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대한축구협회장이 회장과 협회 이사회 임원진 퇴진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여론에 '격노'했다고 보도하고 있는 한 언론 기사.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자서전적 에세이 '축구의 시대'를 출간했지만 국민들의 여론은 좋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예상한대로 오히려 정몽규 회장과 함께 협회 이사진 모두 퇴진하라는 여론이 크게 일어나고 있다.
이에 오늘(8월 1일)은 정몽규 회장이 여론에 대해 '격노'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해당 뉴스는 '격노'라는 표현에 "뻔뻔하다"면서 오히려 국민들이 격노하며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제목이 수정되어 '격노'라는 표현이 사라졌다. 현재 제목은 정몽규 “성적 나쁘다고 회장 퇴진? 나는 국민욕받이”로 바뀌었다.
이 일이, 여론에 대해해, 국민에 대해 격노할 일인지 의아하다. 정몽규 회장이 여전히 상황 인식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한 것 같다.
한국 축구팬들, 국민들은 한국 축구대표팀의 성적이 나쁘 다고 퇴진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이나 선수 선발이 공정하게 진행되지 않고 인맥으로, 밀실 행정에 의해 파행적으로 절차가 진행된 것을 문제 삼고 있다.
감독 선임 절차에 대해서는 이임생 협회 이사가 해명을 했지만 오히려 홍명보 감독에 특혜를 주었다는 사실만 더 드러내면서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를 더욱 키워서 허탈하게까지 만들었다.
정몽규 축구협회장의 격노 소식에 정몽규 회장을 비판하고 또 격노하고 있는 네티즌 여론 / 사진=네이버 뉴스 댓글 화면 캡처
사안의 본질은 축구협회의 후진적인 거버넌스
즉 성적이 나쁘다고 퇴진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 협회의 거버넌스를, 협회의 지배구조와 의사결정구조를 엉망으로 가져가고 있으니까 퇴진을 요구하는 것이다.*
* 영어 단어 거버넌스를 흔히들 '지배구조'라고 번역한다. 그러나 그렇게 번역하니까 뜻이 잘 와닿지 않는 느낌이 든다. 의사결정구조라고 번역하면 어떨까 싶지만 이것 역시 개념구성요소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단어라서 그냥 '거버넌스'라고 쓴다.
한편 최근 파리 올림픽 기간 동안 한국 양궁 국가대표팀의 놀라운 활약상이 보도되면서 양궁협회와 대한축구협회를 비교하는 기사들이 쏟아진다.
그러나 분석이 피상적이어서 아쉬움이 많다.
국내 한 메이저 일간지에서는 양궁협회의 '뻔한 성공방정식'을 소개하며 대한축구협회를 비판하는 칼럼을 올렸다. 대한축구협회 (대표팀) 문제의 원인, 양궁협회 (대표팀)의 성과의 원인이 인맥과 공정이라고 쓴 칼럼이다.
너무 내용이 뻔할 것 같아 읽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래도 클릭을 해서 보니 역시 예상했던 것과 다르지 않았다.
대한 축구협회와 양궁협회가 다른 행보를 보이고 다른 결과를 만들어내는 이유가 인맥과 공정 때문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나무위키 같은 곳에 들어가서 보면 엄청나게 잘 설명돼 있고 잘 정리돼 있다.
전에도 이야기했다시피 필자는 이런 분석은 사안의 원인에 대한 분석이 아니라 동시에 존재하는 사안의 현상에 대한 분석이라고 본다. 사안의 원인을 따져야 한다. 왜 대한축구협회는 인맥을 중시하고 왜 양궁협회는 공정을 중시하게 됐는지를 봐야 한다.
즉 시간적으로 그보다 더 선행하는 사안, 요소들을 분석해야 하고, 공간적으로 집합 관계를 분석해야만 한다. 원인은 '그 원인의 원인' 식으로 계속 따지고 들어갈 수 있지만 적절한 수준에서 분석을 마쳐야 한다. 그렇게 원인을 분석할 때 그 본질적인 원인으로서 1차적인 원인은 축구협회의 후진적인 거버넌스다.
그런데 이 거버넌스 문제, 거버넌스의 경제 원리를 다루고 있는 언론이 단 한 곳도 없다.
원인 분석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정책적인 대안을 낼 수 없고 사람에 대한 비판에만 관심이 집중되면서 '역평판' 현상이 일어난다. 즉 사회의 신뢰자본 축적에 도움이 되지 않는 평판이 횡행한다.
평판경제신문 발행인 겸 기자. 레마코리아 대표이사. 문화정책학·과학기술정책학 박사 과정 재학 중,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경제사상을 연구하면서 정치적 자유주의와 경제적 자유주의를 통합하는 포스트자유주의 이론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평판경제신문
이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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