한다.
평판경제신문 발행인 겸 기자. 레마코리아 대표이사. 문화정책학·과학기술정책학 박사 과정 재학 중,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경제사상을 연구하면서 정치적 자유주의와 경제적 자유주의를 통합하는 포스트자유주의 이론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평판경제신문
이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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