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신임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특정 사상에 편향된 것으로 것으로 알려져 방통위원장에 적합한 사람인지 논란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정부 문화정책의 대원칙인 '팔길이 원칙 (Arm’s Length Principle)을 가지고 이진숙 후보자의 적격 여부를 보자.
이진숙 후보자는 과거 관객 수 1000만 명을 돌파한 흥행작들과 연예인들을 일일이 열거하며 "좌파 영화", "좌파 연예인"이라고 주장한 사실이 알려졌다.
현재(11일) 원외 보수정당인 자유민주당 유튜브 채널에 올라와 있는 영상을 보면, 이진숙 후보자(전 MBC보도본부장)는 2022년 12월10일 자유민주당이 주최한 한 강좌에서 ‘MBC는 어떻게 노영방송이 되었나’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이진숙 후보자는 강연 말미에서 “문화권력도 좌파 쪽으로 되어 있죠? 이거 보면 기가 막힌다”며 자신이 구분한 좌파 영화 및 우파 영화를 소개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좌파 성향의 영화를 만들면 히트 치고 이렇게 많다. (좌파 영화를 보면) 알게 모르게 우리 몸에 디엔에이(DNA)에 스며든다”며 “(그러나) 우파 영화는 이렇게뿐이 (없다). 좌파가 몇십 배 더 많다”고 주장했다.
이진숙 후보자가 꼽은 좌파 영화는 총 9편으로
재벌 3세와 형사의 대결을 다룬 '베테랑'(1300만),
광주항쟁을 소재로 한 '택시운전사'(1200만),
일제강점기 친일파 암살 작전을 다룬 '암살'(1200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인권 변호사 시절을 다룬 '변호인'(1100만),
빙하시대 가상 공간에서의 계급 의식을 다룬 '설국열차'
기타 '기생충'(1000만), JAS(500만), 웰컴투동막골(800만), 괴물(1300만)등이다.
또 우파 영화는
국제시장 (1400만), 태극기휘날리며(1100만), 인천상륙작전(700만), 연평해전(600만)으로 4편을 꼽았다.
또 이진숙 후보자는 연예인들도 사상을 검증해 좌파와 우파로 나눴다.
이진숙 후보자는 “연예계도 아시죠?”라며 좌파 연예인으로 김제동, 김미화, 강성범, 노정렬, 정우성, 권해효, 안치환, 김규리, 문소리 등을 지목했고 우파 연예인으로 나훈아, 김흥국, 강원래, 소유진, 설운도 등을 지목했다.
그러나 이진숙 후보자는 이들 영화들 그리고 이들 연예인들이 어째서 좌파인지 우파인지, 좌파의 정의가 무엇인지 우파의 정의가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영상에서 이진숙 후보자는 공정하고 중립적인 위치에서 방송 문화 관련 정책 업무를 총괄 집행해야 할 방송통신위원장에는 어울리지 않는 편향된 사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진숙 후보자는 정부의 방송 정책, 문화 정책을 집행할 때 좌파 정치경제 사상을 방송 문화 판에서 인위적으로 억제하고 우파 정치경제 사상을 인위적으로 후원해서 좌파 사상을 배제시켜야 한다면서 "MBC의 '노영방송'을 막지못하면 '노영민국'된다"는 논지의 강연을 했다.
이와 관련해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문화정책의 대원칙인 ‘팔길이원칙’(Arm’s Length Principle)에 비추어 이진숙 후보자의 발언을 비판해 볼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 역사상 유일한 신자유주의 정부인 김대중 정부에서 1998년 봄, 김대중 대통령이 문화관광부 업무보고를 받을 때 맨 처음 한 말이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였다.
이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견지하는 정부의 문화예술 정책의 대원칙인 ‘팔길이원칙’(Arm’s Length Principle)을 천명한 것이다.
'팔길이원칙'은 왼쪽 팔 오른쪽 팔 (좌익 우익) 길이를 같이 하라는 뜻이 아니고 팔길이만큼 떨어져서 간섭하지를 말라는 '불가근 불가원'의 원칙이다.
김대중 정부 이후 '팔길이 원칙'은 정부 방송 문화 정책의 기본이 되었다. 물론 정부마다 블랙리스트 사건 등 '팔길이 원칙'에 위배되는 처사들이 나와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진숙 후보자의 신념, 신조가 '우파가 주도하는 방송정책, 문화정책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백번 양보해서 '좌파와 우파가 균형된 방송정책, 문화정책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해도 이는 '팔길이원칙'에 어긋나는 처사다.
방송 문화 정책을 수행하는 정부 공무원은 정책 대상의 사상을 검증해 나눌 필요도 없고 나누려고 시도해서도 안된다.
결론적으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는 부적격인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자면, 이진숙 후보자는 지난해 6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폭도들의 선전선동"이라 지칭하고 "홍어족(전라도민들을 폄하한 혐오표현)들에게 유리한 해석으로 광주사태를 악용하므로, 애꿎은 전두환 대통령만 희생양으로 발목 잡아"라고 주장한 글에 '좋아요'를 누른 일도 알려졌다.
또 헌법에 정해진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인 노동3권을 부정하고 있기도 하다. 이진숙 후보자의 신념, 신조는 국가공무원으로서는 매우 부적격이다.
헌법과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개념이 없는 인물이다.
이진숙 후보자는 영화판에서 우파 영화가 열세라고 생각하시면 공직이 아니라 영화판에 투신해서 우파영화 제작자로 활동하시면 좋겠다.
언론 미디어업계 후배로서 신자유주의 보수우파를 자처하는 필자는 기꺼이 '우파영화 제작자' 이진숙 선배를 응원해 드리겠다.
평판경제신문 발행인 겸 기자. 레마코리아 대표이사. 문화정책학·과학기술정책학 박사 과정 재학 중,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경제사상을 연구하면서 정치적 자유주의와 경제적 자유주의를 통합하는 포스트자유주의 이론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평판경제신문
이승훈
jake.seungho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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