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는 공급과잉과 총수요 부족, 그리고 경영 혁신과 기술 혁신, 서비스산업 발달로 장시간 근무를 할 필요가 점점 줄고 있습니다.
물론 지난 코로나팬데믹 시기와 최근 미중 무역 분쟁,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일시적인 공급쇼크가 생겨나고 공급망이 재편되고 있습니다만 중장기적으로는 장시간 근무의 필요성은 낮아집니다.
대신에 효율적으로 짧은 시간 집중적으로 일하며 남은 시간 여가를 즐기고 또 그 여가를 즐기기 위한 많은 서비스 산업이 생겨나는 식으로 경제가 발전합니다.
국내에서는 주3일 출근에 주2일 재택근무와 같은 하이브리드 근무제 제안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미 최근 국내의 어떤 기업은 주3일제 주간 24시간 근무로 전환하는 회사도 나왔습니다. 물론 월급은 주5일제 근무를 할 때와 변함없고 주5일근무를 가져가는 동종업계 임금 수준을 그대로 지킵니다.
이런 시대적 배경, 과학기술의 진보에 따라, 그리고 사내 복지의 일종으로, 근무집중력과 업무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 최근 들어 전 세계적으로(물론 선진국 중심입니다만) 주4일제 논의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트렌드에 정면으로 반하여 시대를 거꾸로 돌리는 나라가 나와 화제입니다. 그리스가 최근 (부분적) 주6일근무제로 회귀한다는 정책을 도입해 어제 (8일)부터 주6일근무제가 시작됐습니다.
연장 근무 주에 따라 일부 산업과 제조 시설의 직원은 하루에 2시간 더 일하거나 8시간 더 일할 수 있는 옵션이 있으며, 일일 임금에 40%의 수당이 추가됩니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는 이러한 주6일근무제가 인구감소와 숙련노동자 부족이라는 두 가지 위기 요소 때문에 필요해졌다고 주장합니다.
앞서 그리스는 2009년 금융위기 때에 심각한 노동력 유출을 경험한 바 있습니다. 이는 그리스 역사상 전례 없는 대이동이었습니다.
2009년 말부터 거의 10년간 지속된 금융위기 속에서 고등 교육을 받은 그리스 청년 약 50만 명이 이주한 것으로 추산됩니다. 그리스 인구는 2022년 기준 1043만 명으로서 2010년 1112만 명에서 급격히 인구가 줄고 있습니다.
좌파 정당 집권 기간 동안 계속해서 인구 감소와 경제 위기를 겪던 그리스는 지난 2018년 중도우파 성향의 신민주주의당(ND·신민당)이 포퓰리즘 정당인 ‘급진좌파연합’(Syriza·시리자) 을 누르고 집권한 이후 2023년 6월 총선에서는 제1야당인 시리자를 20%p 이상 큰 격차로 누르고 압승해서 친기업 정책에 속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법인세율을 2% p 인하해서 22%를 만들었습니다. 유럽연합 평균치인 21%에 근접시켜서 기업과 일자리를 유치하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그리스 정부는 "24시간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 기업에만 한해서 주6일근무제를 도입한다"며 "근로자 친화적인 정책"이라고 말하지만 야권과 노동계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야권에서는 정부의 주6일근무제가 노동자의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사용자의 필요에 의해서 주6일근무제가 실시되며 결국 주5일근무제가 유명무실화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리스 국민들은 이미 유럽에서 가장 긴 시간 일하며, EU 통계 기관인 유로스탯에 따르면 주당 평균 41시간을 일하지만, EU 평균 월급보다 훨씬 적은 월 900유로(한화 134만 원) 정도의 급여를 받고 있습니다.
야당은 "영국 물가의 나라에서 불가리아 급여를 받는다"고 정부 여당의 주6일근무제를 비난하며, 낮은 급여가 두뇌 유출을 악화시켰다고 주장합니다.
전문가들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시범적으로 실시된 4일 근무제 프로그램은 생산성이 증가한 것으로 반복적으로 나타났으며, 그 결과가 집중력 향상에 기인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리스는 2018년 신민당이 집권하고 이어 2019년에는 자본 유입에 성공했습니다만 지속적이지 않습니다. 법인세율을 낮추고 근무시간을 늘리면서 친기업 정책으로 자본 유입과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고 있습니다만 자본유출과 노동력 유출은 계속 되고 있습니다.
그리스 정부가 시도하는 부분적인 주6일근무제 정책이 성공을 거둘지 지켜봐야 할 일이지만 일하는 만큼 효율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일이 많아지면 여가가 줄어들면서 소비가 줄어드는 측면도 있습니다. 관광산업의 비중이 큰 그리스로서는 이렇게 여가와 소비와 서비스산업어 위축되어 관광산업까지 위축될 수도 있습니다.
국민 경제는 결국 규모와 효율의 문제인데 현재 그리스는 정부 공공부문의 비중이 GDP의 52%를 넘는, 매우 비대하고 비효율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필자가 보기에는 이러한 근무시간을 늘리는 것보다는 공공부문을 구조조정하는 것이 급선무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또 10%를 넘는 실업률도 문제입니다. 주6일근무제 근로시간 연장이 고육책인 것은 이해를 할 수 있겠습니다만 근무시간을 늘리는 것보다는 실업률을 낮추는 것이 급선무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평판경제신문 발행인 겸 기자. 레마코리아 대표이사. 문화정책학·과학기술정책학 박사 과정 재학 중,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경제사상을 연구하면서 정치적 자유주의와 경제적 자유주의를 통합하는 포스트자유주의 이론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평판경제신문
이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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