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 금지 카페' 누명 쓴 사장...'A 씨 저널리즘'의 폐해

취재원 보호 위한 'A씨'익명 보도...한국 언론들, 취재 책임 면하려는 목적으로 남용
'사실 확인', '분쟁 상대방 균형 보도'라는 언론윤리 외면...결국 '오보 퍼레이드' 민폐

이승훈 승인 2024.07.22 21:06 의견 0



화장실 변기, 대변은 당연히 볼 수 있다고 누구나 생각한다. / 사진=픽사베이 무료 이미지

인터넷 커뮤니티 '네이트 판'에 희한한 사연이 또 올라왔었나 보다. 어떤 여성 손님 A 씨가 카페 화장실에서 대변을 보았는데 카페 사장이 대변을 보면 안 된다면서 주의를 주었다는 것이다.

'네이트 판'은 소위 '판춘문예'라고 해서 온갖 주작(허위) 글이 난무하는 곳으로서, 올라온 글을 읽을 때 반드시 이 점을 주의하고 읽어야 한다고 알려진 곳이다.

언론사라면 '네이트 판'을 비롯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연을 가지고 보도할 때 더욱 주의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유수의 언론사들은 그런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사실 확인과 상대방의 멘트를 소개하지 않고 사연의 당사자 일방을 'A 씨'로 소개한 뒤에 'A 씨'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보도한 것이다. 한 언론이 이를 보도하자 또 다른 언론들이 받아쓰면서 '오보 퍼레이드'가 펼쳐졌다.

'대변 금지 카페' 소동을 보도한 한국 언론들 / 사진=네이버뉴스화면 캡처

애초 보도에 따르면 A 씨는 "여느 때처럼 음료 마시면서 남자친구와 이야기 나누는데 배가 아파오더라"며 "화장실에 갔더니 변기가 하나뿐이었다. 일을 보고 나오니 다른 손님이 기다리고 있더라"고 말했다.

이어 "민망했지만 화장실이 용변 보는 곳이니 잘못했다거나 그런 생각은 전혀 안 했다. 부끄러워서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며 "그런데 제 다음에 들어간 사람이 화장실에서 나와 카운터로 가더라"고 전했다.

이후 해당 손님은 자기 자리로 돌아갔고, 카페 사장이 A 씨를 찾아와 "혹시 화장실에서 대변 보셨냐"고 물었다. 카페 사장은 A 씨에게 "다 같이 사용하는 화장실인데 대변을 보시는 건 아무래도 다음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 말에 할 말을 잃은 A 씨가 되묻자 사장은 "다른 손님한테 컴플레인이 들어왔다. 다음부턴 조심해달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업소 소유의 공중 화장실에서 대변을 보지 못하는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수압이 약해서 물이 잘 내려가지 않아서 대변으로 변기가 막힌다고 한다. 수압도 수압이고 물티슈 등 화장지가 아닌 것을 넣은 경우 변기가 막히는 일이 많다.

그러나 그런 경우에도 보통은 화장실에서는 화장지만 사용 해달라거나 혹은 수압이 약해서 물이 잘 내려가지 않으니 근처의 다른 곳에서 대변을 봐달라는 양해의 메세지가 붙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처럼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아무런 사전 고지 없이 다짜고짜 화장실에서 대변을 보면 안 된다고 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렇다면 이런 경우 반드시 내용의 진실성 여부를 의심해 봐야 한다.

A씨는 카페 화장실에서 무심하게 대변을 보다가 '날벼락'과 같은 봉변을 당했으니 매우 특이하고 카페 사장에게 큰 반감을 품게 될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네티즌들은 "생리현상인데 어떻게 참냐?" , "화장실 변기가 있다면 당연히 변도 보라고 있는 거 아니냐?",

"남자친구나 다른 사람들도 있는 앞에서 공개적으로 얘기하는 건 비정상이다" 등등 카페가 어디인지 수소문하고 당장 불매운동에 벌어갈 듯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대변 금지 카페'로 누명을 쓴 카페 사장의 해명 글

그런데 알고 보니 여성 A 씨가 '판춘문예'에 등단한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글이 올라오자 카페의 평판에 위기를 맞이한 카페 사장은 SNS에 사실관계를 밝혔다.

카페 사장의 해명에 따르면 A 씨가 변기 등에 대변 파편이 떨어진 것을 뒤처리 안 하고 심지어 변기 안에 휴지를 산처럼 쌓아 놓는 바람에 물이 안 내려가고 막혔다고 한다.

이때 또다른 손님이 바로 들어가서 기겁을 하고 카페 주인한테 항의를 해서 카페 사장은 A 씨에게 뒤처리 좀 하시는 게 예의라고 말한 것이라고 한다.

결국 A 씨가 카페 사장에게 꾸지람을 듣자 자기가 저지른 행위를 생각하지 않고 사장에게 앙심을 품고 허위의 글을 올렸다는 것이다.*

* 카페 사장의 말도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으나 일단 양 당사사자의 입장을 대등하게 소개해주는 것이 언론 보도의 기본이다. 그렇게 되면 별 일이 아닌 것이 되어서 별로 읽을만한 기사가 되지 못하지만 그게 사실이니 어쩔 수 없다. 조회수를 위해서 대단한 사실이 아닌 것을 대단한 것처럼 포장해서는 안된다.

베트남계 한국 여성의 조직적 국적 세탁 건, 강형욱 갑질의혹 건, '개근거지' 건 등 언론윤리를 저버리는 한국 메이저 언론들의 황당한 사례는 계속 나온다.

'개근 거지' 보도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의심스러운 사연을 한국 언론이 침소봉대하고 해외언론이 이를 인용 보도하고 또 한국 언론이 또 이를 확대재생산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언론윤리뿐만 아니라 국격이 무너지는 모습까지 보여줬다.

'대변 금지 카페' 오보 소동 역시 단순한 해프닝으로 취급하기에는 너무 엄중한 언론윤리의 문제를 안고 있다.

원래 기사 안에서 취재원의 이름을 익명으로 'A 씨'라고 처리하는 이유는 취재원을 보호하기 위해서 익명으로 처리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언론들은 취재를 대충 해놓고 책임을 벗어나기 위해서 'A 씨'라고 익명 처리해서 보도한다.

카페 사장이 A 씨의 '판춘문예' 등단 사실과 언론들의 '오보 퍼레이드'를 보았기에 망정이지 만약에 카페 사장이 '오보 퍼레이드'를 보지 못했다면 자칫 허위의 악소문이 퍼져서 사업이 망할 수도 있었다.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언론사들은 그 책임을 어떻게 질 생각일까?

언론이 문제가 되는 사건을 보도할 때는 반드시 사실관계를 취재 확인하고, 사안이 매력적일수록 비난받는 상대방 쪽의 입장을 확인해서, 확인할 수 없다면 균형 감각을 가지고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열린 구조로, 보도해야 한다.

요즘 보면 언론 윤리의 기본, 보도의 기본을 지키지 않는 언론들이 너무 많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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