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역 사고, 고령운전자 자격 논란...과학기술, 정책 측면에서 보면?

중장기적으로 운전자 보조 시스템 도입 확대 필요, 보험과 노인복지 정책과 연계

이승훈 승인 2024.07.02 18:22 의견 0
9명의 행인이 사망한 시청역 사고 현장의 사고 직전 모습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에서 역주행 후 인도로 돌진해 9명이 사망하는 등 13명의 사상자가 난 대형사고로 충격을 주고 있다. 사고를 일으킨 운전자는 68세의 노인이었다.

운전자는 당시 음주 운전은 아니었으며, 운전자의 동승자는 "급발진"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차량이 스스로 멈췄다는 점에서 급발진보다는 고령으로 인한 인지, 반응 기능 저하로 오조작의 가능성도 지적되고 있다.

시청역 사고 차량 운전자가 고령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고령운전자의 운전면허를 강제 반납, 박탈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올라오고 있다.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경찰의 수사를 지켜봐야 알 수 있는 문제다. 여기서는 사고 원인과 무관하게 고령운전자의 운전면허 (강제) 반납 주장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한다.

현재 각 지자체는 고령 운전자가 운전면허를 자진 반납하면 교통비나 지역상품권 등으로 10~30만 원을 지급하고 있다. 지난해 면허를 자진 반납한 고령 운전자는 전체의 2.4%에 불과했다.

이러한 운전면허 반납 정책을 강제로 하기에는 기본권 침해가 문제 될 소지가 있다. 사람에 따라 나이가 들어도 인지 능력이 운전을 하는 데에 문제가 없는 사람들도 많다. 나이가 어려도 사고를 내는 사람은 사고를 낸다. 그래서 인지, 반응 능력을 일일이 조사하기에는 비용이 너무 든다.

시청역 사고 기사에 올라온 댓글 의견들, 노인혐오 발언까지 섞여서 강제적으로 노인의 운전면허를 반납시켜야 한다는 주장들이 올라오고 있다.

운전면허 반납에 따르는 보상 혜택이 적은 편이기는 한데 보상 혜택을 어디까지 높여줘야 할지도 막막하다. 조건부가치측정법(CVM)으로 이론적으로 적정 수준을 찾을 수 있지만 노령 운전자와 일반 운전자 사이의 인식 차이, 갈등이 예상되므로 적정한 보상 수준을 정하기가 어렵다.

일단은 신체검사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기에 인센티브가 결합하면 정책의 효과(Outcome)를 더욱 높일 수 있다. 즉, 보험 제도를 통해 사고 발생 비율과 기본적인 건강 상태 고지를 통한 보험료 증감 인센티브 시스템을 강화하는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운전자 보조 시스템 (ADAS, 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의 도입 및 보급을 확대하고 자율주행 기술을 적극 도입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현재 운전자 보조 시스템은 '시청역 사고' 등을 막기에 충분한 기술이 국내에도 이미 개발되어 있고 상용화되어 있다.

아반테 등 2천만 원 초반대에 구매할 수 있는 차량에서도 운전자 보조 시스템은 기본 사양이 되어 가는 수준이다. 수요에 의해 기술의 가격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대표적인 운전자 보조 시스템으로 전방 충돌 경고 기능, 전방 충돌 방지 보조 기능이 있다. 이는 차량이나 보행자와의 충돌을 막고 자동으로 제동하는 기능이다.

그 밖에도 후측방 충돌 방지 보조 시스템, 차로 이탈 방지·차선유지 보조 시스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시스템 등등 많은 운전자 보조 시스템이 이미 나와있다.

고령 인구가 많은 일본의 경우 고령운전자의 자동차 페달 오조작을 방지하는 운전자 보조 시스템 탑재를 지난 달 28일, 의무화 했다.

일본에서는 악셀과 브레이크 페달을 잘못 밟아서 일어나는 사고가 한 해 3000건 이상 발생한다. 작년에는 38명이 사망했고 4000명 이상이 부상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페달 오조작 사고의 60%정도가 75세 이상의 고령운전자가 일으킨 사고다.

일본 정부가 의무화한 운전자 보조 시스템은 장애물 1~1.5m 앞에서 멈춘 위치부터 액셀을 완전하게 밟아도 장애물에 부딪히지 않도록 하거나, 부딪혔을 때 시속 7㎞ 이하가 되도록 가속을 억제하는 시스템이다.

시청역 사고 차량이 이러한 전방 충돌 방지 기능을 장착했다면 사망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그렇다 해도 운전자 보조 시스템은 비용의 문제를 크리티컬하게 여기는 운전자가 없지는 않을 것이지만, 이는 보험 제도와 노인 복지 정책과 결합해서 비용을 충분히 낮춰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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