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하면서 신기술 신산업 신직종으로 '옛 것'들을 빠르게 대체해가고 있습니다. 불안에 떨고 있을 시간도 없이, 새로운 조류를 적극 받아들여야 할 텐데요
어떤 직업, 직종을 선택해야 미래의 흐름에 올라탈 수 있을까요?
최근 엔비디아의 CEO인 젠슨 황은 세계정부정상회의 개막식에서 AI 시대의 교육법을 묻자 젠슨 황은 사람들의 상식에 정반대인 대답을 해서 화제를 모았습니다.
"AI 시대에 아이들은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요?"라는 질문에 대해
젠슨 황은 "좋은 질문인데요. 제 말씀은 여러분의 생각과 정반대일 수 있어요. 대부분 컴퓨터 과학을 배워야 한다고 말할 거예요. 프로그램 언어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실 거예요."라고 하면서 좌중을 놀라게 했습니다.
이어 "실제로는 정반대입니다. 더 이상 프로그램 언어를 배울 필요가 없어요. 이미 세계 모든 이가 프로그래머가 됐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참고로 KBS는 젠슨 황의 말을 번역하면서 잘못 번역했습니다. 젠슨 황은 "컴퓨터 사이언스"라고 말했는데 KBS는 '컴퓨터 공학'이라고 번역했습니다. 틀린 번역입니다. 컴퓨터 사이언스는 '컴퓨터 과학'이라고 번역해야 옳은 번역입니다.
컴퓨터 엔지니어링이 컴퓨터 공학입니다. 컴퓨터 과학(컴퓨터 사이언스)과 컴퓨터 공학(컴퓨터 엔지니어링)은 다른 학문입니다.
그런데 한국은 시대의 변화를 못 읽고 있습니다. 컴퓨터 과학, 즉 코딩을 배우려고 다들 달려가고 있습니다.
내년부터 초등학교에서 코딩 교육이 의무화됩니다. 코딩 학원, 사교육은 이미 성업 중입니다. '맹모코딩지교'란 우스개가 나올 정도라고 합니다. 네이버, 카카오의 개발자 평균 연봉은 1억 3천만 원. 선호 직업 1, 2위를 다툰다고 합니다.
과학기술의 변화속도가 전에 없이 빠르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한국 정부처럼 시대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교육정책, 과학기술정책, 산업정책을 세우면 곤란합니다. 학교도 마찬가지.
"코딩 공부는 불필요하다"면서 컴퓨터 과학 (컴퓨터 과학의 중요 분야였던 코딩 프로그래밍)은 비전이 없다고 하는 젠슨 황의 말이 맞습니다.
물론 젠슨 황의 발언은 다소 핍진적입니다. 컴퓨터 과학의 중요성이 전적으로 사라진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젠슨 황도 시대의 조류에 약간 늦은 감이 있습니다. 왜냐면 젠슨 황이 말하는 시대의 조류는 미래의 일이 아니라 이미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미국 연방 준비 제도의 제2 지구를 관할하는 뉴욕 연방 준비 은행이 공개한 최근 미국 대학 졸업생들의 노동시장 조사에 따르면
컴퓨터 엔지니어링 전공의 실업률은 2.3%
컴퓨터 사이언스 전공의 실업률이 4.3%입니다.
전체 학생 수를 봐야겠지만 어쨌든 완전고용상태의 미국 노동 시장에서 실업률 4.3%면 다른 전공들에 비해 꽤 높은 편입니다.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반영합니다.
참고로 2009~2019년 평균, 컴퓨터 엔지니어링 전공의 실업률은 3.97%
컴퓨터 사이언스 전공의 실업률은 3.68% 였습니다.
컴퓨터 사이언스 전공의 실업률은 늘었고 컴퓨터 엔지니어링 전공의 실업률은 감소했습니다.
▶참조: College Majors Ranked by Unemployment Rates - Big Economics
젠슨 황은 컴퓨터 사이언스의 중요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하지만 이미 미국의 노동 시장에서 젠슨 황의 전망은 현실화되어 있습니다. 컴퓨터 과학은 중요성이 떨어지고 있고 컴퓨터 공학은 중요성이 여전히 높습니다.
젠슨 황의 전망은 아래 미국 대학생 전공과목과 노동시장 조사에서 이미 나타나 있습니다.
젠슨 황은 컴퓨터 사이언스의 중요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하지만 이미 미국의 노동 시장에서 젠슨 황의 전망은 현실화되어 있습니다. 컴퓨터 과학은 중요성이 떨어지고 있고 컴퓨터 공학은 중요성이 여전히 높습니다.
젠슨 황의 전망은 아래 미국 대학생 전공과목과 노동시장 조사에서 이미 나타나 있습니다.
▶참조: The Labor Market for Recent College Graduates
뉴욕 연방 준비 은행은 연방 준비 은행 중 가장 영향력이 크고 연방 준비 은행 중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뉴욕 연방 준비 은행의 조사 보고서, 통계는 그만큼 신뢰도가 높습니다.
현재 학교의 진학진로상담 교사나 대치동학원가의 진학 컨설턴트들은 위의 통계 표를 예의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한국 정부의 교육정책, 과학기술정책, 산업정책 담당자들은 더더욱 통계 표를 예의 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의 트렌드가 한 5년쯤이면 미래의 트렌드가 되고 한국의 트렌드가 되기 때문입니다.
AI 관련 전공뿐만 아니라 미국의 모든 대학교 전공의 트렌드를 알 수 있는데, 무엇보다 실업률을 중시해서 보아야 합니다. 실업률이 높은 전공은 중요성이 떨어지고 미래 직업 선택에서 그만큼 중요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방증합니다.
현재 고등학교 1학년 학생 정도면 딱 저 표를 주의 깊게 봐야 할 나이입니다. 물론 당장 세계 진출하려는 학생이면 바로 봐도 되고 정부 정책 담당자 역시 당장 저 표를 주의 깊게 봐야 합니다.
AI 시대의 도래와 관련해서 두 전공의 전망을 AI(제미니)에게 물어보니 다음과 같은 답변이 나왔습니다.
컴퓨터 엔지니어링(컴퓨터 공학): AI 시스템을 위한 새로운 하드웨어 개발, AI 컴퓨팅을 위한 인프라 구축, 실시간 시스템 및 임베디드 시스템 설계 등의 분야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
또한, 컴퓨터 엔지니어들은 AI 시스템의 안전성과 보안성을 확보하는 역할도 수행하게 될 것.
컴퓨터 사이언스 (컴퓨터 과학):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는 AI 기술에 의해 큰 영향을 받게 될 것. (젠슨 황이 말한 부분이 이미 미국의 대학교 입학, 졸업, 취업시장에서 벌어지고 있음)
다만 AI 알고리즘 설계, 자연어 처리, 컴퓨터 비전, 로봇 공학, 인공 일반 지능(AGI) 개발 등의 분야는 더욱 중요해질 것. (컴퓨터 과학자 중에서 최상위의 과학자들은 많이 필요해진다는 뜻)
또한, 컴퓨터 과학자들은 AI 시스템의 윤리적 문제와 사회적 영향을 연구하고 해결하는 역할도 해야 할 것. (인문학이 많이 필요해지며 컴퓨터 과학은 인문학과의 학제적 연구를 해야 한다는 뜻)
제미니 인공지능 답변 발췌
한국인들은 이 같은 변화를 빨리 파악하고 먼저 준비해야 합니다. 이미 좀 늦은 감이 있습니다. 서둘러야 합니다. 물론 인공지능윤리를 비롯해 AI시대의 인문학도 새로이 정립해야 합니다.
세익스피어가 어쩌고 복카치오가 저쩌고 외우고 있는, 인문학자를 위한 지금의 인문학은 가짜 인문학이라 할 수 있습니다. 대학교에서 "인문학의 위기"라며 근심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인문학의 위기가 아니라 인문학자의 위기입니다. 인문학이 얼마나 많이 필요한 것을 모르는 인문학자의 위기.
인공지능에게 무엇을 질문, 명령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잘 질문, 명령할지를 알고자 하면 공학적인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라는 것을 익혀야 하지만 근원적으로 가면 뉴미디어 기반의 인문학, 그리고 사회에 대한 전반적인 배경지식이 많이 필요해집니다. 인문학적 소양이 없으면 무엇을 질문, 명령해야 할지부터 애초에 막혀 버립니다.
물론 인공지능시대의 인문학은 뇌과학과 같이 가야 합니다.
평판경제신문 발행인 겸 기자. 레마코리아 대표이사. 문화정책학·과학기술정책학 박사 과정 재학 중,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경제사상을 연구하면서 정치적 자유주의와 경제적 자유주의를 통합하는 포스트자유주의 이론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평판경제신문
이승훈
jake.seungho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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