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은행 / 사진=외신영상 캡쳐

미국의 기술기업 전문 은행인 SVB(실리콘밸리 은행)이 파산해 금융 시스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SVB의 지난해 12월 기준 총자산은 약 277조원으로 미국 내 16위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문을 닫은 저축은행 워싱턴뮤추얼 이후 역대 가장 큰 규모의 은행 파산이다.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은 지난 10일(현지시간) SVB를 폐쇄 조치하고 FDIC(연방예금보험공사)를 파산 관재인(receiver)으로 임명했다. SVB가 추진한 자금 조달 계획이 실패로 돌아가자 매각을 추진했으나, 금융당국은 시스템 위기로 확산될 것을 우려해 곧바로 폐쇄를 강행했다.

FDIC는 '샌타클라라 예금보험국립은행'이라는 법인을 세워 실리콘밸리은행의 기존 예금을 모두 새 은행으로 이전하고, 실리콘밸리은행 보유 자산의 매각을 추진할 예정이다. FDIC는 "예금자들은 늦어도 다음주 월요일 오전(미국 시간으로 13일 오전)까지 예금을 다시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SVB 지점들은 그 시간에 당국 통제 하에 문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FDIC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SVB의 총자산 중 총예금은 약 232조 원이다. 또 총예금 중 예금 보호 한도 25만 달러, 우리 돈 3억 3천만 원을 넘어서는 예치금은 전체의 95%에 달한다. 이에 따라 기술기업들의 줄도산으로 이어질까 공포감 속에 당국은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촉각을 세우고 있다.

SVB는 미국 국채에 투자를 많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SVB가 기술주의 미래를 너무 낙관적으로 보고 고금리 기조를 경시하고 투자했던 것으로 보인다. SVB는 트럼프와 바이든의 성향을 경시했다. SVB는 바이든 취임시점에 IRS(금리스왑) 헤지나 자본확충 기타 등등 위기대응 조치를 취했어야 했고, 아무리 늦어도 우크라이나전쟁이 예견되었던 2021년에는 위기대응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실패와 함께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해 인플레이션이 극심해지고 이를 잡기 위한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자 SVB가 투자해놓았던 채권의 가치가 폭락했다. 추세적연쇄반응으로 지난 해부터 기술 기업들이 크게 곤란을 겪고 올해 들어 뱅크런까지 이어지며 결국 파산하게 됐다.

일각에서는 금융위기로 번질 수도 있다는 위기론도 나오고 있는 가운데 당장 이달 말로 예정된 연준의 금리 발표가 논란이다. 고금리 기조, 테크기업의 위기 속에도 빅스텝 인상이냐 베이비스텝 인상이냐가 논란 중이다.

그러나 SVB의 파산은 미국 금융시스템에 일시 충격을 주기는 하겠지만 대세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고용 지표를 비롯한 여러가지 지표들이 여전히 뜨겁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고금리 때문에 이런 사태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파월은 빅스텝 인상을 할 가능성이 더 높다.

평판경제신문 발행인 겸 기자. 레마코리아 대표이사. 문화정책학·과학기술정책학 박사 과정 재학 중,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경제사상을 연구하면서 정치적 자유주의와 경제적 자유주의를 통합하는 포스트자유주의 이론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평판경제신문 이승훈 lsh.repconomy@gmail.com 이승훈의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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