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신의 신짜오] 유서 깊은 부이 추 성당 철거
수많은 보존 탄원도 허사...철거 작업에 들어가
김영신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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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2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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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이 추 성당 /사진=Hoang van toan
하노이에서 남동쪽으로 100km 떨어진 동해안과 인접한 남딩성, 이곳은 베트남에서 천주교가 제일 먼저 들어온 지역이다. 프랑스 식민 통치 시대보다, 공산주의 통치 시대보다 훨씬 오래전인 400년 전에 카톨릭교회가 이곳에서 시작되었다. 그래서 남딩성 인민의 36%는 천주교인이다. 이곳에 135년된 성당이 있다. 1885년에 지어진 부이 추(Bui Chu)* 대성당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 성당은 파리의 노트르담성당 만큼이나 베트남에서 의미가 있는 성당이다.
이런 역사성을 가진 성당이 4년동안 ‘철거’냐 ‘보존’이냐의 첨예한 대립의 시간을 거쳐 마침내 2020년 7월 18일 철거를 시작했다. 철거를 하는 이유는 이 성당이 너무 오래되어 훼손상태가 심각해 교인들의 안전이 위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1974년과 2000년 두 차례 복원공사를 했지만 여전히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왼쪽 탑은 기울어져 넘어질 것 같고, 내벽은 균열이 심각하다. 예배 중에 석가래의 일부가 떨어져 교인이 다친 적도 있다. 또한 비가오면 교회 마당이 물에 잠긴다. 주교와 성직자들은 교인들의 안전을 생각해서 철거하고 새로 짓기 위해 2016년 노후진단을 받고 재건 승인까지 받았지만 반대 여론에 부딪쳐서 4년째 보류중이었다.
부이 추 성당은 동서양의 건축 양식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건축물로 외형으로는 바로코 양식이나 그 안에 베트남적인 요소들이 군데 군데 깃들어 있어서 세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건축 작품이다. 이런 문화유산을 철거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페이스북에서는 ‘The save heritage Vietnam’계정을 만들어서 많은 사람들의 동참을 이끌어 냈으며, 이들은 교황 프란체스코에게 탄원서를 보내고 부이 추 성당을 구해 줄 것을 호소했다. 마틴라마 세계은행 수석고문은 부이 추 성당에 대한 컬럼을 기고하면서 "이 문제는 종교적 믿음과 상관없이 문화유산에 대한 애착 문제라며 성당철거는 비극적 사고가 아닌 고의적 파괴행위"라고 주장했다. 또한 25명의 건축가들이 이 성당을 문화유산으로 지정해 줄 것을 베트남 정부에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문화유산으로 지정이 되면 2001년 재정된 문화유산법 58조에 따라 국가 예산에서 보존비용이 나온다.
△ 베트남 독립 전쟁 (제1차 인도차이나 전쟁, 베트남-프랑스 전쟁 ; 1946.12.19.~1954. 8. 1.) 속에서도 꿋꿋했던 부이 추 성당
「철거 소식을 듣고 대성당의 마지막 모습을 보려고 사진작가, 건축자, 취재진 등 많은 방문객들이 몰려와 성당은 안전사고의 위험이 더해갔다. 신축은 고사하고 복원 공사마저 진행할 수 없는 진퇴양난에 빠지자 교회측의 고민은 깊어만 갔다. 안전위험이 큰 상황에서 문화유산을 어떻게 보존하는게 정답인지 부이 추 대성당이 진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2019. 5. 16. KBS 글로벌 24)」
교회는 같은 디자인과 건축양식을 고수하겠다고 시민사회를 설득했다. 밀고 당기는 4년의 시간이 지난 후 결국 2020년 7월 18일. 135년된 그 역사적 건물이 해체 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부이 추 성당 뿐만이 아니다. 지금 남딩성은 현대화 바람이 불고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제1574호의 내용을 인용하자면, 「베트남 남딘성 지역에서 지난 10년 사이 콘트리트 새 성당 신축 붐이 일고 있다. 하노이 동남쪽으로 약 90km 떨어진 부이추 교구의 남딘성에서는 본당 139개, 준본당 507개의 건축물 가운데 80%가 목조 건물이다. 이 목조 성당들은 대부분 100여년의 역사를 가진 건물로 독특한 건축양식을 가지고 있다. 그 중 트룩닌지구의 닌쿠옹성당은 1533년 건립된 유서깊은 성당이지만 최근 콘크리트 새 성당 건축계획에 따라 헐렸다. 호치민대교구 도수안케 신부는 "새 성당을 건립하기 위해 정교하게 조각된 예술작품 같은 목조 성당을 마구잡이로 허물고 있다”면서 “심지어 목조 건물을 헐어내고 조각된 그 나무 들보와 서까래 등을 땔감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이는 베트남 사람들이 아직 문화유산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의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다. 문화유적은 인류의 공적자산이며 동시에 그 민족의 미래의 자산이다. 따라서 문화유적을 보호하고 보존하는 것은 현재를 사는 우리의 숭고한 책무이다.베트남에는 아직 드러나지 않은 소중한 문화유적이 많이 있다. 이것이 현대화의 과정에서 파괴되지 않고 잘 보존이 되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부이 츄 (Bui Chu)는 성당을 건축할 때 총 감독한 스페인 신부의 이름이다.
김영신 한베문화교류센터 원장, 한베다문화가족 연구소장, 전 하노이 대학교 한국문학 강사, <갈대와 강철같은 두얼굴의 베트남> 공동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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